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소생이 밟은 여덟 번째 도시 : 수사

작성자
지영
작성일
2019-01-07 05:23
조회
252
저희 소생팀은 이스파한의 시오세폴을 뒤로하고 이란의 중서부에 위치한 고대 도시, 엘람(Elam)왕조(기원전 2700?년~기원전 1600?년)의 수도였던 수사(Susa)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이동 중 아지미의 적극적인 추천과 현지 도로 사정이 맞물려 반나절만 머물려던 수사 일정이 2박으로 늘어났습니다. 결과적으로 터키 일정은 줄었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붙임성 넘치고 에너제틱한 관리인(?)에 비해 숙소의 열악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었지요.
  1. 도착 다음 날 간 곳은 ‘다니엘 영묘’입니다. 비가 꽤 왔지만, 확실히 남쪽이라 바람이 생각보다 산들산들 했습니다.



이 영묘는 계획엔 없었지만, 비도 내리고 아지미의 차 수리 문제도 있고 숙소에서 가깝다는 이유(걸어서 5분 거리)로 우연히 들렀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봐온 거대 모스크들의 묘한 고요함과는 다른, 안방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부 여성 동지들은 기도하는 무슬림 여성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요.

2. 그리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을 걸어 아파다나 성으로 향했습니다. 아파다나 성은 아케메네스 왕조(기원전 550년~기원전 330)의 다리우스 1세(기원전 486~466 재위)가 겨울 궁전으로 지은 곳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넓다란 성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습니다. 그 앞에서 한 장!



사진상으론 분위기가 썰렁 하지만, 성터 오기 바로 전에 수사 뮤지엄에서 뜻밖의 환대를 받아 몸도 마음도 만족만족한 상태! 사실 뮤지엄 자체는 넓은 궁전 터에 비해 유물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이스파한이나 테헤란 박물관, 그리고 유럽 곳곳에 있겠지요). 아쉬움에 기념품 샵을 기웃거리는데 샵 주인 아주머니가 화로에 데운 이란 빵(‘라보쉬’라 불리는 낣작한 빵)을 건네며 전통 직물을 뜨는 법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란 특유의 파란 돌도 선물로 주셨지요. (이름도 가르쳐 주셨는데 빵에 눈이 멀어 잊어버렸습니다ㅠㅠ)

짧은 지식으로 재잘재잘 아파다나를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입구에서 저희를 마중 나온 아지미와 조우! 아미지가 저희 일정을 기억하시고 직접 데리러(?) 왔어요. 아쉽게도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그 날의 반가움은 오래 기억날 것 같습니다.

3.  아지미의 빠른 픽업 덕분에 지체하지 않고 다음 장소인 초가 잔빌(Tchogha Zanbil)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엘람 왕국의 신전인 지구라트가 있는 곳입니다. 신전 근처를 보면 아직도 사방에 마을이 있던 흔적을 볼 수 있는데요, 과거에 이 신전이 도시의 중심에 있었음을 눈으로 보니 새삼 고대인들의 생활상을 슬쩍 본 것 같은 기분에 또 감동~

비 맞고도 왠지 기분이 좋은 소생팀^ ^(깨알 같이 보이는 건, 오늘의 몸개그 담당이자 액땜의 아이콘 혜원, 그녀가 몸을 던진 사진은 마지막에!)



4. 점심을 든든히 먹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슈쉬타르입니다. 수사는 카룬 강과 베즈 강 사이에 있는 곡창지대인데요, 다리우스 황제가 토지 개발을 위해 축조한 거대한 관개시설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단 사진으로 보시죠!



이 거대한 댐과 교각의 크기도 대단했습니다만, 이 수력 발전을 통해 도시의 물 공급, 논경 관개, 양어장, 방앗간, 수상 수송, 방어 시설 등 다양한 용도로 알뜰히 사용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습니다. 부분적으로 훼손되기도 했지만 현재 까지도 이용된다는 점에서 내구성은 단연 세계 최고! 언뜻 보면 고즈넉한 일반적인 농촌 마을 이지만, 이 기술력을 가지고 이뤄낸 부와 문화가 어마어마 했음을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수사 일정을 마쳤습니다.(한국에서라면 속이 열번을 터졌을 정도로 느린 인터넷 속도와 회의의 여파로 현재 쉬라즈에서 쓰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사의 아크로바틱 혜원'^^투척합니다! 사진 찍느라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결국 꽈당!



그 짧은 순간 달려갈까 찍을까 고민을 하다, 결국 사진기를 들었습니다(건화가 저보다 더 가까이 있었다고 핑계를 대봅니다).

매일매일 이야기 거리가 끊이지 않는 소생팀의 소식은 쉬라즈 편에서 다시 전해드릴게요~^^
전체 4

  • 2019-01-07 07:31
    빗물과 눈물 그리고
    ... 넘어지는 혜원샘
    그래서 삶은 오류다.

  • 2019-01-07 09:21
    이란 사진을 볼 때마다 정말 감탄하게 되는데요. 아직 우리가 모르는 곳이 정말 많고, 가볼 곳이 천지 빼까리.
    문명의 흔적을 보면 거대한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수사! 좋군요!!

  • 2019-01-07 15:00
    저런 굳건한 흙무데기 기초를 보면 존경심이 일어나요.. 그 오랜 세월동안 어떻게 이런 흔적을 남기고 있었을까 하는. 꽈당 혜원이 뼈다구는 괜찮겠지요. 다들 건강하시고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 2019-01-07 18:37
    수사군요. 다리우스 황제 !!
    여기에서는 머리에 히잡인가 하는거 안 썼네요.
    그 예전의 거대한 댐과 교각이라니 !! 지금 보다 예전이 더 번창하고 화려했다니 ~~
    역사란 무엇일까요?
    액땜하신 혜원샘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