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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전1강 (12.10) 후기 및 공지

작성자
윤몽
작성일
2016-12-16 12:25
조회
439
오랜만의 주역수업, 이번이 계사전(繫辭傳) 첫 시간이었죠.

계사는 괘사와 효사를 말하는데, 글자로 보면 말(辭)을 매단(繫) 것이고요. ‘경(經)’과 ‘전(傳)’이라고 할 때, 경(상경 30, 하경 34)을 해석하기 위한 전들, 즉 총 열 개의 해석인 십익(十翼) 중의 하나예요. ◎ 여기서 십익은 단전(彖傳) 상·하 2편(한 괘의 종합적 해설), 상전(象傳) 상·하 2편(64괘의 해설), 계사전(繫辭傳) 상·하 2편(종합적인 철학적 해석, 십익의 핵심사상), 문언전(文言傳:乾坤 2괘의 윤리적 해석), 설괘전(說卦傳:괘의 능력과 형상 등의 개괄적 설명), 서괘전(序卦傳:64괘 배열순서의 설명), 잡가전(雜家傳:서로 대립하는 괘의 설명)의 7종 10편으로 이루어졌습니다(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계사전 상하와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은 뒤에 남은 통론이고요. 이것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64괘에 대한 각론으로 각 괘로 올라간 것들이죠.

처음 계사상전의 본의를 보면, 계사는 원래 문왕·주공이 지은 말로서, 괘와 효의 아래에 달려 있던 것이니 바로 지금의 경문이라고 했어요. 여기서 ‘붙였다’는 말 대신에 사용한 ‘달려 있다’는 표현 자체가 2D가 아닌 3D, 입체적인 차원의 사고를 했었던 것 같다고 우샘께서 말씀하셨죠(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달려있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이 편은 공자가 ‘술’한 계사의 전이라고 되어 있어요. 여기서 작(作)이 아닌 술(述) 자를 쓴 것도 의미가 있다(논어의 술이부작述而不作)고 해요. 저술·창작한 것(作)이 아니라 정리·편찬한 것(述)이라고 표현한 거죠. 그래서 이것은 ‘공자가 정리한 계사의 전이다’로 이해하면 돼요.

본문은 무척 아름다운 문장으로 되어 있는데, 소리 내어 읽으면 박자가 딱딱 맞아요. ‘하늘은 높고 땅은 낮으니 건과 곤이 정해졌다(天尊地卑 乾坤 定矣)’는 말과 ‘낮은 것과 높은 것이 늘어서 있으니 귀한 것과 천한 것들이 자리 잡았다(卑高以陳 貴賤 位矣)’는 문장이 서로 호응을 이루고 있죠. 여기서 보이는 상대적인 대칭성은 노자와도 통하는 사유라고 하셨어요. 하늘과 땅, 천지자연의 이치에 따라서 세상 만물들이 각자의 자리를 잡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고, 이것을 주역으로 보면 건과 곤, 양과 음이 정해지고, 낮은 데서부터 높은 데까지 즉, 초효에서 상효까지(물론 의미상 가장 높은 자리는 5의 군주의 자리지만요) 육효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죠.

여기서 ‘방이류취 물이군분(方以類聚 物以群分)’이라는 표현의 해석이 논란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방(方)의 해석이 문제가 된다고 해요. 우선 방(方)을 ‘사정의 흐름’으로 보면, 사정이 괘의 이름을 결정하는 것이니까 그것이 괘(왕부지의 해석)이기도 하죠. 상황의 추이에 따라 선악의 류들이 모인다. 사건의 진행에 따라 선악이 결정된다. 즉, 사건으로 무리가 나뉜다. 이럴 때 무리를 효라고 볼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여기선 길흉은 예정되어 있다는 내용이 되는 것인데, 우샘께서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항상 그랬듯 징조와 낌새를 읽는 것이 중요해지고, 선택한 방향으로 ‘갈 때’ 길흉이 비로소 확정이 되겠죠. 아무튼 이렇게 괘와 효로 연결해서 해석하면 그 다음의 길흉이 생겨난다(吉凶 生矣)는 구절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돼요. 다른 해석으로 방(方)을 방소, 동서남북의 방향으로 보면, 방소에 따라 유형별로 모인다. 즉 세상의 모든 존재는 각각의 분류체계가 있다는 식의 해석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주역을 고대분류학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되고요.

저는 강유가 서로 부딪히고 팔괘가 서로 요동친다(剛柔相摩 八卦相盪)는 말부터 시작되는 다이나믹한 묘사장면이 좋았는데요. 음양의 에너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충돌해서 만들어내는 세계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꿈틀거리는 느낌이었어요. 부딪힌다거나 요동친다는 표현도 있고, 뒤에 가보면 강유가 서로 민다(剛柔 相推)는 표현도 나오는데요. 음양이 서로 밀고 그 에너지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양들을 상상해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북을 치는 것처럼 기운이 부풀어 올라서 우레나 천둥의 에너지가 만들어지고(鼓之以雷霆), 그것이 다시 촉촉하게 적셔지고 수렴되어서 바람과 비가 만들어지기도 하고(潤之以風雨), 에너지의 파동이 거칠어졌다 부드러워졌다 넘실거리기도 하고 움직임이 커졌다가도 다시 섬세하게 잦아들기도 하고요. 확산과 수렴이 조화를 이루어 움직이죠. 이렇게 해와 달도 번갈아가며 운행하면서 한번은 춥고 한번은 덥고(日月運行 一寒一暑), 춘하추동의 사시 변화가 따르고요. 건의 도가 남자를 대표로 하는 양의 기운의 것들을 만들면(乾道成男), 곤의 도는 여자를 대표로 하는 음의 기운을 만들어 조화를 이루고(坤道成女), 건이 만물의 위대한 시작을 주관하면 곤은 그것에 부응해서 지상의 모든 만물들을 이룹니다(乾知大始 坤作成物). 계사전의 이야기가 주르륵 읽기만 해도 멋있지 않나요!

제가 한 가지 더 좋았던 부분은요. 건이 쉬운 것으로 일을 주관하고, 곤은 성근 것으로 능히 할 수 있다(乾以易知 坤以簡能)는 표현이에요. 여기서 이(易)는 쉽다는 뜻이고요. 간(簡)이 성근 것, 쉽게 말하면 대충대충, 대강대강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천지자연이 그렇게 빡빡하고 꼼꼼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완벽하게 꽉 짜여서 답답하게 일하고 있지 않다고요. 하늘도 일을 쉽게 쉽게 하고, 땅도 일을 간략하게 대강대강, 우리가 보기엔 대충대충 하는 것처럼 해요. 우리가 모두 100% 완전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하늘과 땅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바로 이(易)이자 간(簡)이죠. 자연이 만물을 대강대강 키우는듯하지만 어느 새 풀들도 나무도 동물들도 별 문제 없이 쑥쑥 자라나죠. 대충하는 것 같아도 다하고, 그러면서도 풍성해요. 이것이 바로 ‘간한 것으로 모든 것을 능히 하는 것(簡能)’이에요. 당연히 우리도, 이런 자연의 모습을 따르겠죠. 하늘이 쉽게 하기 때문에 우리도 또한 쉽게 알 수 있고요(易則易知). 땅이 성글기 때문에 우리도 단순하게 따를 수 있어요(簡則易從). 그러니까 여기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지(易知)하고 이종(易從)하는 것, 쉽게 알고 그것을 쉽게 따르는 것이죠. 그렇게 빡빡하지가 않아요! 여기 주자의 해석을 보면요. 인간에 대한 무한한 긍정, 유가적 낙천주의를 볼 수 있는데요. 천도와 더불어 마음을 같이 하는 자가 많다고 했고요. 외롭지 않게 마음을 합하는 자들이 있어 그것을 따르고, 또 이에 협력하는 자가 많아지니 이루는 것들이 있게 돼요. 천도를 가까이 하고 그런 여러 사람들과 가까워지면 내면이 전일(一於內)해지고 오래갈(久) 수 있게 되며, 밖으로도 아우를 수 있게(兼於外) 된대요. 여기서 인간은 천도와 지도를 따라야 한다는 것, 우주의 이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과 그런 뜻이 맞는 자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겠죠. 천도와 지도를 우선 알아야 따를 테니, 우리가 이렇게 공부를 하는 것이겠고요. 각자 집에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이유도 아시겠죠!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요. 군자가 일상의 거하는 곳에서 편안할 수 있는 것은 그 순환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어서라고 했고요(所居而安者 易之序也). 즐거워하는 바가 있어서 마음을 두고 꾸준히 즐길 수 있는 것은 그 효의 말들 때문이고요(所樂而玩者 爻之辭也). 여기서 저는 안(安)과 완(玩)이라는 글자가 좋았는데요. 여기서 편안하다(安)는 건 현실을 도피해서가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이 뜻대로 되지 않을 확률들, 실패하고 어려움이 닥칠 확률들을 모두 잘 알면서도 그 안에서 편안할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즐긴다거나 가지고 논다고 해석할 수 있는 완(玩) 자는 연구한다는 뜻의 연(硏) 자와도 상당부분 통하는 데가 있는 말로, 마음을 두고 꾸준히 긴 안목을 가지고 오래도록 즐기는 거예요.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놀듯이 하는, 무목적의 즐거움이죠. 괘사와 효사를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리저리 생각해 보면서 노는 것이고요. 당연히 진심으로 즐길 수 있어야 오래도록 질리지 않겠죠. 우샘은 이것이 주역을 즐기는 생활백서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계사전과 이후의 다양한 주역시리즈, 주역과 글쓰기까지 모두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요즘 주역 분위기 엄청 좋은 거 같은데!! 주역멤버들을 보면 진심으로 반갑고 마음이 즐거워져요. 제게 힘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게다가 새로 들어온 멤버 규창이(주역꿈나무)와 정옥샘(수업이 너무 재미있다셨던)! 지난주엔 두 분이 늘어서인지 꽤 많은 정예멤버들로 북적이는(!) 수업이었죠. 감기 때문에 고생이셨던 우샘은 좀 나아지셨는지요. 날이 갑자기 많이 추워져서 감기 환자가 많던데 모두모두 감기 조심하셔요.

이번 주 토요일은 오후5시부터 송년회가 있는 관계로 주역수업은 휴강합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수업대신 송년회에 참석하셔서 같이 저녁식사 해요~ 수업은 고 다음주, 성탄 이브에 있겠습니다. 성탄이브인데 안 쉬냐고요? 그런 거 없습니다. (궁금하시면 채운샘께 여쭤보세요.. 채운샘께서 아마 ‘니 생일이냐?!’ 하실 겁니다. 최소한 저희한텐 저렇게 답하십니다.) 흠흠. 분위기 이상해지기 전에 얼른 마칠게요. 이번 주 송년회나 다음 토요일 주역 수업 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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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19 14:13
    처음 듣는 주역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후기를 보니까 제가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네요 ㅠㅜ 그런데 요즘 동양철학을 보면 길흉에 대한 좋고 나쁨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철학을 하면 길흉을 초월하는 경지를 상상했었는데 ㅋㅋㅋ 다만 길흉이 찾아와도 길을 고집하지 않고 흉을 억지로 피하지 않는 것. 그러나 가능하다면 흉한 쪽이 아니라 길로 향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이미지 밖에 없지만 앞으로 무슨 내용을 들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