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n

4월 11일 금강경9-12 후기

작성자
동하
작성일
2016-04-16 13:55
조회
540
수업에서의 단단했던 마음이 시간이 흘렀다고 이리 가물가물해지다니요. 늦었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복기해봅니다. (부족한 것은 수경샘의 세심한 공지글에 있습니다.)

지난시간은 9분 일상무상(一相無相)에서 12분 존중정교(尊重正敎)분까지 공부했는데 10분 장엄정토(莊嚴淨土)분에서 드디어 금강경의 한 문장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住而生其心)이 나왔습니다. ‘응당 머문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 완수샘, 은하샘, 락쿤샘, 저까지 공통과제가 대부분 집중되었던 것인데요. 락쿤샘, 수정샘이 이번 기에 새로이 함께 하셨는데 두 분다 목소리까지도 씩씩하고 활발한 분위기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쏟아주셨습니다.

은하샘은 우리존재는 현실메커니즘의 사회적 윤리에서 자기의 윤리를 만들어 갈 수밖에 없는데 설의선사의 ‘마땅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에서 이 마땅한 마음이 뭔가, 이것도 하나의 도덕률 같은 것으로 읽히고, 공자의 의(義)로 풀어낸 것이 의아하다고 하셨는데 완수샘께서 그것이 이(理)나 성(性) 같은 것, 존재의 본성을 따르는 뜻이 아닐까 라고 답해주셨지요. 자성(自性)이 곧 불성(佛性)이라는 점에서 모두의 고개가 끄덕끄덕.

수정샘은 공통과제에서 ‘머문 바 없이 그 마음을 낸다’는 것은 과행일치(果行一致)다 라고 하셨어요. 과(果)는 자신이 행하는 과정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인데 글로 정리를 하다 보니 어법상 과(果)를 실체화하는 실례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떻게 의미를 한계 짓고 굴절시키는 것인가, 다시금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채운샘이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서술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언어를 분절적 이미지로 붙들 것이 아니라 흐름을 잡아야 한다는 것, 시인이나 명상가는 아니더라도 그처럼 다르게 보려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수경샘이 공통과제에 쓰신 시간성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생각되는 점이 많았는데요, 요즘 들뢰즈문학세미나에서 다루는 소설들의 대부분이 그간 익숙했던 과거-현재-미래라는 단선적인 시간이 아니라 차원을 넘어서는 시간의 이미지(인셉션, 매트릭스 보다 더한)를 그리고 있어서 너무 헤매고 있는데 오랜 옛날에 쓴 불경에서 시공자체를 무한으로 놓고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완수샘의 수미산도 그런 의미로 쓰신 것 같고요. 찰나찰나가 영원의 시간과 다를 바 없다는 깨달음의 세계가 무엇을 한정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 연기법조차도 그러하니까요. 일시(一時)-그 때- 사방에서 매순간 우리는 부처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복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복을 복이라 안온하게 생각하면 안되지 라는 어떤 목소리가 바로 뒤따라 나옵니다.@@

채운샘은 강의시간에 응무소주이생기심을 설명하시면서 무소주(無所住)란 꼭 그러함이 없다는 뜻이며 도덕률 같은 것은 없다, 불법에서는 보편도덕이라는 것은 없고, 있다한다면 계, 정. 혜가 있을 뿐이라고 하셨지요. 우리 스스로 보상메커니즘에 익숙하여 기대하고, 집착하고, 욕심내고 하는 그것이 번뇌인데 이 번뇌 자체가 과(果)를 얻겠다는 마음이다. 수행은 바로 지금 나의 행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신체의 감각을 다르게 느끼는 훈련을 하는 것이 나 자신의 윤리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하셨지요.

이번 경에서 무쟁(無諍)이라는 말에 꽂혀서 공통과제를 썼는데 채운 샘이 무쟁(無諍)이 아니라 쟁(諍)을 해야 견고한 아상을 깰 수 있지 않은가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유의법의 세계가 아직 중요한 이유가 경험의 세계에서 자기 자신이 부딪치고 있는 지점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색(色)의 세계에서 나를 흔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싸워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나의 견고한 표상을 지우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우선이지 않을까 하셨는데.. 불경을 읽을 때마다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부딪치고 있는 일상을 선지식들은 뛰어 넘어 계시니까 나의 일상이 사소하고 되돌아보기 싫고 그런 마음이 들었고 제게 있어서 불경 자체도 내가 도달해야만 하는 하나의 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주말을 보내며 제가 어떤 상에 자주 휘둘리고 있는지 잘 보아야겠습니다.

다들 머무르지 않는 주말 보내시고 월요일 만나요~^^

다음 주는 에델만의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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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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