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10.22 여시아문 후기

작성자
이문정
작성일
2015-10-25 11:59
조회
570
지난 목요일, 드디어 '여시아문' 첫 강의가 있었습니다. 신청하신 분들이 많이 오시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조촐한 인원 하에 강의 분위기는 아주 편안했네요~ 공동 작곡이라는 빤타스틱한 경험도 해보고요..ㅎㅎ
이번 강의의 테마는 '존 케이지'였는데요. 제가 보기에 존 케이지는 보통의 뮤지션들과는 전혀 다르게 음악에 대해 생각했고, 음악을 만드는 것 같았어요. 그는 바흐가 정해놓은 음악적 질서 안에서 놀지 않고 오히려 그것에서 벗어나려했는데, 그가 주목한건 그래서 전통 화성을 고려한 음 연결짓기가 아니라 기존 음악이 주목하지 않았던, 아카데미에서는 소위 비음악적이라 불리는 영역인 '침묵'의 영역이었습니다. 그가 일컫는 침묵이란 무음 상태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여러 다양한 행위', 그렇기 때문에 '이미 존재하는 소리들'입니다. 그는 무음 상태인 침묵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소리를 차단했다고 생각했던 무향실에서조차 소리를, 자신의 신경계가 작용하는 소리,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심장 뛰는 소리는 많이 들어봤는데, 신경계가 작용하는 소리가 참 궁금합니다 ㅎㅎ) 언제나 존재할 이 소리들을 받아들이고 방해하지 않는 것, 이것을 존케이지는 자신의 음악의 핵심으로 삼습니다.
저도 완전한 무음 상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요. 다만 의문이 든 건 이 침묵을 방해하는 소리와 방해하지 않는 소리가 구분이 될까? 전통 화성과 '반복'을 형식으로 하는 '기존의 음악'이라 불리는 것들은 그럼 침묵을 방해하고, 자기를 강요할 '뿐'인 음악인건가? 존 케이지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라'고 말하고 있는 걸까? EDM이 어울리는 침묵이 있는게 아닐까? '침묵은 생성이 잉태되는 공간적 소리'라는 존 케이지의 말에 완전 공감하는 게, 작곡을 하든 연주를 하든 그것을 시작하기 전의 분위기를 타지 않으면 사실 작곡은 시작도 못할 것 같고, 연주는 만족스러울 것 같지 않거든요. 이 시작하기 전의 분위기라는 게 들리지 않는 것 같지만 몸은 듣고 있는 침묵의 소리일 거라 생각해요. 모든 음악들이 다 침묵에서 시작하고 그것과 섞이는 게 아닐까. 침묵을 방해하는 음악들도 있겠지만, 침묵의 소리들에 뭔가를 더 더하고, 그래서 시너지를 일으키기도 하는 음악이 있기도 하고. 그런 음악을 사람들에게 함께 듣자 강요하는 게 그게 음악하는 행위가 아닐까.
다만 다른 소리들에 대한 경험이 미천하긴 해요. 이미 '음'들 속에서 '좋음'이 형성되어버렸고, 음이 아닌 다른 소리들을 음악으로 듣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존케이지의 4'33''를 들었던 저를 보면서 느꼈는데, 당시 제게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와 좋다~'며 좋아하는 음악으로서 듣지 못하는 자신을 보고는 그래도 함 들어보자, 화엄사의 기를 들어보자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끝나지' 하지 않을 수 없었네요... 그래서 원일샘의 4'33'' 어떻게 들었냐 질문에도 '조용했다'고 대답한 것 같구요.
존 케이지에게는 침묵을 듣고, 침묵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왜 그리 중요했던 걸까. 그게 존 케이지의 좋음, 취향인게 아닌가? 자기 음악이 곧 자기 취향 아닐까. 하지만 존케이지는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서 자신의 작품이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좋음과 싫음으로부터 떠난다는 게 대체 뭐고, 왜 그토록 그 둘을 떠나고 싶어할까? 존 케이지는 에고ego, 즉 자아가 아닌 참 나로서 곡을 쓰려 했다고 합니다. 그래야 한다라며 자기 자신이 지향하는 상없이 작곡을 하는 거죠. 참 나란 이 에고, 의식의 코드에서 벗어난 무의식의 '나', 고유한 나가 아닐까 싶은데, 이건 에고에 새겨진 좋고 싫은 나의 취향에서 벗어난, 자기 자신 그대로인 '나'죠. 존케이지는 그것을 매순간 발견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것의 일환으로 음악을 했던 게 아닐지.?! 그래서 침묵을 사유하고 서양 전통음악의 습에서 벗어나려 한 게 아닐까요. 그의 음악에는 음악적 능력, 테크닉적으로 훌륭하다는 이런 말들은 소용없을 것 같아요. 고유한 음악, 좋음도 싫음도 없는 어떤 음악. 그런 게 되버릴 것 같아요. 그렇게 좋다 싫다 판단을 내려놓고 음악을 들으면 마음은 정말 평온할 듯 합니다. 재미는 없을 것 같은데요ㅎㅎ

다음 시간에는 영성spirituality라는 주제로 아르보 페르트라는 아티스트와 그의 음악들에 대해 들어봅니다. 첫 강의 놓치신 분들, 담 시간에는 꼭 오셔서 같이 음악 들어요~ 간식은 저와 수영언니가 준비해 놓겠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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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25 18:00
    침묵을 방해하는 소리와 방해하지 않는 소리, 요건 뭔가 이상혀... 다시 침묵이란 게 소리 아닌 무언가로 되어버리는 듯... 암튼 후기 잘 읽었습니다용~ 담 주 후기도 기대하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