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11.02 수업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6-10-29 19:08
조회
407

추운 주말입니다. 다들 따땃하게 보내고 계실는지요 ^^


지난 시간에는 '얼굴성' 개념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빈 벽, 그리고 검은 구멍... 주체와 기호에 대해 말하기 위해 들뢰즈+가타리는 급기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들까지 가지고 나왔습니다 >.<


얼굴. 저자들은 이것을 기표들이 기록되는 흰 벽, 그리고 정념을 끌어당기는 검은 구멍의 배치라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다양한 얼굴의 몽타주로 다시 지난 시간을 복기하는 게 가능하지요.
기표작용적 기호체제. 그건 전제군주의 단 하나의 얼굴이 모든 얼굴을 대변하는 체제입니다. 그 하나의 얼굴을 통해 신민들은 자기 의미를 부여받는다고 했지요. 의미생성의 원환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탈(후)-기표작용적 기호체제. 여기에는 전제군주 혹은 신으로부터 얼굴을 돌리는 배신자-예언자가 있습니다. 얼굴을 외면한 배신자는 정념을 끌어당기는 검은 구멍을 점 삼아, 신 없이 자신을 주체화합니다.(주체화의 점)
재미있는 건, 그럼으로써 주체는 주체인 동시에 신민이 된다는 사실이었어요.(subject) 그러니까 주체화된다는 것은 언표행위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언표의 주체가 됨을 의미합니다. 이 이중화된 주체는 스스로 언표하면서 동시에 그 언표 안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우리는 으레 얼굴이 개체적 특성이 표현된 개인적 소유물이라 여기지요. 얼굴을 씻고 바르고 시술도 받고 기타 등등 아주 분주하게 살고 있어요.
저자들이 이걸 봤다면 우리 시대의 얼굴을 뭐라고 했을까 궁금합니다만… 암튼 이 시대는 얼굴이 상전이지요.
그런데 들뢰즈+가타리에 따르면 얼굴은 특정한 권력 배치에 의해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것이지, 결코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것이 아닙니다.
얼굴은 개인이 좌우할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특정 사회가 특정 방식으로 특정 주체에게 특정한 얼굴을 부여하지요.
주체가 얼굴을 택하는 게 아니라, 얼굴이 주체를 형성한다고 저자들이 쓴 건 그 때문입니다.
특정한 사회체에 소속되어 있음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특정 주체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 그게 얼굴입니다.


추상기계로서의 ‘얼굴성’ 개념이 이해되어야겠습니다.
추상기계는 내용과 표현에 동시에 관여하면서 특정한 사회의 도표를 그린다고 지난 시간에 배웠습니다. 그러니까 구체적인 물리적 배치물과 비물리적 배치물 위에서 작동하는 힘, 그것이 추상적 기계라지요.
그런 의미에서, 얼굴을 생산하는 추상기계로서 얼굴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얼굴은 그냥 마구잡이로 생기는 것, 태어날 때 자연스레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얼굴은 특정한 사회 안에서 의미생성과 주체화 작용이 만나 상호 작용한 뒤 조직된 결과물입니다.
핑크무비 속에서 오르가즘을 연기하는 여배우의 얼굴, 수업시간에 갑자기 교무실로 불려간 학생의 얼굴, 연병장에서 신병들을 기다리는 훈련조교의 모자 쓴 얼굴… 등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좀 쉬워지는 것도 같습니다. 이 모든 얼굴이 추상기계가 생산한 얼굴들이지요.


그런데 채운쌤은 얼굴성이 단지 ‘얼굴’에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하셨지요. 가령 예수의 수난 받는 몸, 그것은 모든 신앙인을 격정에 휩싸이게 하는 얼굴입니다.
생각해보니 우리 시대는 그야말로 온몸이 얼굴이네요. 여대생들이 돈을 주고 발바닥 각질을 제거하고 페디큐어를 하는 것도, 여고생들이 모 연예인이 신체 어느 부위에 새긴 타투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죠.
하지만 단지 신체만 얼굴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가만 보면 상품가치가 표현되는 모든 게 얼굴이지요. 연예인을 포함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랑하는 제 집 인테리어. 그들에게는 자기 집이 곧 자기 얼굴입니다.
채운쌤은 그래서 자본주의 시대에는 자본 혹은 화폐가 얼굴이 아니겠느냐고 하셨어요.
자, 여기서 실천적 문제가 나올 수 있겠습니다. 들뢰즈+가타리는 "자동유도장치"("탐색하는 머리")라 표현합니다. 단어 자체로는 느낌이 그다지 잘 오지 않습니다만, 채운쌤 설명에 의하면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얼굴 너머에 있는 비인간성을 해방하는 것" "탈얼굴화를 수행하면서 긍정적인 탈영토화의 선을 그리는 것"이랍니다.
...지층이나 주체를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알겠는데 어째서 탈지층과 탈주체를 이야기하면 스스로 뭔가 뜬구름 잡는 '말'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좀더 생각,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끙. =_=


자, 암튼. 다음 시간에는 8장 <세 개의 단편소설> 진행됩니다. 모두 즐겁게 읽고 오시고요. 수업 시간에 공지되었습니다만, 그 다음 시간은 한 주 방학인 거 아시죠? 정말이지 너무너무 소중한 방학이어요, 전 정말 잘 보내보겠어요! ^^;


다음 시간 간식은 쿠누쌤과 고지영쌤께 부탁드렸습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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