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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동사서독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1-01 09:37
조회
201
180106 동사서독 공지

- 어부

서양에서 예술가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주로 직업이 목동입니다. 목동에게는 마을에서 벗어나 양을 치고 예술적 영감을 얻고 자유롭게 노래하는 이미지가 있지요. 무엇보다 젊습니다. 서양의 문화는 이른바 젊은이들의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는 모험의 상징으로, 주로 공격적인 바다를 헤치고 저 너머로 향할 때 바다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동양의 경우, 서양의 목동과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어부입니다. 그리고 주로 그 어부는 ‘옹(翁)’이지요. 어부는 낚싯대를 지고 물가에서 나와 누군가와 대화하고 다시 홀연히 지나가는 현자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때 물가는 인생의 이미지가 있지요. 어부는 탈속 혹은 세속과 탈속의 경계에 있는 현자로서 그림이나 시에 등장합니다. 이런 어부의 기원으로 장자의 [어부] 편이 있다고 합니다.

동양에는 이른바 ‘3대 어부’가 있다고 합니다. 장자의 어부, 굴원의 어부, 그리고 도원명의 어부입니다. 이때 어부는 <장자>나 굴원의 <어부사>에서처럼 한 수 가르쳐주는 탈속의 인물로 나오기도 하고 도원명의 <도원화기>에서처럼 세속과 탈속의 경계인으로서 나오기도 합니다. 송 이후로는 지식인들의 지향점으로 어부가 많이 그려졌다고 합니다. 몸은 벼슬을 하면서도 정신은 탈속을 희구한다고 할까요.

[어부] 편에 나오는 어부는 공자에게 한수 가르쳐주는 인물로 나옵니다. <장자>에서의 공자님의 수난은 끝이 없는 것일까요?=_= 그런데 이것이 ‘우언’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장자의 우언은 한결같아 보이는 이야기에 다른 목소리를 투입해서 글의 방향성이 여럿이게 하는 글쓰기입니다. 그럼 우리는 <장자>를 여러 방향으로 곱씹게 되는 것이죠. [어부]편에 나오는 어부가 공자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은데 그럼 장자는 공자를 공격대상으로 삼은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어부가 하는 말은 너무나 ‘공자’적입니다. 자기 자리를 지키고 교언영색 하지 말고 나대지 말라는 말은 공자도 동의할 말이죠. 그런데 그 말이 어부에게서 나와 공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만큼 공자의 말이 알려져 ‘여덟 가지 하자와 네 가지 근심거리’라는 ‘공식’으로 굳어졌다는 거 아닐까요? 장자가 비판하는 지점은 공자로 대표되는 도그마화 된 인륜인 것이죠. 이때 도그마란 우리가 잘 해보겠다고 붙잡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잘 하려는 것이 어떻게 우리를 망치는가, 이것은 장자가 내내 말했던 바이고요.

유가와 도가는 무위(無爲)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닮았습니다. 하지만 유가 같은 경우는 백성들을 이롭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이 있지요. 백성들을 위해 잘 해보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것이 국가의 형태를 생각하게 하고 관리의 도덕을 생각하게 합니다. 유가의 이상적인 무위(無爲)란 모두가 자기 도덕적 완결성을 지니고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지요. 하지만 도가 같은 경우 통치를 통해 백성들을 잘 살게 만들려는 것 자체가 유위라고 봅니다. 도가가 말하는 것은 그 잘 해보려는 생각, 모두가 잘 돌아가는 거대조직의 이상이 아니라 소국이나 공동체의 이미지죠. 이렇게 보면 유가의 무위는 결국 문명에 대한 이상이 있습니다. [어부]편의 어부가 문제 삼는 것은 공자 자신이 아니라 공자로 대표되는 ‘문명’, ‘완전한 문명’에 대한 희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어부가 공자가 할 법한 말로 비판하기에, <장자> 뿐만 아니라 공자의 <논어>까지도 다채로워지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설검

[설검]편은 유세하는 상황을 가지고 온 우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장자가 왕 앞에 나아가는 ‘유세하는 포맷’을 갖춘 이야기죠. 그래서 <맹자> 같기도 합니다. 장자와 맹자가 서로 ‘모른 척’ 했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습니다. 분명 동시대를 살았고, 서로 알았을 텐데 왜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까요? 서로 너무 비슷한 지점이 없어서 그랬을까요?^^ 장자 후학이 쓴 [설검]편은 맹자의 글쓰기에 대한 패러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맹자의 글쓰기를 빌려오되, 유세의 폐해를 보여주는 글이지요.

[설검]편의 왕은 칼을 들었습니다. 이것은 싸움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전국시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쟁이 제도화 되었고, 예악은 이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장자가 왕 앞에 나아가서 한 것은 유세지만 그 이면에서는 또다시 무수한 인명이 죽는 싸움이 벌어집니다. 결국 장자가 미션을 해결하는 지점은 왕이 마음을 돌린 지점이라기 보단 그 무수한 검객이 서로 싸우다 죽었다는 장면입니다. 싸움을 멈추는 것은 장자의 말이 아니라 결국 싸움인 것입니다. 이미 전쟁이 제도화 되고 폭력이 마음의 제도가 된 시대에 왕이 마음을 바꾸어도 폭력은 멈추지 않게 된 것이죠. <장자>의 [설검]편은 그런 본성이 되어버린 싸움을 유세객의 말 몇 마디로 바꾸라고 ‘명령’한다고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열어구] 편 읽어옵니다.

후기는 규창

간식은 혜원

16일은 휴강이 아니고^^ 대대적인 <장자> 정리 예정입니다. 에세이 주제에 맞춰서 <장자> 내/외/잡편을 정리하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니 미리미리 준비합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전체 2

  • 2018-01-02 08:10
    어려울 때, 미스테리할 때 시간과 장소 그리고 사람을 바꾸라고 누군가 말한 기억이 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8년 입니다.
    모두 지복이 가득하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부로서 길을 열었으니 열매를 얻기 바랍니다. ~~~~~~~

    • 2018-01-02 18:31
      계속 미스테리를 찾아다니는 강석쌤이시군요~ 2018년도 강석쌤의 활약을 기대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