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3학기 수업 쫑! 24일 에세이!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6-08-12 13:15
조회
533
드디어 3학기 수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기계, 기관 없는 신체, 강도적 지대 등 당최 알아먹을 수 없는 소리들이 난무하는 긴 길을 지나고서 보니, 남아 있는 건 우리 자신의 혁명과 욕망의 문제였네요.
혁명이 어느덧 지난 세대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고 쓸데없이 무거움만 선사하는 단어처럼 느껴지는 시대지만, 바로 이런 시대가 혁명을 고민하고 실험할 때라고 말하는 책이 <앙띠>입니다.
혁명을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간주하거나, 혹은 조금 더 풍요롭게 살고 보다 진보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라 믿기 쉬운 지금, 보세요, 들뢰즈+가타리는 이 모두를 쳐내며 혁명에 대해 전연 새로운 이미지를 선사하고 있답니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김수영의 어느 시에서 몇 번이고 반복되는 구절입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선배들과 선생님들을 통해 익히 들어온 어떤 환멸감이 이 문장에 배어 있음을 느낍니다.
지난 수업에서 채운쌤이 그런 말씀을 하셨죠. 모든 것이, 처음에는 혁명적이었을 거다…
그날 낮에 진행한 세미나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또 무슨 체제나 집단이든 간에 모두 처음에는 자기들의 특정한 합리성 위에서 기존 시스템과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출현하지요. 그런 면에서 그들 모두 최초의 순간에는 혁명적이었습니다.
들뢰즈+가타리적 의미, 그러니까 그것이 기존의 영토에서 달아나려는 욕망의 생산이면서 그 욕망의 생산물이라는 점에서.
채운쌤께서 하신 설명대로, 혁명에서 어려움은 그것이 결코 단 한 번의 혁명으로 끝날 수 없다는 점, 혁명이란 한 차례의 시도와 그것의 성사가 아니라 '과정 전체'라는 것, 혁명을 결코 끝내지 않는 것, 과정인 것으로서 혁명을 완성시키는 것이 혁명이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들뢰즈+가타리의 설명대로 그램분자적인 것과 분자적인 것, 이 두 개의 극 사이에서 끊임없이 도주선을 그리는 것, 그것이 혁명이라는 것이지요.
채운쌤 표현대로 정리하자면 새롭게 영토화되지만 그에 포획되지 않고 다시 달아나기를 반복하는 힘, 바로 그것이 혁명을 추동한답니다.

이게 안 되니 혁명세력은 그 언젠가 끝내 환멸을 맛보고 맙니다. 꿈에 부풀어 방을 장만한 쥐엔성이 이내 쯔쥔과 자신의 방,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은 환멸감을 맛본 것처럼.
혁명에 대한 기대가 크면 클수록 환멸은 더 커지지요. 이 사람과 함께라면, 이 공간에서라면, 이 공부라면, 내 삶도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지만, 그 기대는 어느 시점이 되면 폭삭 무너지고 그보다 더 큰 절망으로 변질되기 십상입니다.
채운 쌤 말씀에 따르면 들뢰즈+가타리는 그 이유를 욕망과 배치에서 찾는다고 하지요.
스승이 아무리 위대할지라도, 이 공부가 아무리 훌륭한 것일지라도 나 자신이 그것을 도그마화 하고 그에 안주하는 이상, 그래서 그 어떤 새롭고 낯선 마주침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이상, 그간 혁명적이라 믿은 내 모든 선택과 행위는 파쇼적인 것이 되고 맙니다.
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파쇼입니다. 나는 붓다를 공부하는 파쇼입니다. 인류는 여성해방과 노예해방을 이룩한 파쇼입니다...

지난번에 읽었던 대로 들뢰즈+가타리는 자본주의를 역사의 끝으로 규정합니다. 자본주의는 모든 사회체의 극한으로 존재하고, 모든 탈코드화된 흐름을 공리화하는 막강한 손을 자랑합니다.
이런 자본주의 안에서 대체 혁명이란 어떻게 가능한가? 어떻게 반자본주의적 욕망과 실험들이 다시 자본주의 공리계 안으로 포획되지 않을 수 있을까?
한때 학생운동을 했던 아이가 지금 삼성과 CJ에 입사원서를 제출하고, 386세대 남자여자들이 더 좋은 지역에서 더 좋은 집을 짓고 더 좋은 교육환경을 자기 아이에게 제공하려고 애쓰는 2016년 대한민국에서 대체 혁명이란 어떤 이미지여야 할까?

끝까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앙띠>는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다양한 도구들을 우리에게 주었지요. 욕망, 기계, 무의식, 강도, 기관 없는 신체, 코드화 등이 그것입니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이 도구들을 최대한 잘 활용해 각자의 방식으로 <앙띠>를 정리하실 수 있으셨음 합니다.
채운쌤께서 공지하신 대로, 에세이 주제는 “욕망은 사회적이다”. 이 명제를 각자 자기 방식으로, 자기 고민을 가지고, 자신이 이해한 바를 토대로, 잘 정리해오심 됩니다.

에세이 발표는 24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됩니다. 오시는 분들 모두 각자 간식 챙겨오시고요.
모쪼록 마지막까지 서로 묻고 답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 되었음 합니다.
끝나고는 물론 즐거운 뒷풀이~~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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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12 16:03
    여력이 되시거든(->부디 여력을 만드시라는 의미^^) 뭐라도 정리해보시길 권합니다. 정리하시다가 자신의 욕망을 진솔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