절차탁마

SF 절차탁마 10월 3일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8-09-30 13:45
조회
181
바캉스와 연휴에 취해 공지가 늦어버렸습니다. 빠르게 공지부터 하겠습니다.

* 공지
우선 고정 과제는 에세이 주제와 관련해서 개념 및 텍스트 정리하기입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완성된 개요를 가져오시면 됩니다. 별도로 이번 주에 해 오셔야 하는 과제는 푸코의 〈철학극장〉을 읽고 한 페이지로 요약하기입니다. 물론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 7, 8강을 읽어 오셔야 하구요. 추가로 413페이지부터 시작되는 2번 ‘담론적 실천’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간식은 정수샘과 영님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에세이에 관해서 채운샘은 니체와 푸코를 전체 개요의 토대로 삼을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니체와 푸코의 개념들을 그냥 가져오는 게 아니라 니체적이고 푸코적인 사유 속에서 전체 개요를 구성하라는 것이죠. 와꾸를 잘 잡아서 ‘~하게 해야 겠다’, ‘잘 해보자’라는 식의 공허한 결론이 아니라 니체와 푸코의 사유를 자기 식으로 소화하는 데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 인식의 메커니즘을 잘 분석하는 것(=인식에 내재한 힘의지를 문제 삼는 것)이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전제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셨습니다.

채운샘께서는 푸코가 줄곧 관심을 가졌던 것이 진실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에 읽은 5, 6강에서도 푸코는 진실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푸코는 상고기 그리스와 고전기 그리스에서 진실의 문제가 다른 방식으로 출현했는지를 추적합니다. 상고기 그리스의 소송절차에서 진실은 소송 당사자들의 맹세와 시련, 대결의 과정을 통해 구성되었습니다. 이때 진실은 ‘이야기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진실을 다투는 자들이 노출되는 힘입니다. 소송을 당한 피고인은 청중 앞에서 신들에게 맹세하고 서약하기를 요구 받습니다. 피고인이 진실의 힘에 맞선 시련을 받아들인다면 그는 소송에서 승자가 되고 거부한다면 곧바로 패자가 됩니다. 진실은 그것을 담지하고 있는 증인에 의해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힘에 맞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 의해 간접적으로만 드러납니다. 고전기 그리스에서는 진실이 이야기 되는 전혀 다른 양식이 형성됩니다. 여기서 진실은 이해당사자가 아닌 증인에 의해 이야기되어야 하며, 진실에 대한 언표행위는 주체가 행하는 시련이나 맹세가 아니라 언표의 참/거짓에 대한 시비에 의해 한정됩니다.

푸코는 ‘진실’이 어디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 말하기의 상이한 체계들이 있으며, 그에 따른 상이한 진실의 효과들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물론 인식에 대한 푸코의 독특한 관점에 기반한 작업이죠.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그가 니체로부터 이어받은 것입니다. 플라톤은 학문(인식)이 자신의 무지에 대한 자각을 통해 자연스레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인식을 추구하며, 인식은 진리를 향하게 되어 있다는 전제. 니체는 이를 전복시킵니다. 니체에 따르면 모든 지식에는 어떤 힘의지, 욕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인식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진리에 대한 본성적인 이끌림 같은 것이 아니라, 승리하고 지배하고 확장하려는 힘의지의 작용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이 진리(진실)인가’가 아니라 어떤 것이 ‘올바르다’라고 할 때, 그것이 무엇과 싸우면서 어떤 것을 참/거짓의 링 바깥으로 몰아내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합니다. 진리란 그것이 구성되고 말해지는 독특한 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가치들의 위계를 만들어 내거나 무엇인가를 인식의 바깥으로 추방하는 독특한 효과로서 존재합니다(플라톤은 이데아를 설정함으로써 시뮬라크라들을 추방시켰죠). 이번 에세이에서 시도해야 할 것이 바로 진리의 효과를 보는 일일 것 같습니다. 채운샘께서는 우리가 참/거짓, 옳음/그름을 따질 때 그 인식의 링 바깥으로 추방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진리 의지는 무엇을 배제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

채운샘께서는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 7, 8강을 ‘안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식이 아니라 지식-의지인 이유는 뭔가?’ ‘진리를 위해 아는 것이 아니라면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안다는 것에 진리가 내재되어 있지 않다면 진리란 무엇인가?’ ‘인식이 향해갈 진리가 없다면, 인식하는 나의 통일성은 누가 확보해주는가?’ 등등을 질문하면서 읽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이만.
전체 2

  • 2018-10-01 09:04
    안다는 것을 둘러싼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하는군요. @.@

  • 2018-10-02 15:35
    '아는 대로 행동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공리처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말이 조금씩 이해되는 것 같아요! 어딘가에 있을 정밀한 앎을 찾는 게 아니라 앎을 생산하는 일련의 배치들을 문제 삼아야 할 필요도 생기고... 에세이에서도 어떤 것이 진리로 승인 받는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구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