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푸코와 문학" 세미나를 마치고

작성자
문정
작성일
2016-01-03 14:52
조회
3593
“푸코와 문학” 세미나가 지난 목요일 끝났습니다~ 2015년 마지막날을 에세이 발표와 뒷풀이로 아름답게 마무리하였더라는. 쌤들과 그렇게 오랜 시간(12시간) 같이 있어보기는 처음이었는데, 저는 좋았습니다^^ 산 송장같이 말은 없었지만 6개월 같이 고생한 쌤들한텐 뭔가 끈끈한 것이 느껴져 쉽게 자리를 못뜨겠더라고요ㅎㅎ

문학세미나했던 6개월은 제게 참 부끄러운데요..; 뭐하나 제대로 읽어가는 게 없었기 때문이죠. 세미나 시작할 땐, 읽을 소설들이 정말 유명한 고전들이고, 또 얘기하기도 부끄럽지만 나도 뭔가 써보고 싶은 입장으로서 다양한 글쓰기들을 접해보고 싶고 또 이 글을 쓴 작가들은 왜 글을 썼을까 궁금하여 꼭 읽어봐야겠단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강한 자유의지일 뿐이었는지 몸은 잘 안 따라줬어요.;; 목표는 어느새 세미나가 끝나고서라도 다 읽기가 되버린. 그렇게라도 완주는 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네요...

책을 읽는데도 남는 게 없고 여전히 무력하다... 전 요즘 저의 무력감이 ‘변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제 삶의 태도를 반영하는 정서같다고 느끼고 있는데요. 제 글과 코멘트들도 이와 맞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끝맺지 못하는 글. 생각들이 순진하다는 코멘트, 자주 들어왔던 말들입니다. 이런 정서가 때로는 정말 답답합니다. 그러다가도 되돌아오기 일쑤. 허허 애초에 이런 삶이 아니었으면 싶어서, 내가 모르는 삶의 반짝거리는 것들을 나도 보고 느끼고 싶어서 선택한 삶인데 어째 몸은 그 전보다도 더 굳어버린 것 같은 것이 정말 이상합니다.

소설은 철학책과 달라서 철학책은 던져주는 개념이라도 있는 반면 소설은 그런 것 조차 없기 때문에 뭔가 끄집어내기는 훨씬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났던 율리시즈, 사드, 돈키호테, 라모의 조카, 리어왕, 오뒷세이아는 내용까지 복잡하고 길잡이 선생님 푸코의 말은 더더욱. 정말 멍~ 무엇에 대해 써야할지 몰라 갑갑했어요.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는데, 사실은 그러며 읽기를 거부했다는 걸 스스로 인정,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율리시즈에 대해 아무말도 써가지 못한데 대해, ‘너는 율리시즈에서 우주가,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데, 그걸 모르겠니?!!! 그렇게 낯선 것에 맘의 문을 닫으면, 도대체 뭘 할 수 있겠니?!!’ 하아... 율리시즈는 분명 내가 속한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였습니다. 그 곳의 일상은 나의 세계에서 접하는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다른 것은 그것을 그려내는 언어였습니다. 정말 다양한 문체로다가 그는 블룸의 하루를 그려내고 있었는데, 분명 나도 이 세계에서 겪는 일을 다르게 체험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왜 썼는지, 그는 어떤 반짝거림들을 본 것인지, 조이스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난해하기 때문에 더욱더 궁금한 이야깁니다.

알든 모르든 그의 말을 더듬어 해석해보고자하는 욕망이 없는 제 자신이 참 지루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말  육체적 힘이요.  저의 힘 부족을 절감하며, 다음 셈나까지 힘을 좀 키우고 오겠습니다ㅋㅋ 다음 세미나는 1,2월 휴식기간을 가진 후 3월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름하야 들뢰즈와 문학! 3월, 봄이 시작될 그때 뵈요 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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