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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5-07-11 11:14
조회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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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11 동사서독 과제 - 황제내경소문 19권 68편 - 수영

 

자연에 따라 산다는 것

 

이번 학기를 시작하면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이 전체 우주라는 지평에서 이루어진다는 가르침은 내게 꽤나 기쁜 소식같은 것이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마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러저러하게 주어진 삶의 방식들에 우리들을 꿰어맞출 수 없음이 어떤 점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를 고달프게 하는 것은 사회적 규준과 스텝을 따라가지 못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소우주로서 인간-나 자신이 겪지 않을 수 없고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다른 스텝과 인과, 지위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있는 것 같았다.

나름대로 기쁜 소식이었던 이 소위 ‘자연에 따르는 삶’이 요즘에는 마냥 즐겁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물에서, 태어나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까?”

“기의 들어오고 나가는 활동이 폐해지면 신기가 변화하여 멸해지고, 기의 오르고 내리는 활동을 쉬게 되면 ‘氣立(기가 서 있는 상태)’이 외롭고 위태로워집니다.

그러므로 나가고 들어오는 일이 없으면 신기(神機)가 작용하지 못하여 태어나고 자라고 왕성해지고 익숙해지고 마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되고, 오르고 내리는 일이 없으면 외기(外氣)에 의존하는 사물들의 존재가 위태로워져서 태어나고 자라고 조화되고 거두어들이고 저장하는 작업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오르고 내리고 나가고 들어오는 작업을 하지 않는 기(器. 事物)은 없는 것입니다. (...)“

 

자연에 따르는 삶이라고 하지만, 일단 우리는 이미 자연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자연이라는 것 이 사실은 위의 구절에 따르면 우리가 태어나 자라고, 갖가지 일들을 겪는 데에 이미 氣의 활동에 의존함을 말해준다. 죽고 사는 것 하나가 우리에게는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닌데, 그것은 그 일이 이미 나 자신에게 의존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점은 감동적이면서도 동시에 이상하게 망막하게 다가온다.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삶인 것이고, 또 전적으로 기의 승강(昇降) 같은 것에 의존하는 것이 내 한 목숨이니, 싶은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는 피할 수가 없고, 다른 어떤 기대를 품을 수도 없다. 모르지 않는 말인 것 같건만 어째서 이런 점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일까. 심지어 뭔가 억울(?)하기도 하다.(-..-;;) 이것이 우리가 우리의 바람과 어긋나는 일들 - 하지만 실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들 -을 만났을 때의 기본적인 태도같은 것인가.

높은 것이 높게 있고, 낮은 것이 낮게 있으며, 올라갔으면 내려가고, 내려갔으면 올라가는 것은 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또 바른 위치를 따르는 것이다. 또, 한 계절을 넘기려거든 겪지 않을 수 없는 격동들을 겪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힘들과는 작별하고 또 어떤 힘들과는 새로 만나야 한다. 우리가 좋다고 여기는 것들이 때로는 해롭게 작용하고, 동시에 우리가 싫다고 여기는 것들이 바로 좋은 것들과 같은 기운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원리로 인해 원하는 것만을 원하는 만큼 취할 수도 없는 일이다. 살아가면서의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피로함 같은 것은 바로 이 이치들이 나의 인간적인 소망들과는 역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한 나절을 보내고, 밤이 되어 침체 되는 몸과 마음만 하여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 우리 삶인데도 우리는 ‘잘 살아감’을 생각한다. 택할 수 없고 뜻대로 할 수 없음이 우리에게 잘 살아가는 일을 고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양에서 天命이라든가, 道라는 인간 삶의 윤리 혹은 목적, 방식 등도 바로 이렇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한 여름의 폭염 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한 없이 가라앉곤 한다. 모 샘이 ‘찬 것을 들이붓지 말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어째 더더욱 아무 생각 없이 뒹굴며 찬 것만 들이붓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사람들은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또 기르고, 죽네 사네 싸우기도 하고, 지구가 무너질 것 같은 고민을 하기도 하고, 기타 등등이다. 어차피 날도 더워 뭘 해도 힘에 붙일 것인데 무슨 저런 갖가지 일들을 애를 써서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또한 일각을 다투는 일들 속에 있기도 하다는 것도 분명하기도 하다. 또 한편, 딱히 사명같은 걸 받아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 고작해야(?) 기의 승강으로 지탱되는 목숨인 것인데 뭐 대단하여 이런 저런 일들을 벌이고 또 해 나가야하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허무주의는 얼마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만 또 그저 이렇게 태어나게 되었고, 또 때가 되고 기운이 흩어지면 끝내게 되는 것이 우리의 이번 삶인데 뭐가 그렇게 겁나고, 또 뭐가 그렇게 지킬 것이 있어서 몸을 사리게 되고 따지고 계산하며 마음을 부라리게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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