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12.07 수업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6-12-03 17:16
조회
338

저는 <차이와 반복>에서부터 줄곧 들뢰즈가 보여준 생성론에 매료된 1人입니다.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이, 우주의 ‘하나의 목소리’ 안에서 어우러진다는 것, 나를 포함한 세상의 다종다양한 것들 모두가 우주의 자기표현에 다름 아니라는 말이 황홀하게 들렸지요. 내가 왜 태어났는지, 내가 대체 무엇인지를 이것만큼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는 게 없다고 느꼈어요.
존재란 무엇인가? 그것은 낱낱의 ‘개체’가 아니라 하나의 우주 안에 있는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입니다. 하나의 개체로 현상된 것은 실은 그 수많은 것들을 경유한 끝에 나온 일시적 결과물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 바로 차이, 그리고 반복이었죠.
존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차이의 회귀에 의해 그렇게 됩니다. 돌아오는 것은 오직 차이뿐이라고 들뢰즈는 몇 번이고 말했었죠.
그런데 이 차이란 대체 무엇인가? 서로 맞물려 운동하는 이질적인 것들 및 그것들 사이 연결 접속의 결과물이죠. 이 차이들이 어떤 리듬으로 돌아오는가에 따라 인간은 대상을 양태로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열한 번째 고원에서는 차이도 차이지만 반복을 아주 중요시하고 있지요.
세상은 매번 변한다…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세상이 변한다고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것도 실은 반복이 있기 때문이지요.
말하자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특정한 ‘구성 방식’에 의해, 차이들의 반복을 구성하는 자기만의 특유한 방식과 역량에 의해 그와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리토르넬로’ 개념이 말하는 바입니다.


채운 쌤은 이를 ‘비인간주의적 예술론’이라 하셨지요.
그 말을 들으며 오호라 싶었습니다. 그 말에 의하면 우주는 매번 예술적 행위를 통해 우주 자신을 창조합니다. 차이를 일정한 방식으로 포착하고 다지는 행위를 통해 자기 리듬과 선율을 만들어내는 거지요. 날개를 펼치며 노래하는 새, 물을 뿜는 고래, 용암과 연기를 뿜는 화산이 다 그런 방식으로 존재=창조합니다.
들뢰즈+가타리는 이를 ‘스타일’의 창조로 이해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스타일이란 매스미디어의 용례와는 사뭇 다르지요. 그것은 단지 형식이나 외양이 아닙니다. 스타일은 개체의 존재 및 생성 양식이랍니다.


그러니 이로부터 인간의 윤리적 문제가 도출됨은 물론입니다. 자신을 자아 및 주체로 인식하고 ‘박자적’으로 존재하기 십상인 관념적 인간(관념적 인간은 철학과 가장 멀리 있는 인간입니다. 배운 것과 못 배운 것을 떠나 실상을 보지 않는 모든 인간이 관념적이지요)이 어떻게 이질적인 것들과 더불어 자신의 변신을 꾀할 것인가, 어떻게 잠재적인 것들과 관계 맺으면서 자신을 매번 현실화시킬 것인가, 이것이 곧 스타일의 문제가 됩니다.
어떤 방식으로 다지고 고를 것인가! 어떻게 사건과 조우하고 그것을 해석하고 배울 것인가. 어떻게 고유한 선을 그리며 세계를 돌아다닐 것인가.


자, 리토르넬로를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토르넬로는 반복이지만 동일한 것의 반복이 아니고, 차라리 반복의 ‘구성’ 양식과 연관됩니다. 저자들에 따르면 그래서 우주는 장대한 리토르넬로를 연주하는 음악입니다. 카오스로부터 리듬을 찾고, 여백에서 영토화를 행하고, 다시 그로부터 도주해(탈영토화) 거대한 일의성의 평면을 구성해내는(코스모스), '카오스모스'가 이 세계라지요.
그러므로 이 세계 바깥의 다른 것을 찾고 구할 이유가 없지요. 신은 카오스를 만든 자가 아니라 차라리 리토르넬로 자체니까요. 신의 절대성은 모든 것을 긍정하는 우주적 리토르넬로로부터 입증됩니다. (오우, 매우 스피노자적이네요>.<)


다음 시간에는 이와 연결해 탈영토화와 스타일 등에 대해 더 정리한 뒤 뒤의 열두 번째 고원으로 넘어갑니다.
수업 시간에 공지했다시피 전쟁기계 장은 절반씩 나눠 읽습니다. 오시는 분들은 명제 5까지 읽어 오심 되겠네요. 페이지로는 744페이지까지군요.


자, 그럼 모두 즐겁게, 우주적으로, 읽고 만납시다.
보니까 올해 안에 책은 다 마치고 내년 초에 에세이 발표 진행될 것 같아요. 다들 부디 지금부터 잘 정리해보시길ㅎ


간식은 배현숙 쌤과 임길례 쌤께서 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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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05 16:20
    존재는 반복을 통해 유지될 수 있지만 이때의 반복은 동일한 것들이 아니라 차이에 의해 유지된다라..... 뭔가 이해하기 어렵지만 신기하네요~ 비록 들/가를 함께 읽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꼭 부딪혀 보고 싶다는 욕심이 일어나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