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F절차탁마 4월 18일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8-04-12 19:28
조회
106
어느새 지식의 고고학도 절반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언표에 대한 제 이해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네요. ㅋㅋㅋ;;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있나 싶은데, 채운쌤은 이해가 안 되는걸 괴로워하기보다 이해되는 걸 만나면 기뻐하라고 하셨습니다. 채운쌤도 처음 푸코를 볼 때는 뭔 소린지 모르셨다 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야겠습니다. ㅋㅋ 그러니 이번에는 ‘느낌’을 최대한 자세하게 아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어요!

 

지지난 시간부터 이어져 온 채운쌤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푸코가 말하는 역사의식(혹은 작업방식)을 배우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어떤 점에서 유용성을 가지는지를 생각해보라는 것이었죠. 책은 책대로, 푸코의 역사의식도 그와 따로 떨어져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채운쌤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식의 고고학의 내용들이 어떻게 푸코만의 작업, 역사의식을 보여주는지 연결하면서 읽어야할 것 같아요. 그러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면 미리 여러 번 읽어야 가능하다는 사실! 읽히지 않는 책을 한 줄, 한 페이지 넘기며 각고의 시간을 잘 견뎌봅시다. 혹시 혼자서는 잘 안 된다면 규문에 오셔서 같이 읽고요~

 

이번 시간에는 ‘언표’를 이해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도대체 ‘말해진 것’이란 무엇인지, 언표를 통해 역사를 볼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푸코는 왜 머리 아프게 언어가 아니라 언표를 가져온 것인지 등등.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어느 정도 푸코를 읽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죠?

푸코는 언어가 사물을 온전히 반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광기의 역사》에서 광인이 시대마다 다르게 출현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언어 이전에 존재하는 순수한 대상이란 없으며, 나아가 그 대상을 완전하게 포착할 수 있는 언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상은 항상 대상에 대한 인식과 함께 출현합니다. 따라서 푸코는 각 시대마다 지식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살피고자 했고, 이 작업을 통해 역사가 연속되지 않는다는 것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채운쌤이 물어보셨듯, 그래서 이런 작업이 과연 어떤 지점에서 유용함이 있을까요?

우리는 역사를 연속된 시간성으로 파악합니다. 가령, 우리는 프랑스혁명을 생각할 때, 그것은 프랑스 군주의 절대권력을 자랑하던 시기인 통칭 앙시앵 레짐으로부터 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핍박받던 부르주아, 농민들이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봉기하여 혁명을 전개했고 그 결과 자유, 평등, 박애와 같은 가치들이 탄생했다.” 이게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프랑스혁명이라는 사건이 가진 역사적 의의입니다. 그러나 정말 프랑스혁명이라는 사건 하나가 이전과 이후를 눈에 띄게 바꿀 만한 ‘역사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우리는 무엇에 대해 ‘역사적이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때 ‘역사적이다’, ‘역사성’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역사적인 사건이 무엇을 바꾸었는지 생각해보면, 그것은 매우 추상적인 것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삶을 확 뒤바꾸는 중요한 조건으로 기능하지는 않습니다. 10년만 돌이켜봐도 분명 우리의 삶은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변화의 중심이 무엇이라고 딱 짚어 말하기란 어렵습니다. 비슷하게, 역사적인 무엇이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역사 속에서 역사성을 발견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가진 인식의 틀로부터 과거를 재단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프랑스혁명이 역사적인 이유는 우리가 거기에 인권의 개념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푸코는 이렇게 지금 우리가 가진 인식으로 과거를 일렬로 세워놓는 것과 같은 역사적 서술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가진 인식의 자명성을 의심하기 위해 과거 특정 시대의 담론을 구성하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뭉뚱그려 말하면, 이 과정이 고고학이겠죠. ㅎㅎ;;

고고학적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푸코는 언어가 아닌 다른 기호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푸코는 언어가 아니라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말해진 것(言表)을 대상으로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푸코가 서문에서 말한 문서를 기념비로 변환하는 작업입니다. 즉, 텍스트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언표를 그것이 놓인 시간과 공간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언표가 속한 담론을 구성해내는 것이죠. 푸코 본인이 이미 이 고고학적 탐사를 《정신병과 심리학》, 《광기의 역사》를 통해서 수행했습니다. 그는 각각의 저서에서 각 시대마다 상이한 지식의 출현, 다르게 구성된 지식을 밝힘으로써 우리가 생각하던 자명성이란 없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역사에 어떤 보편성이 있지 않다고 할 때, 새로운 문제가 출현합니다. 과거로부터 어떤 자명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면 역사는 무엇을 포착해야 할까요? 이 점에서 역사가의 문제의식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때의 문제의식은 역사에서 무엇을 발견하고자 미리 상정하고 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고학적 탐사를 통해 푸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이론이 깨졌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가령, 감옥의 역사를 그릴 때, 그는 감옥 안에 있는 사람이 정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지 알고자 했습니다. 그는 분석을 통해 감옥이 그 자체로 따로 분리되어 존재한 게 아니라 신체에 가해지는 형벌의 변화(스펙터클한 쇼로서의 신체형으로부터 순종적인 신체를 만드는 감금형까지) 속에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형벌의 변화는 권력의 작동방식과 맞닿아있으며, 권력은 감옥 밖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푸코가 역사를 이런 식으로 구성한 것이지 원래부터 그랬다는 역사를 복원시킨 것이 아닙니다. 즉, 인식과 함께 대상이 출현한다는 주장을 자신의 역사서술로도 보여준 것입니다.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네요. 요런 멋쟁이.

어쨌든, 이처럼 푸코의 역사적 작업은 “과거는 이랬다”를 구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항상 현재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지점에까지 이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푸코가 “현재의 역사가”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식의 틀로 역사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하하@_@

지식의 고고학 말미에서 푸코는 문서고를 여러 정의로 설명하고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한 시대의 담론이 잠재된 기록보관소라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여전히 이해가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댓글로 도와주세요!) 그러나 문서고를 실제로 저자를 갖지 않는 기록들이 모여 있는 문서고에만 국한하지 않고 역사적 사료를 대하는 태도로 이해하는 게 더 정확할 듯합니다. 저자가 있는 텍스트 또한 언표로서 취급하기. 이 과정이 숙달돼야 고고학적 작업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겠죠. 아직 감도 안 잡히는 상태지만 ㅎㅎ

 

정작 언표에 대한 얘기가 거의 없었네요! 간단하게 비은폐성과 비가시성만 덧붙이고 끝내겠습니다. ^^;;

저번 시간에 살펴봤던 내용은 언표가 단일한 의미를 가진 단위가 아니라 기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언표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봤는데, 이번 시간에는 그 네 가지를 또 다르게 설명한 비은폐성과 비가시성을 이해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언표가 비은폐적이라는 것은 언표가 말해진 것 이상의 어떤 심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고, 비가시적이라는 것은 언표가 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도 갖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비은폐성은 다들 쉽게 이해하셨을 것 같으니 비가시성만 좀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저번 시간에 정리했던 네 가지 기능 중에서 “하나의 언표는 언제나 다른 언표들이 기식하는 여백들을 가진다.”(144)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고고학으로 말해보면, 고고학자는 말해진 것을 대상으로 작업을 수행하지만, 담론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언표가 다른 언표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담론의 형성을 살피는 과정에서 언표의 관계들을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담론이 그 시대에 어떤 인식의 틀로 작동됐는지 알게 되는 것이죠. 이게 맞나 잘 모르겠지만, 고고학자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걸 상상하면서 책을 읽으면 좀 더 잘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4장 고고학적 기술에서 ‘고고학과 지성사’와 ‘시원적인 것과 규칙적인 것’까지 읽어 오시면 됩니다.

숙제는 역시 ① 4장의 각 챕터를 한 단락으로 정리하시고, ② 푸코가 왜 역사를 분석할 때 언표를 가져왔는지, 언표라는 개념을 통해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등등 언표에 대한 총체적인 정리를 해오시면 됩니다. 이번에도 험난한 과정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건화형과 저도 미국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남은 시간 푸코님과 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모두들 좀 더 힘을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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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15 01:00
    저는 푸코가 문서고를 두고 왜 자꾸 '체계'라고 설명하는지 궁금했었습니다. 수업을 듣고 나서, 문서고란 언표들이 여러 겹의 계열 속에서 수정되고 파기되고, 변환할 수 있게끔, 그 언표적 규칙성을 나타나게 해주는 존재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즉, "언선들을 그들의 복수적인 실존 속에서 분화시키고 그들을 그들의 고유한 지속 속에서 특이화시키는 존재"[지식의 고고학, 188쪽] 아카이브를 저자가 있는 도서관으로 보지 않고, 심지어 도서관조차 언표의 규칙성들이 놀이하는 문서고로 보다니! 요런 멋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