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늦~~~은 에세이 후기

작성자
들뢰즈처럼
작성일
2016-09-03 13:11
조회
542
에세이 현장은 늘 뜨겁고 고마운 자리인 거 같습니다. 함께 공부의 지점과 사유를 확인하고 공유하면서 텍스트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5월 18일에 시작해 유난했던 여름 폭염을 관통하며 <안티 오디푸스>를 만났지요. 68혁명 이후의 들뢰즈 가타리의 냉철한 현실인식은 실은 올 여름의 폭염보다 뜨거운 것이었다고 생각되네요.

68혁명의 사상적 촉발제가 되었다는 베네겜은 저서에서 삶의 ‘권태로움’을 화두 삼고 있습니다. 23세에 ‘지겨움’으로 자살했다는 작가 자크 바셰가 있습니다. 그는 다가올 날들을 뒤엎지 않는다면 ‘정당과 별난 종교집단’과 ‘유머와의 즉각적 죽음’만이 있다고 선언했고, ‘지루해서 살인했다’라는 16세의 살인자도 있습니다. (라울 베네겜, <일상생활의 혁명> 56쪽 참조) 예전엔 참 와 닿지 않는 화두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복잡하고 분주한데 말이죠. 그런데 ‘매일 아침 6시에 잠에서 깨어나 지하철에서 흔들리며 직장에 가고, 의미 없는 행위들을 하고, 일과가 끝나면 주중의 지옥과 주말의 미미한 천국을 향한 출발지인 지하철역에 내동댕이쳐져 피로로 녹초가 된 군중들 속에 섞여 사는 것’(p73) 이라는 대목에선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게 됩니다. 이런 권태가 소외와 고립과 냉소를 낳는다는 것이죠. 이 점에서 볼 때 68년 이후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요.

우리의 삶은 점점 더 자본과 권력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 쳇바퀴를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알다시피 우린 모두 자본주의 장에 ‘내동댕이 쳐진’ 상태니까요. 학생은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직장인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 어쩜 신앙인은 신에게 구원받기 위해 더 빨리 더 열심히 삶의 쳇바퀴를 굴리고 있지요. 그러나 이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었죠. 들뢰즈 가타리의 문제 의식은 여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 알면서 왜 예속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왜?

문제는 새로운 삶의 양식이 나타나도, 자신의 욕망을 바꾸지는 못했다는 것이죠. 국가, 공동체, 이데올로기, 지식, 가족이라는 도처에 널려 있는 오디푸스의 감옥에 스스로 걸어간 것이겠죠. 하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할 때 자신은 소외되어 권태롭고, 다른 것들에 대해선 배타적 냉소를 가지게 되겠지요. 이것에 장막을 치고 자본주의는 너그러운 척 말합니다. ‘맘대로 삶을 만들어봐, 자본주의 안에서’. 해서 어딜 가도 하나의 꼭지점으로 회귀되는 우리의 욕망은, 나의 욕망이지만 사회적 투자가 이루어진 욕망이죠. 늘 재현 되어 나타나게 되고 자신에겐 ‘습’으로 권태롭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자신의 욕망을 대면한다는 것도 어려운 문제지만 욕망을 전환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엄청난 능동성과 자발성을 필요로 합니다. 하나로 회귀하는 욕망이 아닌 ‘다양한’ 욕망 말이죠. 들뢰즈 가타리는 ‘n개의 리비도를 실현’ 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n개로 흩어진, 분열된 욕망이 자본주의의 극한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n명의 사람이 n개의 삶을 살아야하는 이유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 역시 n개의 나를 발동시켜, 자기 삶을 창조하는 문제에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삶의 감옥을 깨고, 자기만의 삶을 만들어가기. 그것이 자본주의 시대의 혁명이 되는 까닭입니다.

‘욕망의 사회화’ 라는 주제로 네 개의 에세이를 함께 보았습니다.

락쿤샘은 욕망과 무의식의 관계를 주제로 잡았습니다. 2주간의 런던여행을 마치고 이틀만에 마침표를 찍어내는 것이 락쿤샘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때를 놓치지 않는 강단 있는 힘을 보았습니다. 채운샘은 코멘트에서 욕망을 좀 더 정미롭게 정리했으면, 또 자신의 욕망관념에서 출발했으면 좋았겠다고 하셨습니다. 무의식을 결여로 본 지점을 풀면 전개가 정교해지고 어느 순간 자신의 생각으로 딸려가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네요.

건화는 언제나 훌륭하죠. 자발적으로 자신의 길을 찾은 것도, 성실함과 꾸준한 미덕까지 갖춘 영민함도 건화를 빛나게 하지요. 너무 애정하나요? 전날 밤을 꼬박 세운 건화의 주제는 사고에 욕망을 도입하기였습니다. 샘은 도입부에 강남역 사건을 문제제기 했는데, 좀 더 분석되어야 하지 않았나? 그래서 글이 전체적으로 텍스트를 정리한 느낌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네요. 근데 건화가 정리는 무척 잘 했습니다. 텍스트 이해도를 보여주는 거겠죠.

현옥샘은 욕망을 자기화하지 말고 ‘기계’로 배치해내는 문제를 주제로 잡으셨습니다. 현옥샘은 글을 밀고 가는 힘이 대단하십니다. 주제를 놓치지 않고 정교하게 끝까지 가져가시죠. 읽으며 많이 배웠지요. 샘의 코멘트는 경험을 공부로 이해하는 지점이 좋았는데 좀 더 나아간다면 존재가 달라지는 지점까지 가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문제의식에 들뢰즈 가타리의 개념을 좀더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좋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에세이 올라온 건 모두 읽어 보실거죠? 수경샘 글은 직접 읽어보세요.

모두 고생하셨고, 고맙습니다.
전체 3

  • 2016-09-04 08:56
    음... 이색적인(?) 후기군요.
    에세발표 불참자로 예상치 못하게 올라온 후기 반갑게 잘 읽었슴다!

  • 2016-09-04 11:36
    허헉..허헉.. 무섭다!! 늦~~~은 에세이 후기..@@

  • 2016-09-04 13:32
    정옥쌤, 담 에세이에서는 과정부터 끝까지 꼬~옥 함께 해요 *.* 저도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