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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동사서독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6-12-18 18:38
조회
340
161217 동사서독 후기 / 혜원

71장부터 끝까지 노자의 정치론이 주를 이룹니다. 노자는 기본적으로 통치자를 독자로 한 텍스트라고 합니다. ‘백성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은 하여금 사(使)를 사용하여 ‘백성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고 말하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가의 경우 성인으로 제시되는 자는 인격적으로 도덕적으로 완성태지만 노자가 제시하는 성인은 기본적으로 통치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맥락과 떨어져서는 해석하기 어려운 텍스트인 것. 유가의 텍스트는 읽다보면 단지 통치자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따라하면 성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매뉴얼이 상세하게 나와 있는데 노자는 그게 없어요. 그저 자연이 그러한 대로 無爲하여 백성들이 도를 따라 살도록 만드는 것을 요구할 뿐입니다. 그래서 채운쌤은 노자의 경우가 더 통치자들에게 가혹하다고 하셨어요. 노자는 매뉴얼도 없고 또 그러면서도 자연과도 같은 내공을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백성들이 죽음을 무겁게, 혹은 가볍게 여기는 부분이었습니다. 74장은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러면서 죽음은 자연의 소관인데 인간이 그것을 다루려고 할 때 희생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고요. 자연이 아니라 문명에 의한 죽음이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고합니다. 항상 반대급부의 위험성이 있는 것을 놓치고 문명의 편리함만을 누리려고 한다는 것. 이반 일리히는 사람들이 문명에 의해 빨라지는 속도만 생각했지 그것만큼 더 많이 지불해야 하는 가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물론 이미 문명이 있는 시점에서 노자가 문명이 나쁘니 문명을 등져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문명을 누리는 것에 따르는 대가를 숙고하고 감당할 준비가 있는가, 이것을 묻는 것입니다.

75장의 경우 통치자의 사치가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백성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자의 사유에서 죽음은 두려워할만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자연의 소관이니까요. 하지만 인간세의 경우 죽음은 중히 여길만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생이 너무 비참하다 여길 때 일어납니다. 75장은 백성들을 다스릴 때 세금을 적게 걷으라는, 정말 직접적인 당부를 하는데요, 왜냐하면 백성들에게 많은 세금을 들여 통치자가 사치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건 백성들에게 고스란히 비참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노자의 통치는 백성들이 살고 싶다고 여기게 하는 것이며, 인위적인 제도나 통치자의 탐욕은 그 반대의 결과를 불러옵니다. 그러니까 노자는 항상 통치자에게 자연과도 같은, 부족하면 보태주고 많으면 덜어주며 사사로운 탐욕을 부리지 않는 경지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읽은 장에서 노자의 정치론으로 가장 유명한 건 80장입니다. 소국과민을 말하는 80장은 원시사회로의 회귀를 노자가 주장하고 있다는 오해를 사고는 했습니다. 백성들이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왕래하지 않고 수레가 있어도 쓰지 않고 문자도 사용하지 않는 사회라고 하니까 아무래도 발전된 문명과는 거리가 먼 사회라고 여겨지는 것이죠. 혹은 굉장히 위축된 분위기로 읽히기도 했습니다.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연스러운 왕래도 끊어버리는 폐쇄적인 국가가 아닌가 하고요. 채운쌤은 이전에 80장을 읽었을 때 ‘오죽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셨답니다. 노자는 이미 3장에서 백성들로 하여금 더 좋고 화려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라고 말 했었고요.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80장은 이미 문명화가 된 사회입니다. 수레도 있고 무기도 있는데다가 백성들이 어쨌든 맛있고 눈에 보기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죽음을 중히 여겨서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80장은 문명의 좋고 나쁨에 대한 장이라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다르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는 장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더 나은 것만을 사유하는 것, 그러니까 지금 있는 자리가 결여태라고 사유하는 것은 인간을 무력하게 만들고 맙니다. 중요한 것은 문명의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노자는 계속 하도록 만듭니다. 이런 관점에서 80장을 다시 읽으면 문명으로부터 도피하여 위축된 백성들의 삶이 아니라 문명을 제어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한 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소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아주 적극적인 통치 철학으로 노자를 읽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있는 것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만족할 정도로 인간이 문명에 휘둘리지 않게 되는 경지를 말하는 것이 80장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노자>를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채운쌤은 노자를 큰 그림을 그리며 읽으라고 하셨습니다. 노자가 문명을 비판하는 형이상학적 조건에 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요. 다음 시간부터 참고서적을 읽으며 나는 노자에서 무슨 구도를 보고 쓸지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은 크리스마스 이브^^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읽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노자>와 함께 읽으면서 자신이 노자에서 보는 구도를 그려보도록 해요~

발제는 재원언니, 락쿤쌤

간식은 규창이와 완수쌤

1월 21일 에세이입니다. 참고서적 읽으면서 어떻게 쓸지 미리미리 생각해 봅시다ㅠㅠ

다음 시간에 만나요. 안녕~
전체 2

  • 2016-12-19 14:20
    노자의 텍스트는 분명 통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그것을 읽는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할 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치 텍스트로 읽는다면 우리의 어떤 조건이 노자의 철학을 정치로 받아들이는지와 같은...? 도덕경을 읽는 동안 제가 어떤 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확실히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때로는 통치자를 위한 텍스트, 때로는 약자를 위한 텍스트로만 읽었던 것 같아요. ㅠㅠ 채운쌤이 수차례 얘기하신 것을 다 읽은 다음에야 느끼다니 참 아쉽네요.... 다시 읽어야겠네요.....

    • 2016-12-20 10:01
      ㅋㅋㅋ 저도 같이 ..다시 읽어요!
      텍스트가 통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일지라도..어찌보면.. 사람을 만나고, 쇼핑하고, 사유하는 규창은 규창월드의 통치자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