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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동사서독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1-20 23:54
조회
230
180127 동사서독 공지

- 상대주의

이번에 읽은 <장자, 영혼의 변화를 위한 철학>의 저자 앨린슨은 장자를 상대주의로 읽는 것을 경계합니다. 사실 그가 하는 말은 ‘장자는 상대주의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이기보단 장자를 상대주의자로 볼 때 나타나는 폐해를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앨린슨이 반대하는 건 모두가 옳기에 모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침묵하는 상대주의자로 장자를 보는 것입니다. 가령 나도 너도 모두 옳다고도 그르다고도 할 수 없다고 할 때, 우리는 침묵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장자는 상대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침묵하지 않습니다.

<장자>의 상대주의 태도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견해에 대한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도, 너도 모두 옳다’라고 할 때, 이때조차 내 의견이 옳다는 의견 자체는 건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침묵하는 상대주의에 빠집니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 남이 무슨 말을 인정하는 이런 태도는 사실 논쟁을 종식시키는 것도 깨달음도 뭣도 아닌 그저 비겁한 태도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장자>를 읽으며 내 견해를 의심하기보단 그걸 지키기 위해 그의 상대주의를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이번에 앨린슨 책을 읽으며 하게 되는 거 같네요. 그렇게 <장자>를 무용한 철학 텍스트로 만든 것이지요.

장자는 상대주의를 이야기하면서 판단도 합니다. 하지만 그 판단은 나의 옳은 견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의 확신을 중지할 때 판단은 이루어지는 것이죠. 장자식으로 말하면 명철한(明) 판단이 그제야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왜냐하면 내 견해가 옳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지키는 방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정말 마주하는 상황에 처해 그것을 다 겪고 나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저 굳어진 습관대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 판단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죠. 반면 장자가 말하는 ‘잊는다’, ‘응한다’라는 말은 사실 멍하니 당하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내 습관을 내려놓고 나서야 드러나는 능동적인 판단의 태도인 것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자신이 습관대로 생각하던 것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벗어남이 자기 확신에 대한 의심이요, 상대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세이

이번 시간에는 앨린슨의 책 이야기를 하면서 에세이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장자, 영혼의 변화를 위한 철학>을 읽으며 저는 계속 ‘왜 앞에서 했던 얘기를 또 할까...’ 라는 생각을 계속 하며 읽었는데요^^;; 다 읽고 나니 [제물론]의 나비 하나를 가지고 자기주장을 하나 관철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 것 같았습니다. 앨린슨은 장자 내편을 두고 끊임없이 묻습니다. 왜 신화가 앞에 나와야 했는지, 장주와 나비의 이야기는 착간이 아닌지, 대성인의 이야기와 나비의 이야기는 순서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정상인이 아닌 ‘괴물’이 나오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런 질문들을 하나하나 논증하면서 장자를 읽는 것 자체가 우리 영혼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이야기의 중심에는 늘 나비를 두면서요. 보면서 ‘에세이를 쓸 때는 이렇게 ㅇ0ㅇ’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각도로 장자를 보되 자기가 중심에 두고 풀어내려고 하는 것은 끝까지 붙잡고 놓지 않는 것.

채운쌤은 에세이를 쓸 때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좀 믿어라! 라고 하셨지요. 가령 자신의 문제를 쓰면서 <장자>를 가지고 오면, 그때 <장자>는 이야기를 장식하는 인용문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장자>를 읽으면서 재밌다고 생각하는 에피소드, 개념 같은 것은 날아가고 내가 풀어야 하는 이야기에 짜 맞출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오게 되지요. 그럼 내 문제도, <장자>도 새롭게 읽을 수 없게 됩니다. 에세이는 텍스트 독해를 중심으로 내 문제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장자>를 읽으며 내가 공통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모으고, 그것들을 정리해야 그때 나도 모르던 내 문제가 새롭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에세이는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장자>를 읽는 기쁨 역시 텍스트와 내 문제가 만나 다른 지평을 만들 때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은 에세이 발표입니다. 6장 이상 써 오시고, 26일 금요일 저녁 10시까지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늘 그렇듯이 안 올리심 벌금 있습니다~ 오만원~~!!)

간식은 각자 조금씩.

오전 10시에 모입니다! 같은 시간에 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더 있는 관계로, 에세이는 미리 인쇄 해 오시거나, 일찍 오셔서 복사 해 주세요~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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