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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1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01-01 20:50
조회
302
2016년 마지막 날을 규문에서 공부하셨는데 다들 어떠셨는지요. 저는 그 전에 미리 허탈감을 느껴서인지 그다지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크리스마스나 해의 마지막이나 첫 날을 특별화하지 않는 것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ㅋㅋㅋ;;

강신주 선생님의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이라는 책을 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오는 노자와 도는 여태껏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이었습니다. 그것은 노자를 철저한 제국주의자로 보고 그의 철학 역시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었습니다. 저는 왕필의 노자주가 흔히 정치에 초점이 맞춰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왕필이 완전히 정치얘기만 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름과 몸 중에 어느 것이 친하고, 자신과 재물 중에 어느 것이 중요하며, 득과 실 가운데 어느 것이 병통이 되는가? 그러므로 명리를 너무 좋아하면 큰 손실을 치르게 되고, 지나치게 쌓아두려다가는 더 많이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나니,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 - 왕필의 노자주 44장

 

아마 논어를 읽으신 분들께서는 이것이 논어 이인편 12장 “子曰, 放於利而行 多怨”을 생각하셨겠죠. 이것은 이로움을 지나치게 추구하면 다른 사람들의 원망을 산다는 문장입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이익과 남의 손실을 분리해서 생각하는데 고대사회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이익을 많이 볼수록 그것은 남의 손실이 그만큼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노자의 44장도 논어와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로움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은 동시에 다른 사람, 다른 국가의 것을 뺏는 것이니까 결국 그들로부터 미움을 받아 위태롭게 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논어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다양한 덕목에 관해 알 수 있었던 것처럼, 노자도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강신주 선생님은 노자의 철학은 어디까지나 국가적 차원에 머무를 뿐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에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는 과연 그럴까싶었고 여전히 그렇습니다. 다만 강신주 선생님이 이 책을 쓴 목표, 노자의 과장된 신비를 벗겨낸다는 점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확실히 노자는 자신이 살던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떠나서 사유한 것 같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자를 자연으로의 도피나 속세를 초월한 철학으로 읽는데, 저는 그가 자신의 철학이 국가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춘추전국시대라는 시대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강신주 선생님의 노자의 철학에 대한 시선은 반발감이 마구 솟아오르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수긍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를 줄이고 싶으면 먼저 펴주고, 약하게 만들고 싶으면 먼저 강하게 해주고, 쓰러뜨리려고 하면 먼저 일으켜주며, 빼앗으려고 하면 먼저 주어야만 하니, 이것을 일러 은미한 밝음이라고 한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기나니, 물고기는 연못을 벗어나서는 안 되며 나라의 이기는 사람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 왕필의 노자주 36장

 

강신주 선생님의 나머지 목표는 노자의 철학이 제국의 철학임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자의 도를 국가의 작동원리로 상정했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강신주 선생님이 보기에 노자의 고민은 제국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가가 유지되는 것은 국가가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받고 그것을 바탕으로 재분배를 해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통치자는 자신이 받은 세금을 전부 되돌려 주지 않고 어느 정도 자신이 꿀꺽합니다. 강신주 선생님은 이것을 두고 수탈과 재분배의 관계라고 합니다. 그리고 국가를 잘 유지하려면 단순히 수탈과 재분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뺏긴 줄 모르고 마치 호의를 받는 것처럼 행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강신주 선생님은 36장을 해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위해서 나눠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를 통치자는 알고 백성들은 모르게 만드는 것이 미명(微明)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채운쌤은 여기서 강신주 선생님이 너무 현대의 국가의 모습 그대로 고대의 국가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지금이야 국가가 백성들을 효율적으로 수탈한다고 하면 난리가 나겠지만 (그래서 요즘 난리가 났죠.), 그 시대에서는 왕이 백성들의 세금을 걷어서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강신주 선생님은 노자가 국가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 노자의 한계라고 지적했는데 굳이 노자의 한계를 찾아야만 했을까 싶습니다. 고대국가의 정치가 어땠는지를 알 수 있는 텍스트는 많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 노자는 거의 유일하게 당시의 정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채운쌤은 거기서 노자의 한계를 찾는 것보다는 오히려 고대국가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저도 노자를 단순히 제국의 철학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알고도 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좋고,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병통이다. 오직 병을 병으로 여김으로써 병통이 없어지는 것이니, 지혜로운 사람에게 병통이 없는 것은 병을 병으로 여기기 때문에 병통이 없는 것이다.” - 왕필의 노자주 71장

 

최진석 선생님은 71장을 성인의 태도를 얘기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아는 사람이 잘 모르겠다고 할 때의 부지(不知)는 단순히 모른 척 한다거나 무지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분의 기능을 하는 지적체계 안에다 담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이 아는 내용을 굳건한 체계적 형태로 만들어 이데올로기화하지 않는다는 뜻이 들어 있다.”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498쪽

 

노자는 단순히 어리석어지라고 얘기한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배움과 앎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배워도 그것을 체계화해서 구분 짓는 행위는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나누는 것인데, 노자는 여기서 혼란이 일어난다고 한 것이 최진석 선생님의 해석입니다. 그러니까 최진석 선생님의 해설에 따르면, 우리는 노자를 읽고 단순히 배움을 끊는 것이 아니라 배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신주 선생님의 논의를 가져오면 71장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47장에 대한 최진석 선생님의 해석과 강신주 선생님의 해석입니다. 강신주 선생님은 47장이 노자가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순수한 무엇, 관념적인 법칙으로 도를 얘기하고 있다고 했고 그 도는 국가의 작동원리, 수탈과 재분배라고 해석했습니다. 강신주 선생님은 이런 노자에게서 우리가 사는 시대의 국가와 정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에 최진석 선생님은 47장을 경험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가치체계에서 벗어나서 사유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강신주 선생님이 문제 삼은 47장을 최진석 선생님은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어쨌든 강신주 선생님은 ‘남음’이 있는 이유, 지금 시대의 정치와 국가라는 고민을 가지고 노자를 읽었습니다.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노자에게서 정치철학을 발견하는 것과 자신의 고민을 가지고 노자를 본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자는 왜 국가가 발생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 철학자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국가가 거슬릴 수도 있지만, 노자에게 국가는 백성 없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강신주 선생님의 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노자가 국가를 얘기할 때는 한편으로 백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하는 것입니다.

 

도덕경을 읽긴 읽었는데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날까요. 이번처럼 다른 해석이나 아니면 다음에 읽을 한비자처럼 서로 비교하려면 도덕경을 틈틈이 읽어야겠습니다. 자꾸 자기반성으로 끝나는데 그것은 곧 제가 그만큼 게을렀다는 뜻인 것 같네요....... 어쨌든 노자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각자 생각하면서 한비자 해로와 유로, 그레이엄의 도의 논쟁자들 초반에 나눠드린 프린트를 읽어 오시면 됩니다.
전체 1

  • 2017-01-04 13:24
    조금 지나면 클스마스는 물론이고, 자기 생일도 시큰둥해질거에요..^^;;;
    저 조금 전에 완전 갑작스럽게 중국 출장 일정이 생겨서 14일 불참하게 되었어요. 그럼 21일 에세이발표에 뵐 수 있을 것 같은데...ㅠ.ㅠ
    중국에서 필요한거 있으심 연락..주세요 켁...(酒는 알아서 준비할게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