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겨울특강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읽기: 제 7강 『되찾은 시간』

작성자
연두
작성일
2017-03-04 16:58
조회
245


처음 쓰는 후기에 앞서..

이번 프루스트 강의를 통해 규문과 첫만남을 가진 연두입니다. 우연인듯 운명처럼 프루스트와 마주쳤습니다.
7강까지 오면서 아직 책은 2권째 머무르고 있지만 프루스트를 만나게 되어 그리고 오선민샘과 규문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매회 후기를 이렇게 알차게 올라오고 있는 줄도 몰랐어요. 어제 통 크게 품위 가득한 회정식을 쏘신 네분의 언니뻘 샘들께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서
후기 제가 쓸게요 했는데, 정갈하게 올라온 이전 후기를 보니.. 제가 올리는 후기가 폐가 되지는 않을까 덜컥 겁이 납니다.

하지만 우리의 프루스트님은 우연히 마주친 이 후기의 기회를 긍정하고 이 쓰기의 시간이 겁이 났던 나를 과거로 만들고
프루스트와 그리고 규문과 한층 가까워지는 새로운 나를 맞이하게 되리라 말씀하실테니 용기를 내어 적어봅니다.
처음부터 너무 잘쓰면 매력 없으니깐 강의 시간에 메모한 내용과 크게 감화받은 인용문과 소감 간단히 덧붙여 보겠습니다.

멋진 말들을 주워 담느라 바빴던 강의 메모

이번 7강은 프루스트의 마지막 책이자 선민샘의 마지막 강의 『되찾은 시간』을 다루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강의, 프루스트에게 예술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에 이어, 이번 강의는 프루스트에게 '글쓰기'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로서의 사명 혹은 회고이지 않을까 생각도 했는데,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사유하고, 고통과 번민을 어떻게 치유하며,
행복과 자유를 어떻게 찾아나갈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 같아, 가장 감동받은 시간이었습니다. 역시 피날레답다 생각했어요.

책도 먼저 읽어 오지도 못하고 강의 시간에 읽는 인용문은 한번 읽어서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도 뭔가 얻고 싶다는 욕심에 강의 시간에는 선민샘이 해주시는 멋진 말들을 폰으로 주워 담느라 바쁩니다.
내 안의 공간은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그럴듯한 물건들만 일단 담고 보는 행태라 부끄럽긴 하지만,
이러한 메모들이 강의 시간의 인상과 심상을 건드리는 돌뿌리가 될 수도 있다는 억지를 써보며 옮겨봅니다.

==============================================

예술은 수련
- 매일 언제나 쓰는 감자로 새로운 요리 맛을 창조해내는 프랑소아즈
- 뭔가를 만들어내는 손! 예술이다
- 생활 속에서 자기 진리를 추구하는 위대함

글쓰기는 초시간, 나를 벗어나는 길
- 붓을 들면 짝사랑의 고통도 대상화
- 글쓰기 시간 속에 나란 주체성은 없고
- 끝까지 추구할 것이 너무 많아 책은 완결될 수 없는 것
- 신에게 닿으려는 고딕성당은 최종 설계도가 없다
-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문장 단어 하나하나
- 고생을 견디고 덧칠하고 덕칠하고
- 글쓰기는 지금의 나와 이별하는 방법
- 그래서 생사가 동시에 일어나는
- 초시간으로 출렁이는 지금
- 기원도 도착점-이념 목표-도 없는
- 멈추고 사유하고 비약하는

당신의 삶을 쓰세요
- 내가 죽으면 광석을 파낼 광부도 없어지고 광맥 자체도 사라질지니
- 사사로운 걸 쓰는게 아니라 진리를 탐구해야
- 진리는 단순화이고 보편성 도출
- 우리 자신은 우주
- 자각하고 어둠속으로 다리를 놓아야한다
- 이기적인 무관심을 지혜라 여기고 기존을 답습하는 것은 무지이고 폐착
- 내 스스로 사유하고 깨나가야
-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읽고싶다!!!

인식활동은 마주침
- 생각하게 하는것은 객체지만 결국 나를 들여다보는 행위
- 예술은 세상을 보는 안경, 독자는 그 안경을 쓰고 자기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
- 어떠한 인상과 인상을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보게하는 것

독서론
- 책은 진리나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님
- 정신적 삶의 도입일뿐
- 작품이 아니라 텍스트일뿐
- 저자를 죽이고 깊이 사유하고 내 인생을 새로 쓸때 독자는 탄생한다

 

글쓰기의 주관과 보편 사이 - 최고의 문단을 꼽으라면..

어제 선민샘이 나눠주고 강의 교재를 다시 읽다 『되찾은 시간』에 나오는 아래 문단에 감동을 느꼈어요.
메모를 하든 일기를 쓰든 제게 글쓰기는 '배설'이었던 것 같아요. 주관적인 감정을 토로하고 끝나버리는.. 비슷한 고뇌가 찾아오면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되죠.
글쓰기가 보편성을 획득해야 고뇌 속의 나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인상깊었고,
그 보편성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색하고 사유하고 나와 세계를 들여다보면 고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게 새로운 안경이었습니다.

==============================================

분명히 우리는 자기 몸에 헤아릴 수 없이 위험한 접종을 하는 의사와 같은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고뇌를 다시 치러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괴로움을 보편적인 형태로 사색해야 한다. 그러면 목을 졸라매는 듯한 그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고통을 이 사람 저사람에게 나누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얼마쯤 기쁨을 느낀다. 인생이 벽으로 둘럴싸일 경우 지성이 그 벽에 탈출구를 뚫는다. 왜냐하면 짝사랑에는 구해낼 수단이 없지만, 괴로움은 검증을 통해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설자 그것이 기로움이 허락한 결과를 끌어낼 뿐이라 하더라도, 지성은 인생의 밀폐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떠한 것이든 보편적이 도지 않고서는 오래도록 계속될 수 없으며, 정신은 스스로 쇠약해지니깐, 나는 작가가 가장 아끼던 사람좌도 결국은 화가의 모델처럼 작가 앞에서 그저 자세를 잡고 있었을 뿐이라는 생각을 달갑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되찾은 시간』)


 

보편적이지 못한 주관적인 소회..

매일 늦게 후다닥 들어와서 강의만 듣고 또 잊어버리고.. 배움과 수련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제가 아쉽기도 하지만,
규문을 통해 이런 아쉬움을 느끼게 된 것도 감사하고 제겐 의미가 있습니다.
매회 '주옥같은'-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오랜 기간의 배움과 수련과 끈기와 열정이 가득한- 오선민 선생님의 강의를 듣게 되서 영광이었고,
매회 빛나는 눈빛으로 강의를 같이 들었던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공부하고 싶고 좀더 진지하게 사유하고 싶다는 욕구를 촉발시켜주신 '예술'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배우고 익히고 깨달은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느끼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강의나 책을 신상 옷 만나듯 '소비'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싶은데 쉽지 않은 일 같아요.
다음주부터 뭣도 모르고 푸코 강의도 신청했는데, '아이쇼핑'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그 시간만큼은 진지하게 지성하고자 노력하는 '수련자'가 되자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모두 행복한 봄 되세요. (이런 봄 인사로 끝나는 후기도 있었던가요?^^;;)

 

다음주 간식은 저와 이응 선생님(맞으시죠? 제가 아직 성함과 얼굴을 다 몰라요)인데, 매일 지각하는 저 대신 간식을 도맡아주신 이응 선생님, 고맙습니다.
(후식 말미에 간식 공지가 있길래, 저도 형식에 맞게 써보았어요^^)
전체 4

  • 2017-03-04 23:29
    아아니, 이럴수가! 왕몽(은남)님의 지인이라시기에 비슷한 성향의 소유자이실 줄 알았는데, 이리도 꼼꼼하고 차분한 후기라니요! 왕몽님에게선 기대할 수 없는 후기이옵니다.ㅋㅋ 연두님, 규문과 (부부의 인연보다 깊다는) 공부의 인연으로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 2017-03-06 13:48
    빛나는 미소, 쉼없는 필기!
    선생님과 함께 즐거운 봄을 맞습니다. ^^ 감사합니다.

  • 2017-03-06 14:25
    이렇게 빠르고 꼼꼼한 후기라니ㅠㅠ 쌤도 행복한 봄 되세요//

  • 2017-10-09 00:59
    글쓰기가 지금의 나와 이별하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생사가 교차하는 길목이라니! 짜릿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