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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후기 (루쉰 전집 2권) 및 공지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5-10-20 20:13
조회
4465

어느덧 루쉰 1학기가 중반을 넘어가네요. 재밌고, 어렵고, 이상고, 충격적이기도 하고... 다들 그러시리라.^^
주워들은 말에, '사유가 불가능한 지점에서 사유가 시작된다'! 루쉰, 특히 루쉰 소설도 우리에게 그런 것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사유는 쉽사리 작동하지 않기도 합니다만요=^= 힘내서 쭉 읽어가 봅시다.


수업 때 나온 이야기들 몇 가지 옮겨볼게요.


- 먼저, 자연과 인간
<토끼와 고양이>, <오리의 희극> 등을 언급하면서 자연계의 일 & 인간계의 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인간 역시 자연이 아닌건 아니지만 자연계의 논리 - 가령 약육강식과 같은 것들을 인간 세계의 차원에서 이해하려 하면 어려워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가령, <토끼와 고양이>에서는 ‘귀여운’ 토끼들의 죽음이 ‘못된’ 고양이의 짓일 것이라 여기며 고양이들에 분개하고, 심지어는 고양이를 죽일 생각까지 하는 인물들이 나오죠.  또, <오리의 희극>에서 귀여운 올챙이들은, 역시 귀여운 오리들에게 잡아먹힙니다. 고양이가 새끼 토끼들을 잡아먹었는지 어쨌는지도 모르지만, 잡아먹었다 한들 그를 ‘악한’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인간적’일지언정 그야말로 반자연적 관점. 귀여운 오리들에게 올챙이들을 살육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받아들여졌는데요. 몇 장면들이 생각나면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등이 자연의 질서라고 할 때, 샹린댁과 같은 이들의 죽음은 어떻게 말할 수 있는 건지. 그것도 자연스러운 죽음인 것인지. ‘불쌍하다’, ‘그런 여자도 살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뭐 이런 식 말고 어떤 방식으로 그 죽음을 이해해볼 수 있는 건지요. 샹린댁의 죽음에 그 스스로도 책임이 있지만, 역시 주변 인간들 또한 문제가 아닌가! 이런 식으로 분이 먼저 치솟습니다. 그러다 또 한편으로는 인간이 어떤 무지라거나 할 만한 상황에 처해있을 때,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죽음에 철두철미해지지 않는 것에 여전한 우리의 인간적 관점같은 게 있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아Q도 그렇고요.
루쉰 소설에는 죽음 장면들이 많은데, 다들 어떤 식으로 읽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적막
루신의 소설에는 ‘적막, 사막, 비애, 황야’에 대한 언급들이 많다. 루쉰의 이 적막이란 무엇인가. 완전히 알 수는 없더라도, 우리는 루쉰의 글들을 통해 그의 적막을 어떤 식이든 살아보아야 한다. -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적막’이라는 단어는 크게 남으셨을 것이리라.
루쉰의 적막은 뭘까요. “무릇 누군가의 주장이 지지를 얻게 되면 전진을 촉구하게 되고 반대에 부딪히면 분발심을 촉구하게 된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다시 말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면, 아득한 황야에 놓인 것처럼 어떻게 손을 써 볼 수가 없다.”(<외침>, 서문) 루쉰의 첫 번째 소설집 제목은 ‘외침(납함)’이건만, 서문에서는 깊은 침묵에 사로잡히게 되는 상황이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주장이든 적이든 아군이든을 향하게 마련인가 봅니다. 그런데 적도 아군도 없다면, 그 때 우리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 사실 이런 상황 자체가 쉽사리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알게 모르게 우리는 적을 상정하고, 편을 구하며 어떤 주장들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이기기도 또 지기도 하면서요. 그런데 더 이상 그런 구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된 걸까요. 루쉰의 적막은 희망/절망에 대한 그의 생각과도 연관이 됩니다. 자신은 더 이상 희망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사람들을 깨친다고 한들 그들이 잠들어 있던 “철방”이 “철방”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또 쓸 수 있는가. 말한다거나 쓴다거나 하는 일이 대체 무엇인가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적막, 뭔가 몰라도 소설 읽으시면서 다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을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잘 잡히지는 않겠지만 쭉 생각해 나가 봅시다.!

수업이 끝나고, 이어지는 주역강독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간 은남샘은 루쉰의 '적막'이 걸렸던건지 어쨌던건지 그 밤에 <들풀>을 읽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읽다보니 어려워서 또 늦게까지 붙들고 있었다고. 아, 이 아름다운 학인의 모습.... ^^
그런데, 담 날 아침 일찍 외출하시고, 그 날 오후에 <불경읽는일요일> 셈나에 오셔서는 배를 한 조각 먹고는 속이 꼬여(?)......
공부방에서 꼬박 꿀 잠(?)을 주무셨다 합니다. 루쉰이 준....... 작은 사건인가요?! ㅎㅎㅎ (담 주 <들풀> 독해를 기대해 봅니다 ;> !)

루쉰의 글들은 무언가 강렬하게 오는 것 같으면서도 쉽사리 무엇인가 말할 수 없게 하는 것 같아요. 수업 때 나왔던 말처럼, 이건 단순하게 '어렵기 때문이다'라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 잘 버티고, 꼼꼼하게 읽어가 봅시다 >^< ㅋㅋ

아, 각종 벌금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는 것 아시지요? 지각은 당근 노노. & 암송 간지(;;;)도 좀 올려봅시다. ㅋㅋ (자, 지금 선정하세요!)

읽을 범위 : 루쉰 전집 3권 중 '들풀', '아침 꽃 저녁에 줍다'
* 소설집(루쉰 전집2권) 뒷부분 이야기를 더 하기로 했지요.
책 챙겨오시고요. <아Q정전>과 <고독자>는 한 번 더 꼼꼼하게 읽어오자고 했습니다.

발제 : 혜원 ('들풀'), 정화샘('아침 꽃 저녁에 줍다')
간식 : 쿤우샘&홍명자샘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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