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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동사서독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6-15 14:50
조회
137
[거협]편은 일종의 문명의 역설을 잘 보여주는 장이었습니다. 문명은 우리에게 편안한 것을 주는 한편 늘 반대로는 무언가를 잃게 만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내 것을 지키겠다는, 사유(私有)하겠다는 생각이 너무도 강해서 자기가 가진 것에 튼튼한 자물쇠를 채우고 단단히 지키려고만 하죠. 그러고는 그 ‘지키려는’ 제도를 ‘문명’, ‘발전’, ‘진보’ 등의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여기에 국가가 선(善)으로 등장하는 것이지요. 여기서는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떠올리게 됩니다. 홉스는 인간들이 자연 상태에 있으면 서로 다투어 자기 것들을 모두 잃기 때문에 리바이어던(국가)에게 권리를 넘기고 대신 각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계약론을 떠올렸죠. 여기서 전제는 인간이 이익을 다툰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어떤 것을 사유(私有)하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갖고 있는 것이죠. [거협]편에서는 홉스의 국가, 우리들의 무서운 경비원을 ‘도둑’이라고 칭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장자가 ‘자연상태’, 그러니까 문명 이전의 인간들로 회귀하자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명이 그 자체로 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시대도 순수의 시대, 유토피아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문명의 역설을 이야기하면 나쁘지 않은, 더 좋은 상태, 혹은 나쁜 것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바로 하게 됩니다. 이것은 탐욕이죠. 좋은 것만 취하고 나쁜 것은 제거하고자 하니까요. 문명의 나쁜 점을 비판하며 그것을 제거하고 문명의 좋은 점만 취해서 ‘완전한 문명’에 이르자는 것은 진정한 비판이 될 수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그것과 다른 존재 양식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보편적인 가치 체계를 거부할 따름이죠. 그래서 저희 조에서는 ‘아나키즘 메니페스토’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장자는 해체주의 전략을 취합니다. 기존의 가치를 의심하고 뭔가를 만들자는 상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자고 하면 다시 교화나 문명처럼 굳어지고 치우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본성대로 살자고 했지만 이런 시대에 본성대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근대의 표상으로 갖고 있는 ‘자연’으로 회귀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자연스러운’ 삶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을 늘 직시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시하는 가치를 제거하는 차원의 래디컬(radical)한 실천을 장자는 제안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재유]편과 리우샤오간의 책을 복사한 프린트, 그리고 <장자의 철학>을 끝까지 읽어옵니다.

발제는 지현쌤

간식은 규창, 혜원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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