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0317 셈나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6-03-11 17:27
조회
3611
이선희쌤, 박경혜쌤, 이미현쌤, 신현숙쌤, 건화, 소현쌤, 미영쌤, 진희쌤, 은하쌤, 현옥쌤 모두 반가웠습니다. (쿠누쌤 담주 꼭 오세요!)
간만에/처음 한 문학셈나 다들 어떠셨는지요. 전 재미졌는데 ㅎㅎ

이번 학기 함께 읽을 텍스트 중 워밍업 삼아 하기 가장 좋은 텍스트인 것 같아 앨리스를 제일 먼저 읽었습니다.
역시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에게 동화책으로 읽어준 경험, 어렸을 때 동화와 만화로 접한 경험, 이번에 새롭게 읽으며 놀란 경험 등으로 꽤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만 추려볼까요.
앨리스의 기억이 한쪽 방향으로 흐르는 데 반해 여왕은 미래를 기억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먼저 반응해서 앨리스와 독자를 황당하게 하지요.
현옥쌤이 책에서 인용한 '오늘의 잼' 에피소드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결코 오늘의 잼을 먹을 수 없다, 언제나 어제의 잼과 내일의 잼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흐른다고 생각하고, 이 같은 시간관 위에서 자신을 정초합니다.
그런데 거울세계에서는 그런 규칙이 와해되고 의미들이 다방향으로 튀지요.
진희쌤은 그래서 우리가 환상이라 부르는 것이 실재이고, 현실이라 여기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이 아닐까 하셨는데요.
현옥쌤은 그건 그저 이쪽을 저쪽으로 대체한 데 불과한 것일 뿐, 작품이 보여주는 다방향성과는 다르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들뢰즈가 설명한 것처럼 넌센스는 센스를 파괴합니다. 하나의 의미를, 일방향성을, 고정된 동일성을.
그랬을 때 방향은 단순히 전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이 사라짐으로써 복수의 방향이 출현하게 되지요.
말장난이란 게 단지 한 단어에서 특정 의미를 제외하고 다른 의미를 새로 새겨넣는 것이 아니잖아요.
의미들이 이리 튀고 저리 튀고, 하나의 뜻으로 수렴하기 불가능한 것, 이것이 저것의 은유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 이게 루이스 캐롤의 등장인물들이 일삼는 말장난인 것 같습니다.

새로 오신 선생님들도 공통과제는 없었지만 재미있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박경혜 선생님은 팀버튼 감독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미처 느끼지 못한 주제와 모티프들을 발견했다고 하셨죠.
영화 속 앨리스는 원작과 다르게 십대의 사춘기를 보내는 소녀입니다.
이 소녀가 세계에 대해 느끼는 감각, 그녀가 느끼는 성장은 단지 오늘 이만큼 내일 저만큼 자라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녀가 이상한 나라에서 겪는 온갖 모험,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 이런 게 그녀의 성장을 표현하는 것 같다 하셨어요.(맞나?^^;)
실은 수요일 저녁에 하는 절차탁마 프로그램에서도 채운쌤이 비슷한 말씀을 하셨죠.
성장이란 단선적 시간 안에서 진보하고 발전하는 게 아니라 생성의 차원에서 다양한 힘들을 느끼고 그 가운데 분열하고 진동하는 것, 이라고.
그런데 같은 주제라 해도 루이스 캐롤이 언어를 가지고 이를 시도했을 때와 팀버튼이 영상 안에서 이를 시도했던 것은, 분명 다른 점이 있을 텐데 그게 궁금해집니다.
실은 팀버튼의 영화를 못 봤고, 영화란 단지 문자를 그대로 실현하기 위한 툴이 아닐 테니까요.

이선희쌤은, 언어란 게 하나의 의미로 고정된 게 아니라면, 누구나 자기 언어를 가진 것이라면, 실생활에서 내가 타인과 대화할 때 겪는 이 괴로움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 물으셨습니다.
중학생 아들과 전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절망감(?)을 느끼신 게 바로 전날이라고ㅎ
건화는 언어는 모두의 것이라 했지만, 몇몇 선생님들 말씀대로 이런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겠어요.
언어는 공공의 산물이고 공인된 것, 합의된 것이 아니라 사건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거꾸로 언어가 매번의 사건을 출현시키기도 하고요.
그러므로 대화가 내 의지대로 흐르지 않는 것, 나의 의미망과 그의 의미망이 서로 합치되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
이선희쌤과 아드님 사이의 대화는 그러므로 언제나 전쟁 같은 것일 수밖에 없는 것... ㅋㅋㅋ
하지만 서로를 합치시키겠다는 욕심만 버린다면 새로운 사건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도.
앨리스와 험프티덤프티, 체스퀸, 트위들디-트위들덤 형제가 하고 있는 게 그거잖아요.
저것이 대화인가 아닌가 싶은 대화를 잘도 나누지요. 물론 때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기야 하지만 ^^

자, 다음 시간에는 여기 이어 루이스 캐롤의 또 다른 작품 <실비와 브루노>를 읽겠습니다.
책이 두껍지만 삽화가 많고 여백도 많아 한 주 동안 읽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거예요.
모두 즐독하시고, 반드시 공통과제 해오셔요.
간식은 은하쌤께서 준비해주시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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