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동사서독  &  동사서독 숙제방

<장자> '산목' 후기

작성자
김완수
작성일
2017-10-28 07:27
조회
99
후기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계절이 바뀌는데 적응을 못해 며칠 고생했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것을 체감하면서도 대응을 제대로 못한 탓입니다.

산목에서는 오랜만에 다시 쓰임의 문제가 등장합니다. 내편에서는 초지일관 쓸모가 없어 오히려 장수하고 온전한 삶을 누리는 무용지용(無用之用)만을 말하다가 여기서는 울지 못해 오히려 식탁에 오르게 되는 거위의 예를 등장시켜 혼란을 줍니다. 언뜻 보면 논리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 같지만 장자가 무용의 용을 강조한 것은 무용의 장점을 열거해 그 쪽 방향으로 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가치 있는 것으로 용을 추구한 결과가 기대와는 달리 스스로를 해쳐 전생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초래함을 알라는 것입니다.

산목편에서는 용(用) 대신에 재(材)를 이야기합니다. 비슷한 단어들이기는 하지만 용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미 이루어진 가치체계의 영역을 나타내고 이에 비해 재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다른 것 같습니다.

재와 부재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제자의 질문에 장자는 재와 부재의 사이를 택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화를 면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어떨 때는 재의 상태로 또 어떨 때는 부재의 상태로 되려한다면 필시 세속의 번거로움이 따를 것이니 소요유에서 밝힌 것처럼 열자처럼 바람의 힘마저도 빌리지 않고 천지의 올바름에 올라타고 육기의 변화를 몰며 제약 없이 노니는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그 상태를 장자는 부유(浮遊)로 나타냅니다. 한곳에 뿌리박지 않고 이리저리 떠다니는 것인데 자유로움의 궁극적인 상태이나 세속의 언어로 바꾸면 정처 없는 삶이라고 합니다. 정처 즉 정해진 곳이 없이 삶이 어디론가 흘러간다는 것이 주는 어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크건 작건 삶에는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람 있는 삶이라는 것이 사회의 통념인 듯싶은데 장자는 그것과는 아주 다른 삶을 말합니다.

빈 배 이야기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내용이 약간 다릅니다. 부딪힌 배에 화를 내다가 그 배가 빈 배임을 알고 노여움이 사그라지는 것은 동일한데 예전 책에서는 그 경험을 되살려 어떤 비지 않은 배가 부딪히더라도 그 상대방 배는 빈 배라고는 것을 알라로 끝나는데 장자는 자신의 배 자체를 빈 배로 만들라고 합니다. 자신을 포함해 세상의 모든 배가 빈 배라는 것을 알라는 것과 세상 모든 배가 빈 배든 아니든 나는 빈 배가 되어 그 속을 부유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인데 알라는 것과 되라는 것의 차이이다. ‘알면 그리 된다’라고 하였으니 두 가지는 결국 같은 말이겠지요.
전체 1

  • 2017-10-30 09:50
    어떤 배이든 그것이 빈 배라는 것을 알라...결국 상대가 빈 배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것은 나 자신이 세상을 보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네요! ㅇ0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