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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후기(12.24) 및 공지

작성자
윤몽
작성일
2016-12-27 16:28
조회
351
지난주는 최진석샘의 『이것을 버리고 저것을(거피취차)』을 읽고 저와 락쿤샘이 발제를 했죠. 이 책에서 최샘은 공자를 비롯한 유가(공맹)와 노장을 본질주의와 비본질주의로 나누어 설명해요. 서양철학과의 비교를 통해서는, 그 중국철학의 현상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그 유가와 노자가 또 한쪽으로 묶인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유가는 노자와의 비교를 통해서는 이상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본질주의지만, 서양철학과 비교했을 때, 그 철학의 바탕의 근거들을 논리나 사유에서가 아닌 아주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현장 속에서 끌어온다는 점에서는 노자처럼 현상성을 중요시하는 중국적인 철학이 돼요. 그리고 노자의 경우도 도에 대한 부분들을 현실초월적인 것, 현실 너머의 근원적인 무엇으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해서, 그렇게 해석하는 순간 바로 가장 본질주의적인 철학이 되어버리고요. 이렇게 기준과 관점에 따라 한 철학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분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번 주에 제가 발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이었어요. 그리고 노자를 다른 철학들 – 장자, 양주, 도교, 칸트, 관자, 조선시대 성리학 등 – 과 연결해서 서로 비교·대조한 설명을 읽으니, 대략적이나마 노자의 위치나 분위기 같은 것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요.

 

최진석 선생님은 노자를 흔히 말하듯 은둔의 철학자나 반문명론자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문명론자라고 말했어요. 노자가 반문명론자가 아닌 것은, 그가 도덕경 속에서 끊임없이 백성과 통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죠. 노자는 그의 관심을 문명바깥으로 돌리지 않았고, 문명 안에서 문명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와 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를 고민한 철학자였습니다.

 

문명과 그에 반하는 때묻지 않은 자연이라는 이분법의 도식은 아주 근대적인 것이라고 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명과 자연의 대립에 대한 상(象)부터 고찰해 보아야 한다고 채운샘께서 말씀하셨죠. 노자의 자연을 우리의 표상 속에 있는 자연(nature)과 같은 개념이라고 단순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요. 오히려 그의 자연은 인위에 반대되는 개념, 즉 무위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문명 속에서 어떻게 무위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다른 식의 문명을 새롭게 만들어내고자 했던 노자의 고민과 맞닿아 있겠지요. 물론 아주 훌륭한 에세이 주제가 되겠네요. 만나는 모든 단어들이 갑자기 그럴듯한 에세이 주제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그런 시기가 왔습니다.... 실제로도 이번 주는 많은 에세이 주제어와, 에세이 주제를 끌어낼 수 있는 질문들을 이것저것 던져주시는 것이 주가 된 수업분위기였죠. 열심히 하지는 않으면서 직전까지 걱정과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우리들 - 저한테만 그렇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지요 – 의 입장에선 열심히 귀 기울여 듣고 얼른얼른 메모할 것들을 잘 받아먹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생을 보존한다는 의식, 노자가 말하는 보신, 몸을 보존한다는 것, 이럴 때 보존해야 하는 ‘몸’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요즘 광고들에서는 자신을 사랑하라거나 소중히 하는 법을 얘기하면서 온갖 물건들을 팔잖아요. 양주도 위아주의를 이야기 했는데, 이럴 때의 아(我)는 에고(ego)일까요. 노자가 보존하라고 한 것은 에고는 아니겠죠. 몸을 귀히 여긴다면 그 몸은 뭘까요. body일까요. 그렇다면 자기 자신을 보존한다는 게 뭘까요. 진짜 양생의 문제로만 얘기해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해 볼 수 있을까요. 그들은 왜 하필 몸이라는 표현을 써서 말했을까요. 왜 ‘신체성’으로 표현해야 했을까요.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한 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자도 양주도 소유물과 자의식, 이런 것들을 지키거나 고수하라고 한 건 아닐 겁니다. 어떤 맥락에서 자신을 보존하라고 한 것인지, 그때와 지금의 시대는 어떻게 무엇이 다른 것인지. 채운샘은 여러 질문들을 던지시면서 노장에게 인간이란 무엇이었을지를 생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이것도 훌륭한 에세이 주제가 된다는 말씀과 함께요.

 

이 외에도, 최샘의 책에서처럼 생태문제와 노자를 연결할 수도 있고요. 지식, 앎의 문제과 관련해서 이야기 해 볼 수도 있고요. 정치와 권력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고요. 나에게 통치란 것(굳이 정치가 아니라도 삶 속에서 자신이 속한 다양한 권력 관계 속에서 힘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통치를 하는 셈이에요)이 무엇인지를 풀어볼 수도 있고요. 계급과 분(分)의 문제, 공자와 노자의 정명(正名)과 비명(非名)을 다뤄볼 수도 있겠어요. 그들이 살던 때만 신분주의제인 건 아니죠. 지금도 사실 평등하지 않잖습니까. 결코 평등하지 않죠. 현대와 연결하면 분과 명의 문제가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볼 수도 있어요. 도란 실재인지, 실재를 추상화한 원리인지, 실재와 원리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도 하셨고요. 이렇게 나열해 보니 질문하고 정리할 문제가 참 많네요. 이제 정말 슬슬 관심주제들을 선택하셔야 될 때가 왔습니다. 모두 파이팅이어요.

 

다음 주 과제는 강신주 샘의 『노자 :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 읽고 공통과제 써 오는 것이고요. 발제가 완수샘과 규창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간식은 모르겠어요. 간식과 다른 공지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모두 그럼 한주 파이팅 하시고 토요일 날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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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27 21:52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무엇일까요....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구체화되지는 않네요. ㅠㅜ 고민 없이 만나서 그런가 노자를 읽을 때마다 약간 붕~ 뜬(?)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