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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전 역사의 탄생 2강 <춘추좌전>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07-28 09:53
조회
148
 

 

<서경>에 이어서 <춘추좌전>을 만났습니다. 사실 강의듣기 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저 같은 무식이가 재밌게 들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참 재밌더군요. ㅋㅋㅋ 저번 시간에는 누런 도끼 들고 쳐들어가는 무왕이 재밌었고, 이번 시간에는 나이 50이 되어도 여전히 뭇 남성들의 마음을 후리고 다니는 하희의 뜨거운 이야기가 재밌었습니다. 특히 중국 고전을 공부하면서 제가 가졌던 고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편견이 깨지고 있습니다. 고전은 어쨌든 좀 딱딱할 줄 알았는데, 웬걸 요즘 정치나 아침드라마보다 더 막장입니다. 무도한 세상이 뭔지 사실 잘 몰랐는데 온갖 뒤통수와 불륜이 난무하던 시대였습니다. 만약 제가 글을 잘 썼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지금의 언어로 적절히 잘 풀어내봤을 텐데 재주가 없으니 그냥 재밌게 듣기나 해야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막장들이 벌어질지 참 기대됩니다.

<서경>과 <춘추좌전> 둘 다 공자가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서경>이 공자가 정말 썼는지 아닌지 가리지 않았던 것처럼, <춘추좌전>의 작자가 공자인지는 집요하게 판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춘추좌전>이라는 텍스트는 <춘추>와 <좌전>이라는 서로 다른 텍스트가 하나로 합쳐진 것입니다. 저자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내용부터 차이가 납니다. <춘추>에 있는 것이 <좌전>에는 없기도 하고, <좌전>에는 있는 것이 <춘추>에는 없기도 합니다. 이를 유경무전(有經無傳), 무경유전(無經有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춘추>의 기록은 노 애공 14년(고문<춘추>의 경우에는 애공 16년)까지고, <좌전>의 기록은 노 애공 27년까지입니다. 다른 텍스트였던 이 두 개를 하나의 텍스트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서진(西晉)시대의 두예(두보의 선조)라는 사람의 작업 때문입니다. 두예는 <춘추>와 <좌전>을 합쳐서 정리해서 <춘추좌씨경전집해>라는 책을 냈고 <춘추좌전>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합니다.

<춘추>는 공자가 지은 것으로 편년체를 사용한 노나라의 공식 연대기록입니다. <춘추>를 보지는 않았지만 우쌤이 발췌해오신 부분만 봤을 때 정말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누가 몇 년에 어디로 갔고 언제 돌아왔다.’ 이런 얘기만 있습니다. 반면에 <좌전>은 좌구명이 지은 것으로 <춘추>에 대한 해설서 중 하나입니다. 좌구명이란 사람이 쓴 <춘추>라는 경(經)에 대한 해설서(傳)라는 의미에서 <좌전>입니다. <좌전>말고도 <공양전>과 <곡양전>이 있는데, 우쌤은 이중 <좌전>이 제일 재밌다고 하셨습니다. 5년에 걸쳐서 원문으로 읽으셨다는데 저도 한번 시도해볼까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연락 주세요. 저랑 큰 그림 그려보죠! ^^

좌구명도 <좌전>의 저자인지는 불확실합니다. 일단 그 전에 좌구명이란 사람 자체가 불확실합니다. 이 사람이 <좌전>을 지은 이유는 여러 설이 있는데, 공자 제자들이 공자의 말을 정리한 것이 잘못됐기 때문에 자신이 그 말을 정리해서 지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누구는 좌구명이 공자의 제자였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근데 <논어>에 나오는 “좌구명이 부끄러워한 것을 나도 부끄럽게 여겼다.”는 구절을 보면 공자의 선배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여튼 누구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좌전>의 분량 자체가 어마어마해서 도저히 한 사람이 쓰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우쌤은 <좌전>이 방대하긴 한데 너무 수다스럽다고 해서 수다학이라고 하셨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이게 참 재밌습니다. 이번에 재밌게 들었던 정장공, 석작, 하희 등등의 이야기는 모두 <좌전>에서 나왔습니다. 이밖에도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가 많을지 궁금해집니다.

우쌤은 <춘추좌전>을 읽을 때 다양한 코드로 읽을 수 있지만, 일단 권력이 이동하는 것을 주목하면서 읽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제후의 권력이 대부로, 대부의 권력이 그 밑의 신하로 이동하는 흐름이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은 군주와 자식, 신하 사이의 갈등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권력다툼에서 패한 누군가가 꼭 이웃나라로 도망치고 그러면서 국내의 권력투쟁이 국제싸움으로 커지면서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이때 문제가 더 커지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과거시험에 자주 나오는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국제사건을 두고 논술시험 보는 것과 비슷한 걸까요?

정장공의 얘기부터 살펴보면, 정장공의 이름은 오생(寤生)입니다. 이름이 오(寤)인 것도 어머니인 무강이 낮잠을 자고 있는데 본인도 모르게 쑤욱 낳아버려서 오생(寤生)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여튼 무강은 장공말고도 단(段)을 낳았는데 장공은 미워하고 단은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이 세력을 키우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나중에는 내통해서 장공을 죽이려고도 합니다. 하지만 장공은 무강이 단과 내통하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고 단은 장공과의 싸움에서 패배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과거시험에 자주 나왔던 문제는 장공이 단이 세력을 키우도록 묵인한 것을 어떻게 보느냐입니다. 장공은 자신의 라이벌인 동생을 처벌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힘을 키우고 못된 짓을 하도록 판을 깔아줬다는 점에서 비판받는다고 합니다. 음....... 어머니와의 관계까지 생각하면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과거시험의 단골문제는 석작이 군주를 죽인 자신의 아들과 아들이 섬기는 주군을 죽였다는 것입니다. 석작의 아들인 석후는 주우를 섬기고 있었습니다. 주우는 자신의 형인 위환공을 죽여서 대신 권력을 차지하고자 했는데, 이때 석후가 어떻게 하면 주변나라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아버지인 석작에게 상담을 받았다고 합니다. 석작은 진(陣)나라로 가서 도움을 청하라고 했는데 이때 석작은 따로 진(陳)나라로 편지를 보내서 자신의 아들과 주우를 죽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아마도 석작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충(忠)과 의(義)라는 가치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선비로서 정의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것은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는 참 골치 아픈 문제 같습니다. 이러한 석작의 행동을 대의멸친(大義滅親)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과거시험의 문제로 자주 나왔다고 합니다.

그 다음 재밌었던 것은 하희의 이야기입니다. 성적 매력이 뛰어난 여자를 팜므파탈이라고 하는데, 50이 되어서도 남성들을 후리고 다녔던 하희야말로 팜므파탈이 아닐까 합니다. 팜므파탈이란 단어가 나온 것은 서양에서 아무리 일러도 중세시대니까 거의 팜므파탈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희가 뒤흔든 사람은 어릴 때 근친상간을 했던 오빠, 진대부 하어숙, 진영공과 공녕, 의행보, 양로, 무신입니다. 모두 한 나라의 실력자들이었고 하희를 놓고 벌인 이 복잡한 불륜은 진(陳)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로 어마어마했습니다. 하희를 둘러싼 재밌는 일화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무신이었습니다. 초장왕은 진나라를 정벌하고 하희에게 반해버립니다. 그런 초장왕에게 그의 신하인 무신은 하희는 나라를 망하게 한 여자니까 멀리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양로라는 다 늙은 신하에게 시집을 보내버립니다. 나중에 양로가 싸움터에서 죽고 하희가 정나라로 도망가자 무신도 재산과 처자식을 모두 버리고 하희를 따라가서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무신이 초장왕에게 한 말을 봤을 때 충신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자신이 하희를 차지하려 했던 것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결국 하희를 차지한 것은 무신이니까 무신이 최후의 승리자인 걸까요? ㅋㅋㅋ 하희를 보면서 노년에도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세월에 꺾이지 않은 욕망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흰머리가 돼도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하희를 보니까 이건 좀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다음 주에는 <좌전>에 정리되지 못한 기록, 좌구명의 방대한 나머지 기록이 담긴 <국어>입니다. 이건 또 어떤 충격을 줄지 궁금해지네요. 그럼 다음 주에 봬요~
전체 3

  • 2017-07-28 13:12
    흰머리가 돼도 사랑을 하고 싶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규창이가 로맨티스트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7-07-28 13:57
    엊그제 좀 늦었는데, 후기가 상세하니 아조 좋구나~~^^ 글 보니, 규창이가 공부에 대한 포부가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싶네. 5년에 걸쳐서, <춘추좌전> 원문으로 도전해 보길, 꼭!!!
    이름도 참 병맛인 <국어>, 기대해 보자꾸나~ㅎ

  • 2017-07-28 14:03
    무신 이야기를 했을 때 좌중경악 빵 터졌던 기억이 생생하네 ㅋㅋㅋㅋㅋㅋ 춘추시대 막장 드라마 넘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