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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동사서독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12-24 20:43
조회
183
171230 동사서독 공지


- 반지성주의

철학은 문제를 복잡하고 어려운 방식으로 던져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철학책을 붙잡고 머리를 싸안는 이유는 그것이 어렵기 정말 작정하고 어렵게 쓰였기 때문이지요. 아니 쉬운 길 놔두고 왜? 그건 ‘쉬운 길’이 곧 ‘상식’에 부합하는 길이라면, 우리의 생각은 계속해서 이미 형성된 코드에 입각한 것에 불과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그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의 사고를 구성할 것을 종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고, 뚜렷한 문제의식 없이 읽었다간 길을 잃기 십상이지요.
옛날 인터넷 초창기에는 ‘대중지성’이 ‘핫’했다고 합니다. 모두가 네트에 접속하여 제한 없이 지식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대중’과 ‘지식인’의 경계가 없어지고 모두가 지적이게 된다는, 그런 생각이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 만연한 것은 혐오 현상이지요. 이미 형성된 코드 즉 ‘상식’에 입각하여 나쁜 것을 나쁘다고 비난하고, 그것을 알리는 것에 환호하는 현상. 이는 이것은 어렵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구성하려는 철학과 달리 틀에 박힌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안온한 사고방식입니다. 심지어 철학의 어려움을 못 견뎌 하고 즉각적으로 답을 내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고 비난하지요. 일명 ‘반지성주의’가 만연한 시대입니다. 지성은 전반화 되었는데, 그것으로 나의 삶을 보는 게 아니라 타자를 규정하고 비난하는 방식으로 나를 찾는 것이 더 편한 시대가 되었지요.
그런데 선/악으로 구도를 나누어 다른 무리를 ‘악’으로 규정하여 ‘내 편’을 ‘선’으로 보는 것은 우리가 점점 생각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적어도 내가 몸담고 있는 ‘내 편’이 있는 이상, 그 무리의 가치에만 전념하면 되니까요. 정말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을 흐려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편에도 저편에도 분명하게 설 수 없게 하는 것에서 우리는 ‘상식’을 의심하고 다른 방향에서 내 행위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장자>의 우언

<장자>에는 공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번에 읽은 [도척]편에서도 예외는 아니죠. 이미 <장자>에서 꾸준히 까내려졌던 공자는 [도척]편에서 공자는 이제 악행을 일삼는 도적에게까지 꾸짖음을 듣는 처지가 됩니다. 도척은 공자를 ‘위선자’라고 칭하며 그의 허위의식과 일상생활에서의 무능력을 비판합니다. 옷을 지을 줄도 모르고 농사를 지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 입만 살아서 정치에 숟가락 하나 올려볼까 기웃댄다는 것이죠. 이렇게 갖은 욕을 먹으니 공자도 할 말이 없습니다. 얼른 눈을 내리깔고 돌아올 뿐이죠. 자 그럼 이러한 도척과 공자의 대화는 유가에 대한 도가의 신랄한 비판으로 보면 될까요? 드디어 공자의 위상이 산도적보다 못하게 된 것일까요?
하지만 [도척]편에 등장한 공자는 단지 ‘까이기’ 위해 등장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공자가 등장하기 전에 도척이 어떤 인물인지 설명한 것을 보면 정말 ‘천하의 쌍놈’입니다. 하지 않은 나쁜 짓이 없지요. 그런 그가 공자를 앞에 두고 삼황오제 시대를 거론하며 문명이 인간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쳤나 일장연설을 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모양입니다. 거기다 공자와 도척은 시대도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시대도 안 맞는 인물이 캐릭터에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하며 공자를 꾸짖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우언’을 읽으면 공자에게도 아무리 ‘장자적인’ 말을 하는 도척에게도 곧바로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습니다. 분명 <장자>에 수록된 글이므로 ‘장자의 주장’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아내서 그것을 내 것으로 삼고 싶은데 <장자>라는 텍스트는 그것을 방해하고 우리를 자꾸 미끄러뜨리는 것이죠.
<장자>는 전국시대, 그러니까 질서라고 믿어왔던 것이 모두 깨지고 ‘앗싸리 난장판’(채운쌤의 시그니처 표현^^)이 된 시대의 텍스트입니다. 이때 소환되는 공자는 도덕주의, 엄숙주의, 역사주의 등 이전시대의 질서를 떠올리게 하지요. 춘추시대만 하더라도 역사적 질서가, 올바른 것이, 문명에 대한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혼란스러운 시대에 가치를 갖는 것 자체에 대해 되묻는 장자는, 가장 가치를 확실히 갖고 있던 공자를 호출하여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자에게 묻는 사람은 도척, 인간의 쾌락에 대한 본연적 욕망이 넘실대는 가장 전국시대적인 인물입니다. 그래서인지 도척이 공자를 비판하는 말은 알아듣기 쉽습니다. 더 ‘현대적인’ 인물인 도척이 ‘꼰대’ 공자에게 내가 해줄 말을 대신 해주고 있는 것 같지요.
그런데 도척이 하는 일들을 돌아보면 마냥 이입하기가 힘듭니다. 그렇게 말하는 도척이 하는 일은 정말 천하에 다시없을 악행이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역사적 ‘책임’을 짊어지게 하기 위해 소환된 공자에게 이입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 대체 나는 누구 편을? 도대체 무엇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 이렇게 편 가르기를 흐려놓는 글쓰기, 그리고 답을 바로 도출해 낼 수 없게 하는 글쓰기, 이것이 장자가 구사하는 ‘우언’이고, 이런 글쓰기 자체가 장자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시간은 [설검], [어부], 나눠드린 논문 [직하학궁과 전국시대의 글쓰기-<순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읽어옵니다.
암송과 과제 잊지 마시고요~
여러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벌금, 올해가 지나기 전에 납부하시고 새출발 하시지요.
후기는 정옥쌤
간식은 지현쌤


메리 크리스마스^^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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