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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 동사서독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6-19 17:00
조회
174
170624 동사서독 공지

 

<장자> 내편에는 ‘성(性)’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습니다. 내편에서 인간은 무엇을 따라 살아야 하는지 묻기는 합니다만 그것의 답은 도추(道樞)라든가 천도(天道)와 같은 자연 질서를 일컫는 말이죠.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가 한가득인 [재유]을 비롯한 외편은 이것이 쓰인 시대가 인간 본성에 대한 논의가 다양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장자 후학이 외편에서 성(性)을 말하는 목적은 한가지입니다. 문명을 비평하는 것이죠. 내편에서는 본성 대신 덕(德)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인간들에게 인위적인 문명을 가하지 않은 상태를 말할 때 외편은 본성이라고 말하는 한편 내편은 덕(德)이라는, 인간의 완성된 내면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문명이 ‘선의의 문명’이라는 사실입니다. 문명은 우리를 편안하게, 좀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하지 결코 우리를 해치거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문명의 모순을 알면서도 그것이 주는 이로운 점을 취하는 것도 그만두고 싶지 않아합니다. 기껏해야 문명의 폐해를 제거하고 이로운 점은 그대로 두고 싶어 하는 것이죠. 하지만 문명 비판이란 ‘제대로 된 문명’, 혹은 ‘진정한 문명’을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명의 폭력이란 눈에 드러나는 나쁜 것이 아니니까요. 문명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을 만들어 냅니다. 이전에는 전화기만 있으면 되었는데 이제는 좋은 카메라가 있는 스마트폰은 필수적이죠. 계속해서 우리에게 좋은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또 그것들을 계속 양산하는 것이 문명입니다.

공자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고 했습니다. 공자의 사상 인(仁)입니다. 왜 나에게 좋은 것을 남에게 주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우리는 내편에서 숙과 홀에 의한 혼돈의 최후를 읽었습니다. 숙과 홀은 순전히 선의에서 “내가 좋은 것을 너에게 주겠다.”고 말하며 혼돈에게 구멍을 뚫었죠. 이것은 일종의 침략 논리입니다. ‘내가 좋은 것이 너에게 없구나“ 하고 차이를 발견하면 곧장 동일하게 만들어 버리려고 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결여를 만들어 냅니다.

문명을 비판한다는 것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다 없애자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유]편에서 말하듯 그런 것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그래서 ‘변무’를 비롯해서 장자 무군파는 문명과 ‘군더더기’ 이미지를 빗대었죠. 문제는 그 군더더기가 누구나 추구해야 하는 것이 되었을 때입니다. 왜 우리는 무엇인가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비판은 그것이 좋으냐 나쁘냐, 필요한가 아닌가를 가르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근본적인가가 중요합니다. 여기에 대안은 없습니다. 이것 말고 저것을 추구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니까요. 아나키즘의 대표적 인물인 크로포트 킨은 아나키즘의 비전을 물을 때 자연을 보라고 했습니다. 자연은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 목적 없는 세계인데도 질서가 있고 제각기 자신을 펼쳐내는데 인간만은 유독 문명의 덫에 걸려 모두가 똑같이 사는 것을 추구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 같은 것은 없는데도 말이죠. 왜냐하면 그렇게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문명은 계속해서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으니까요.

장자는 일찍이 안명(安命)하라고 했습니다. 장자 후학은 그 성명(性命)을 따라 편안하라고 했고요.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 이상으로 보거나 누리려고 하지 않는 것은 계속 이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만큼의 에너지가 들고 긴장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후기는 정옥쌤

다음 시간은 천지(天地)편 7장까지 읽어옵니다. (178p까지)

내편과 연관하여 공통과제를 써 오시고요.

간식은 은남쌤, 이응언니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전체 2

  • 2017-06-20 08:47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온갖 문명이며 도덕이라는 건 끊임없이 인간을 결핍감 속에서 노예로 살아가게 만드는 건 분명한 듯~~<외편>은 문명의 논리적 본질과 매커니즘에 대해, 그 근본적인 조건들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같다. 글고, 쩌 위에 니가, <내편>에 자주 언급되는 '덕'이란게 '인간의 완성된 내면'을 말한다고 써논 거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네 ㅎ

  • 2017-06-20 11:25
    시간이 흘러도 문명은 기술만 달라질 뿐 그 본질은 여전한 것 같네요. 어떻게 2천 년 전의 철학이 여전히 유효한지 신기하네요..! / 문명이라는 조건 안에서 살아가는 이상 초연한 태도를 지니기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