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동사서독  &  동사서독 숙제방

4월 22일 동사서독 후기

작성자
현옥
작성일
2017-04-24 16:46
조회
218
오늘 스승님의 말씀은 우리의 공부에 대한 걱정과 당부의 말씀이 요지였는지라 정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혹여 제가 왜곡하거나 빼놓은 것이 있으면 꼭 첨부해 주십사 당부 드리며 시작합니다.

문제의 시작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왜 맨날 똑같은 글을 쓸까요?”

똑같은 글이라 함은 질문이 없는 글, 다시 말해 질문이 조금도 바뀌지 않는 글이죠. 사실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은데 어째서 질문이 바뀌지도 않고 새로 생기지도 않는 걸까요? 제 경우를 생각해보면 우선 시간이 임박해서 과제를 쓰기 시작한다는 게 문제인 듯합니다. 기껏해야 몇 시간 전에 시작해서 한 두 장의 과제를 써가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쓰기 시작하면 成心에 의지할 도리밖에는 없더라구요. 그동안 그럭저럭 알아온 것, 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전제들을 가지고 새로 읽은 내용들을 꿰어 맞추고, 그 안에서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결론을 내려서 서둘러 끝을 맺게 되지요. 뭔가 어렴풋하게 걸려서 풀고 싶은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게 딱히 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 문제의 정체를 생각해서 밝혀내고 그게 또 텍스트와 어떻게 상관이 있는지, 텍스트 안에서 어떻게 내 문제를 사유해야 할지까지 생각을 하면서 과제를 쓰려면 사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여유가 필요할 텐데 말예요. 그렇다면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닌데) 이런 ‘태도’는 어째서 변하지 않는 걸까요?

스승님께서는 ‘공부에 대해 우리의 마음이 갖는 강도’의 문제라고 정확히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어떤 욕망이 내 공부를 추동하고 있는가 하는 거겠죠. 그러니까 하고 싶은 다른 온갖 것을 다 하고 누리면서 그 중의 하나로 공부를 해가지고는 다른 것(예를 들면 돈이나 명예나 가족이나 다른 취미생활이나...)이 내 삶의 문제에 답을 줄 수 없는 것처럼 공부도 우리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는 것. 쌤은 공부에 대해 항상심을 갖는다는 건 ‘자유롭고 절대적으로’ 공부를 욕망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제 실력으로 해석이 쉽지가 않네요. 하지만 저 자유라는 게 우리가 지금까지처럼 살아가면서 결핍되었다고 여겨지는 어떤 것을 추가로 더 얻거나, 혹은 그런 결핍을 야기했다고 생각되는 어떤 외부원인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듯해요. 아마도 저런 게 곧 成心으로 생각하는 자유일 텐데요, 예를 들어 공부를 하면서는 늘 ‘자본주의 너머’를 얘기하면서도 실제로는 이 자본주의적인 삶의 방식 속에서 내게 부족한 것을 결핍으로 느끼고 갈망하는 식이지요. 이 시공간 안에서의 자유를 하나의 표상으로 가지고 있는 한 결핍이 따르게 마련이고, 그 결핍을 채워야 내 자유가 완성될 테니 목적이 생기고, 이래저래 자꾸만 해답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다른 것들을 조금도 줄이거나 멈추지 못하고 똑같이 되풀이 하면서 거기에 공부를 같은 위치에서 하나 더 끼워 넣는 것도 이런 成心(혹시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이 아닐까요?!

저의 경우는 확실히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하는 식으로만 생각해왔다는 걸 이번에 잘 알게 된 듯해요. 문제가 있으면 해결이 있어야 하고, 그 후에야 그 결과로서 자유로워진다는 생각이죠. 하지만 선생님은 이런 생각이야말로 전도망상이라고 말씀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앎이란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행위를 통해 구성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달리 말하면 자기 행위만큼 구성되는 것이 앎이라는 얘기죠. 마찬가지로 자유란 기존의 시공간 속에서 결핍을 채워가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시공간을 구성하는 것이고 다른 삶의 방식을 발명해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해요. 장자에서 읽은 붕의 이미지나 (쌤께서 붕이 사유의 이미지라고 하셨듯이) ‘쓸모없는’ 거목을 생각해보면 ‘자유롭고 절대적으로 욕망한다’는 게 무엇일지 짐작이나마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장자의 사유는 결국 우리를 길들이고 코드화하여 통치하려고 하는 이 기존의 질서(쌤께서 문명이라고 하셨던) 안에서 어떻게 삶을 부정하지도 않고 통치당하지도 않으면서 살아갈 것이냐 하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고 하셨는데요, 여기서 우리가 먼저 봐야 할 것은 통치당하지 않고자 하는 장자적인 욕망이 아닐까 싶어요. 저 멀리 남명에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하는 채, 목적도 없이, 그러나 간절하게 날아오르고자 하는 곤의 욕망, 혹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쓸모없기를 바라는 나무의 욕망 같은 게 나에게 있는가 하는 것! 그러면 우리는 또 이렇게 묻게 되지요. ‘나도 그런 욕망을 갖고 싶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 그런 욕망을 가질 수 있느냐’고요. 여기서부터는 저도 진짜 모르겠어요! ( 하지만  '나는 과연  진짜로 그런 욕망을 갖고 싶은가'하는 물음을 먼저 던져봐야 할 것 같긴 하네요.)     선생님의 말씀을 토대로 ‘정답 같은’ 얘기를 할 수밖에요.^^

어쨌거나 우리가 먼저 해체해야 하는 건 이 유한한 생에 대한 환상인 듯해요. 사랑하고 애지중지하는 것들에 대한 집착, 그것들이 변하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 것들과 언제까지나 안정 속에서 문제없이 안락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헛된 것인 줄을 알아야 한다는 거죠. 그저 옳지 않으니 버리라거나, 욕심이니까 포기하라는 도덕적인 얘기가 아니라 그런 집착이 실제로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흐름과 변화로 존재하는)과 다르기 때문에 그 간극에서 고통이 생긴다는 걸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 제물론에서 장자가 얘기하고 있는 것도 결국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째서 삶과 죽음, 옳음과 그름이 한 가지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거고요. 이걸 제대로 알면 사실 세상에 매달릴 만한 게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거고, 집착함 없이 (고정된 상을 갖지 않고) 그때그때 만나는 문제와 온 힘을 다해 부딪치는 그런 과정 말고는 다른게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 바뀌는 동시에 기존의 문제는 이미 문제가 아닌 게 되겠죠. 그러니까 문제란 해결해서 없애는 게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바뀜으로써 무화되는 게 아닌가 싶네요 .)  한 마디로 바로 그런 마음이야말로 바로 成心을 떠나는 마음, 無心이겠죠. 그러니 결국 ‘無心한 사람만이 절대적으로 자유롭게 욕망할 수 있다’는 답을 일단 내놓을 수 있을 듯해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이죠.

만일 지금까지처럼, 無心이라는 말의 거룩한 이미지에 걸려 넘어져 나의 지금의 현실이나 주제와는 너무나도 먼 당신쯤으로 여기고 만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와 같은 글쓰기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成心으로 쓸 수 있는 것만 적당히 쓰는 그런 글쓰기가 되풀이되는 한 우리의 삶도 똑같은 꼴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쓰고 보니 무슨 저주문 같네요!^^)   아무튼지 저는 이 후기를 쓰면서, 지금 쓸 수 없고 지금 풀 수 없는 문제에 진짜 매달려 자기와 부딪치고 소용돌이쳐보지 않은 채 成心을 넘어서길 바라는 건 사실 먹지 않고 배부르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은 심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답니다요!    마지막으로 스승님의 말씀을 덧붙입니다. ('몸부림'이라는 표현을 딱히 하신 것 같진 않지만서두 제가 찰떡같이 알아들었습니다요!^^)

“공부란 자기 실존의 한계를 넘어가는 사유를 구성해보려는 몸부림이다” 
전체 4

  • 2017-04-24 20:08
    정말 쓸모없는 나무나 곤과 같은 욕망이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한다는 게 와닿아요. 말로는 벗어난다고 해도 제도권 안에 있는 걸 너무 바라고 있는 것 같고ㅠㅠ

  • 2017-04-24 22:38
    현옥샘, 열심히 들으시고 엄청 꼼꼼한 후기를 올리셨네요!! 전 성심으로 과제하고, 에세이마다 공식처럼 다짐과 정당화로 마무리하는 1인으로서 채운샘 문장문장이 아프고 괴롭더랬죠.. 왠지 규창이스러운 댓글을 다는 기분이 들지만; 이번주는 반성모드입니다..

  • 2017-04-25 00:00
    ㅋㅋㅋ '규창이스러운 댓글'.... 완전 공감ㅋㅋㅋ ( 이 사실을 규창이는 알까? 규창이만 모를까?) 어트케 모든 팀에서 제일 성실한 분들이 가장 나이드신 분들이란 말인가! 젊은 애들은 젊어서 공부를 안 하는 건가, 공부를 안 해서 젊은 건가...

  • 2017-04-25 08:41
    마지막 문장이 탁 걸리네요. 참새가 붕을 비웃는 태도는 어쩌면 공부를 몸부림치듯 하는 태도를 경시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내용 따라가는 거야 부족한 건 당연하고, 정말 자기의 실존을 문제삼기 위해 공부하는지 오늘도 이렇게 반성합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