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읽는 일요일

1.3 후기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6-01-05 15:28
조회
3487
간만에 후기 올립니다.
그저 구절 하나 올리는 건데도 한 번 때를 놓치면 쉽지가 않네요-
아쉬울 따름-^^

이번에 옮길 구절은 '선성'이라는 이름의 비구에 대한 것인데요. 지지난 주에 만난 인물입니다-.-!
같이 읽으셨던 분들 모두 인상에 남았으리라.
그동안 읽었던 인물들은 어찌됐건 부처님과의 만남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고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다.
<잡아함경>, <법구경>은 딱 저와 같은 구조의 에피소드들로 꾸려져있기도 했죠.

선성비구는 좀 다릅니다.
부처님 곁에 있지만 깨닫지 못함은 물론이고 불교에서 악행이라 할 법한 일들 그러니까 탐진치의 일들에만 끝끝내 빠져듭니다.
이에 대해 가섭보살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 선성비구에게도 불성이 있다면 어째서 그는 부처 곁에서도 깨닫지 못한 것인가
- 어째서 그대(부처님)는 선성 비구 같은 이를 포기하지 않으시는가

이런 질문들은 '중생에게 불상이 있다'는 가르침과 관련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선성비구는 끝끝내 악행을 버리지 못하지만, 그것이 '어떤 중생에게는 불법이 있지 않다'는 것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음... 그럼 어째서 못 깨닫는가 하면.... 아직 잘 모르겠지만, 끝긑내 방일할 수는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깨달음의 인연은 포진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특정 조건이 그자체 인간을 깨닫게 할 수 없다는 생각도요.
진흙 속에서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이 있다지만, 연화좌(?)에서도 무명에서 벗어나고자 하지 않는 것이 또 중생이 아닐지.
붓다의 곁에서 끝끝내 붓다의 가르침에 반하여 살아가는 인간이 가능하다는 건 꽤나 놀라웠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부처님과 만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에게도 부처가 온전하게 설법을 하는 것은 그에게 불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 - '그(선성비구)를 품지 않았다면 그는 바깥에서 더 많은 악행을 지었을 것이다'라고 부처가 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자비도 가능하다니요....

관련된 구절들 옮기고 갑니다.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또 만나요. 요번 주 2시, 규문입니다-

"선남자여 나는 항상 선성비구를 위하여 진실한 법을 말하였건마는 그는 절대로 믿는 마음이 없었느니라. 선남자여, 선성비구가 비록 12부경을 읽고 외고 4선정을 얻었지마는, 한 게송, 한 구절, 한 글자의 뜻도 알지 못하였고, 나쁜 동무를 친근하여 4선정을 잃어 버렸고, 4선정을 잃고는 나쁜 소견이 생겨서 (....)" (99)

"(...) 선남자여, 큰 사자가 큰 코끼리를 죽일 적에도 힘을 다하고, 토끼를 죽일 적에도 그렇게 하여 소홀한 생각을 내지 않나니, 부처님 여래도 그와 같아서, 보살들이나 잇찬티카를 위하여 법을 연설할 때에, 공용(功用)이 다르지 아니하니라." (97)

"선남자여, 선성비구는 비록 불법의 한량없는 보배 더미에 들어 왔으나, 아무것도 얻음이 없으며, 내지 한 법의 이익도 얻지 못하였으니, 방일한 탓이며 나쁜 동무의 탓이니라. 마치 어떤 사람이 큰 바다에 들어가서 많은 보배를 보고서도 얻은 바가 없는 것은 방일한 연고며, 또 바다에 들어가서 보배 더미를 보고도 자살하여 죽거나 나찰귀의 살해가 되는 것과 같느니라. 선성비구도 그와 같아서 불법 가운데 들어왔지마는 나쁜 동무라는 나찰귀에게 살해되었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여래가 불쌍히 여기는 연고로 선성이 방일함이 많다고 말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본래부터 빈궁하였으면 그 사람에게는 불쌍한 마음을 내어도 그 마음이 박약하지마는, 본래 부자던 사람이 뒤에 재산이 없어졌으면 그 사람에게 불쌍한 마음을 내는 것은 두터우니라. 선성비구도 그와 같아서 12부경을 받아가지고 읽고 외우며 4선정을 얻었다가 퇴타하였으므로 매우 가련한 것이니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선성비구는 방일함이 많다고 하느니라. 방일함이 많아서 선근을 끊었으므로 나의 제자로서 보고 듣는 이는 이 사람에게 거듭 가련한 마음을 내는 것이 마치 큰 부자가 재산을 잃어버린 듯이 하느니라. 내가 오래 전부터 선성과 함께 다녔건마는, 저가 스스로 나쁜 마음을 내었고, 나쁜 마음인 연고로 나쁜 소견을 버리지 못하느니라. (...)" (100)

(...) 선남자여, 나는 오래 전부터 선성비구가 선근이 끊어질 줄을 알았지마는 그래도 20년이 되도록 함께 있으면서 기르고 행을 닦았느니라. 내가 만일 멀리 버리고 곁에 있지 못하게 하였더라면 이 사람이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나쁜 업을 짓게 하였을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여래의 다섯째 아는 힘이라 하느니라."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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