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4월 14일 '화산 아래서' 후기

작성자
현옥
작성일
2016-04-17 13:45
조회
601
맬컴 라우리의 '화산 아래서'는 우리의 경험과 지력으로 감당하기에는 다소 힘에 겨운 텍스트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제프리의 알코올 중독이라는 상황이 그런데요,  다들 알콜중독에 관해서 사회적 도덕적으로 학습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지라,   작가가 그 너머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들뢰즈는 '약물이나 술과 같은 물질들의 사용을 결정하는 사회적 소외의 기법들이 혁명적인 탐구를 통해서 전복된다면, 이 물질들의 사용과는 독립적으로 이 물질들의 효과가 세계의 표면에서 다시 체험되고 복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합니다.물론 대부분의 알콜 중독자들은 말 그대로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수동적으로 알콜에 먹혀버린 경우라고 할 수 있지만. 예술가와 철학자들 중에 알콜을 즐겼던 이들이 많은 이유는 들뢰즈의 말처럼 알콜이 단단한 자의식을  해체하고  감각을 예민하게 하여, 평소에 경험하기 어려운 잠재성(내재성)의 영역에 접속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텍스트에서 중요한 것은, 알콜중독 그 자체가 아니라,  주인공이 그 상황 속에서 끝까지 자신의 신체와  변용해가는 자신의 의식을 냉철하게 들여다 보며  그 균열의 지점을 사유했다는 점입니다.  '작가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철학자의 개념과도 같다'는 채운쌤의 말씀을 빌어 생각해보자면,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작가 라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한 개인의 균열'이라는 상황(개념)을  문제화하고자 했던 거라고  짐작해 볼 수 있겠죠. 사실  개체의 균열이라는 것은 꼭 알콜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나  늘상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태라고 할 수 있는데,우리는 그저 슬퍼하거나  분노하거나  아니면  아예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채로 이런 균열을 지나쳐 버리고  맙니다. 반면에  이 균열을  거리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그로부터 사유를  끌어내고  언어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자 --  그들이 바로 작가이고 철학자가  아닐까 싶어요.  바로  그런  점에서  알콜 중독자로서의  자신의 신체의  균열을  직시하면서  그것을  다시 언어화해 낸  라우리라는  작가가  참으로  감탄스럽다는 수경쌤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어쨌거나  어떤 길이건  가보지 않고서는,  그 길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지  않겠어요?!  설사 별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 길을 가보지않은 사람의  어림짐작과는 다른 것이지요.  문학텍스트는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체험이라는  생각을  이번 텍스트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습니다!
전체 2

  • 2016-04-18 11:38
    쓰고 보니 담주 공지가 빠졌네요. 다음주는 로브그리예의 '질투'입니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핫한? 제목이네여~^^
    공통과제를 써오셔야 함께 나눌 거리도 생기고, 자신도 챙겨갈게 생긴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
    근데, 간식은 제가 기억이 안나요... 죄송하게도. 담당하신 분이 아시겠죠?^^

  • 2016-04-18 13:42
    간만에 색다른 즐거움을 준 소설이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질투도 아주 좋군뇨.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자는 말씀 한 번 더 드리며... 담 시간 간식은 소현쌤이라는 중대한 공지사항 남겨둡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