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예술톡톡 4강 '제발 만지시오!' 장 팅겔리 후기

작성자
전연미
작성일
2016-10-04 16:24
조회
647
마르셀 뒤샹, 앤디 워홀, 백남준에 뒤이어 4강은 장 팅겔리 수업이었습니다. 채운 샘은 그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서 그의 작품을 동영상으로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이상하게 보이는 고철같은 로봇 조각품들, 관객이 버튼을 누르면 기계가 작동하여 그림이 그려지는... 완성된 기계를 해체한 듯한, 기계들의 내부를 보는 듯한 기분, 기괴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어디선가 많이 본 작품들입니다. 특히 부인 니키 드 생팔과 공동 작업한 파리 퐁피두센터 옆 분수 광장에 설치된 작품들은 인상적입니다. 팅겔리의 어두운 금속 재료와 니키의 다채로운 색상의 조각들이 대조를 이루면서 한마디로 어른들을 위한 새로운 버전의 디즈니랜드랄까 그런 인상이 저한테는 강하네요! 같이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같은 그런 해학적 기분을 느끼게 해주네요.

장 팅겔리는 스위스 현대조각예술을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예술가입니다. 스위스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프랑스에서 작업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에 의하여 움직임을 나타내는 작품을 말한다고 합니다. 칼더의 <모빌>처럼 바람이나 손으로 운동을 표현하는 것으로부터 마르셀 뒤샹에서 비롯되었고 팅겔리의 모토 장치에 이르기까지 일체가 포함된다고 합니다.

"회화적 시간을 그만두어라. ~~~~시간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맞춰 살아라. 시간은 막을 수 없다. 시간은 운동 중에 있으며, 정체될 수 없다."(강의록)

20세기 미술은 어떤 식으로든 마르셀 뒤샹의 영향 아래에 있다고 합니다. 키네틱 아트와 더불어 1950년대를 전후하여 개념주의 미술, 대지 예술, 미니멀리즘등의 주류 사조가 있습니다.  장 팅겔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개념주의 미술은 실제와 언어를 가지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예술 형태입니다. 그들은 예술은 물질적인 존재이기에 앞서서 무엇보다도 하나의 개념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미술품이 수집 매매되는 전통적인 방식에 도전하고 모더니즘작가에게 주어졌던 과도한 권위에 반발합니다.  --- 한스 한케라는 작가는 작품에서 미술의 사회적인 측면을 제기합니다. 미술관 입구를 그 유명한 까르티에 보석상처럼 꾸미고 내부에는 가장 중요한 보석이 놓여야할 자리에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이 사진에는 아프리카에서 저임금으로 다이아본드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이러한 것은 뒤샹의 레디메이드처럼 익숙한 이미지를 차용해서 가장 낯설은 방식으로 다르게 생각하게 하는 재맥락화의 시도입니다.

대지 예술을 대표하는 크리스토와 장 클로드의 <running fence>라는 작품은 미술관으로부터 벗어나서 아름다운 경치 속에 인공적인 흰 색의 천으로 울타리를 설치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보여주던 방식의 자연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걸으면서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어느 면에서는 퍼포먼스적인 전위예술과도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미니멀리즘은 작가의 주관을 배제함으로써 사물의 고유한 특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기계적인 산업재료를 그대로 놓고, 이를 통해 관객이 작품 재료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어떤 방식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공간을 각자가 다르게 체험하는 것입니다. --- 로버트 모리스는 작품의 재료를 펠트 천을 사용하여 작가가 재료를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공간을 장악하는 방식, 작품은 공간과 재료 그리고 관객의 시선과 움직임 그리고 느낌으로 해석됩니다.

그런 반면에 팅겔리는 어떻게 작품이 하나의 시점, 움직임, 시간성, 시간에 개입되는 우연의 요소를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말레비치와 칸딘스키의 작품에 주목합니다.

말레비치의 <black square>는 아마도 작가가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영감을  받고 작품을 했다고 합니다. 無로부터 모든 것이 생성된다. 그런데 無란 에너지와 같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계속 무엇인가를 움직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無에서 有로 간다. 없다와 있다를 동등한 무게로 구체화시킨 작품입니다. 그래서 작가가 의도하지도 않았고 원래는 없어야 되는 것인데, 시간과 함께 화폭에 균열이 생깁니다.  즉 작품 자체도 생로병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 팅겔리는 <메타 멜라비치>라는 작품에서 생성, 소멸이라는 계속 변이되는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모터를 화폭에서 작동시켰다고 합니다.

그는 칸딘스키의 작품에서 색채와 선, 면 등 순수한 조형 요소만으로 음악적이고 다이내믹한 추상 표현을 한 것에 주목합니다. 회화의 음악성이란 시간성을 갖는 것입니다. --- 그는 <메타 칸딘스키>라는 작품에서 칸딘스키의 작품을 차용하여 모터를 달고 기계의 이음새를 어긋나게 하고 작동 끈을 달아 놓았습니다. 관객이 끈을 잡아당기면 기계가 작동을 하는데, 항상 다르게 소리를 냅니다. 기계의 자동성과 반복성을 거부한 반기계주의를 표현한 것입니다. 기계도 우리의 삶처럼 예측 불가능한 우연적인 요소를 내제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는 시스템화의 거부, 끊임없는 지속적인 변화등을 추구하는 무정부주의의 영향을 받아서, 작품을 할 때 움직임에서 만들어지는 조형성, 연속적인 변이성 등을 추구합니다.  --- <메타 메틱스> 시리즈에서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끝없이 나오는 산업 폐기물을 조합하여 기계와 관람자의 신체를 연결합니다. 관람자가 기계의 버튼을 누르면 기계가 움직이면서 종이에 그림을 그립니다. 똑같은 그림이 아닌 인간처럼 기계도 일회적인 것을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은 자본주의의 생산성을 넘어서는 인간만이 일회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비꼬임입니다. --- <radio> 는 실제의 라디오를 분해하고 다른 기계를 첨가해서 벽에 설치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라디오가 작동하면서 나는 소리와 다른 기계의 연결로 인한 다른 소리가 계속 끼어듭니다. 여러 차원의 소리들의 결합입니다. 기계가 스스로 작동하면서 만들어 내는 우연성의 소리입니다. ---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해 준 <Hommage a New York>는 선풍기, 피아노, 자전거 등의 여러 가지의 폐품을 모아서 이들을 기묘하게 조립하여 움직이면서 요란한 소리고 내고 불도 뿜어내고, 결국에는 폭발해서 사라지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한 자리에 모인 느낌, 키네틱 아트의 모든 것을 다 보여 준 것입니다. 관람자들과 가장 능동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마르셀 뒤샹이 먼저 기계에 대한 사유를 통해 예술이 '기계'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뒤를 이어 다수의 작가들이 실재를 자각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자신의 방식대로 변주되는 곡을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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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04 19:29
    우아우아~ 신속하고 자세한 후기 멋져용ㅋ 다들 좋아하던 고철로 만든 분수들이랑, 저혼자 무섭다했던 알록달록 조형물, 기계들이 만들어내던 끼익끼익 소리들이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