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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동사서독 후기/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7-06 17:57
조회
144
170708 동사서독 공지

장자는 어느 부분을 가지고 분류를 해야 할지 헷갈리는 텍스트입니다. 심(心)? 정치? 인식? 이 구분이 쉽지 않고 또 어째 그 말이 그 말인 것 같아서 쉽게 뭉개버리고 싶어지죠. 장자는 만물제동을 말한다더라~ 비우라고 한다더라~ 하고요. 거기다 텍스트가 워낙 균질하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좋은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_= 특히 이번에 읽는 <장자> 외편의 경우는 더더욱 일정하게 정리가 안 되네요.

외편의 어떤 부분을 가지고 올 것인가. 1. 텍스트 자체의 내적 구조를 이해하고 2. 이 텍스트를 읽는 나의 현재적 지점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자>는 장자대로, 나는 나대로 따로 놀게 됩니다. 가뜩이나 비균질적인 텍스트인데 나도 그 시대도 없는 맥락에서 장자를 만나면 너무 막막합니다ㅠㅠ 하지만 <장자>를 읽으며 모순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읽고 뭘 의미하는지 읽어내 보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 모순을 봉합해서 매끈하게 만들려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장자적이지 못한 것 같아요.

이번 [천지] 편에는 기심(機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두레박을 거부하는 노인이 하는 말이죠. 기계를 만들면 반드시 기계로 인한 일이 생긴다는, 기계의 편리함에 좌우되는 마음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이전에 장자는 지구 두 세 바퀴를 너끈히 돌곤 하는 마음의 요동치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톡 치면 무슨 촐싹대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공중제비를 돌고는 하죠. 그런 마음을 가진 인간은 한 개를 가지면 두 개를 욕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족이라는 것이 없지요. 그러므로 그 노인은 기심이라고 하여 애당초 끊어버리겠다고 얼굴을 붉히며 말한 것입니다.

노인의 말을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 더 편한 것이 나오더라도 내 마음을 위해서 불편을 고수하는 고집이라고 봐야 할 것일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면 이미 우리에게는 두레박 유무로 인한 편리/불편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두레박이 있으면 더 편하고 두레박이 없으면 더 불편한데 노인은 그런 것을 모르고 괜한 고집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보면 노인은 불만족한데 억지로 고집부리고 있는 것으로만 보입니다.

자족이라는 것은 어떤 상태에 도달하면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두레박을 갖게 되면 그때 만족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인 것이죠. 인간은 더 많은 두레박, 더 편리한 두레박을 원할 것입니다. 나중에는 두레박을 쓰지 않아도 되는 더 편리한 상태까지 생각을 밀고 나갈지도 모르죠. 그러면 설령 노인이 농사를 그만두고 떵떵거리며 살더라도 그건 만족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족이란 늘 있는 상태에 만족하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노인은 두레박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족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노인은 두레박을 써서 더 많은 잉여를 만드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농사를 짓고 그러면서 자신을 구성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두레박에 국한되어 기쁨과 편리를 느끼면 그것은 곧 기심에 의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장자에서 본성은 무엇일까요? 인간은 욕심 없이 났지만 물질적인 것이 마련되면 바로 거기에 마음이 붙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안다면 노인과 같이 기심을 만들지 않기 위해 스스로 두레박을 쓰지 않겠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 건 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게 아니라 더 자기 본성에 맞는, 그래서 더 유익한 일이라고 판단되는 것을 하는 것에 가까울 것입니다.

고정된 신체와 마음이라는 상은 빨리 버려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의 신체와 마음은 전혀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자유로운가, 가벼운가의 문제입니다. 즉 변이능력이 있어서 얼마나 외부와 접촉할 때 수동적이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죠. 그러다보니 동양에는 모두를 이끌고 돌진하는 영웅의 상이 부재합니다. 빛이라든가 지금보다 더 나은 인간이 구원하는 상이 드문 것입니다. 이런 건 장자 텍스트에서 소위 문화영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가를 돌아보면서 생각해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다음편은 [천도], 그리고 프린트로 나누어 준 리우샤오간 텍스트 읽어옵니다.


발제는 완수쌤

간식은 혜원, 하동쌤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전체 1

  • 2017-07-07 15:20
    혜원~~, 내일 학생 지도할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겠어. 3시쯤 갈 수 있을 듯해. 내 간식까지 니가 준비 좀 해줘. 미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