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0324 세미나 공지 및 후기

작성자
정은하
작성일
2016-03-19 22:54
조회
552
<실비와 브루노>는 우리가 흔히 소설 또는 문학의 기본요소들 - 서사, 메세지,목적 이러한 것들이
모두 배제되어 있는 이상한 동화입니다. 그래서 인지 이야기의 단락과 단락 사이의 어떤 개연성,
인물들의 행위의 목적 , 작가의 의도와 결론 이러한 것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그 다음부터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무척 당혹스렇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루이스캐롤은 <실비와 브루노>를 통해서 문학을 이해하는 방식을
단순히 내용, 서사, 메세지라는 제한된 관점 보다는 그것외의 다른 요소들 - 이야기의 형식과 언어 그 자체를
가지고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문학의 문외한의 저로서는, 책을 그것의 줄거리가 아니라 그것의 형식 또는 언어라는 관점에서 먼저 생각해 본다는 것이
참 낯설고 어려운데요, 수경샘의 말대로, 언어로 쓰여진 문학에 대해 공부 하려하면서 그것의 수단인 언어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은 계속해서 지니고 가야하는 문제인것 같기는 합니다.
<거울나라속의 앨리스> 도 그렇고 <실비와 브루노> 안에서 전혀 언어는 소통과 공감을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언어는 더 이상 고정된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기존의 의미를 무화시키고,
어떤 때는 하나에 여러 의미를 중첩해서 담아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무런 의미도 담지않고 사용될 때도 있습니다.
이런것은 언어가 선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면서
그것의 용법과 의미는 계속해서 새로 만들어지고 변하면서 절대로 고정된 것으로
실체화 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의 속성에 대해, 수경샘이 '스나크'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것이 기억에 남는데요
이정우 선생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그것은 실존하지 않지만 언어 안에서 존속하는 것,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곳에 있지 않고
놓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거기에 와 있는 스나크 같은 것이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으나 존속한다."
이 표현을 읽으면서 뭔가 요정 또는 환상이라는 것들에 관한 묘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실비와 브로노> 의 이야기 역시 현실과 환상이라는 두 분리된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어느 순간 어느것이 환상이고 어느것이 현실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세계가 포개지고 섞이게 되어 있지요.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현실의 세계처럼 고정된 세계로 잡아놓을 수도 없는 요정의 세계
와 같은것, 그것이 언어라는 것을 두 세계를 통해 루이스캐롤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다음 세미나 모임에서는 보르헤스의 <픽션들> 입니다.
분량은 수경샘이 댓글로 달아주실 겁니다. ^^
전체 2

  • 2016-03-20 10:46
    이미 열어보셨겠지만 픽션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그 중 1부 '두 갈래로~' 읽고 만나면 될 것 같네요. 우리 관념과 상식을 깨줄 무시무시한 직관과 사유를 만나시게 될 겁니다. 공통과제 쓰기가 만만치 않을 텐데, 모두들 열독 즐필하시길. 마음 닫아걸지 마시고 성실히 읽고 만나요 ^^

  • 2016-03-22 12:20
    아 그리고 간식은 신현숙쌤~ 든든한 것으로다 부탁드림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