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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읽기 에세이 공지(11.13)

작성자
하동
작성일
2015-11-02 00:14
조회
940

이번 주에는, 루쉰판  리라이팅 클라식이랄 수 있는 <고사신편>, ‘새로 쓴 옛날이야기’를 읽었는데요, 아마 지금까지 읽은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읽는 재미가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루쉰의 유머와 해학, 그리고 풍자의 성향 및 재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들인 거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1920년대 초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15년 정도의 시간에 걸쳐 쓰여진 작품들을 모은 것이라, 시대적 상황의 변화와 그에 따른 그의 사상이나 세계관의 변모 양상을 슬쩍 엿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물론,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요). 이런 흥미로운 지점들과 별개로, 분명하게 의미를 파악해내는 것이 쉽진 않은 작품들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었습니다. 서술 태도나 방식은 여전히 이중적이면서도 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더욱이 작품 구조나 내용의 면에서 古와 新이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는 허투루 넘겨짚고 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업 중에 나온 얘기 몇 가지 짚고 넘어갈게요. 또 다시, 적막감과 비애의 정조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로 하여금 메스가 아닌 펜을 들게 했을 근원의 계기라 할 말한 적막감이라는 것을,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적인 개념을 통해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얘기였지요. 그것이 단순히 ‘~에 대한’ 반응적 감정이 아닌, 인간 삶과 역사에 대한 통찰력과 관련된 것으로 보지 않으면 유치한 접근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나아가 이 문제를 글쓰기의 문제와 결합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하셨네요. 자기 시대를, 질식할 것 같은 ‘냄새나는 서류 뭉치의 시대’로 의식하고 글을 통해 그것을 견디고 넘어서려 했던 카프카처럼, 루쉰에게도 그가 경험해야했던 ‘적막감’이 지속적으로 글을 쓰게 만든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는 것이죠. 과연 글쓰기의 근원적인 조건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무엇이 아닌 ‘글’을 쓰게 만드는 것인지 생각해 보고, 이를 에세이에 녹여내면 좋겠다는 채운 샘의 당부 .


그리고, 루쉰은 글을 쓸 때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어떤 대상도 자신과 분리시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얘기가 있었네요. 우리는 보통 글을 통해 어떤 대상을 드러내고자 할 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객관화 또는 대상화하는 하게 되는데, 이는 글의 주제를 명확히 부각시키는 데 아주 편리한 방법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루쉰은 그러질 않고,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그 안에다 자신을 쓰윽 집어넣어버린다는 건데, 그동안 우리가 그의 글을 읽으면서 확인했던 바이기도 합니다. <고사신편>도 예외가 아닌데, 그는 소설에서 그리고자 하는 인물들에다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킴으로써 대상에 대한 태도나 시선을 모호하게 만들어버리고 맙니다. 해서, 타인에 대한 비판인가 하면 자기 비판이기도 하고, 속시원한 풍자인가 싶다가도 안쓰러운 자기연민 같은 게 보이기도 합니다(옥상 샘은 사소설의 느낌이 난다고까지 했지요). 제겐, 백이는 물론이고, 예, 안지자오, 심지어 노자나 장자의 모습에서도 루쉰이 보였는데 이런 글쓰기를 뭐라 해야 좋을지 참, 그 이중성 내지는 중층성을 어떻게든 뚫고 나가야 루쉰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사신편>에 실린 글들 중에서는, ‘고사리를 캔 이야기’, ‘달나라로 도망친 이야기’, ‘검을 벼린 이야기’ 등에 대해 주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앞의 두 작품에선, 세계가 더 이상 자신들이 설정한 한때의 표상이나 준거에 의해 작동하지 않는, 하여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변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지식인은 어떻게 선택하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 의식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했지요. 이·제나 예는 분명, 시대를 관통하는 불변의 가치(그것이 인이든 의든)를 찾고 지키려 하고, 과거의 자신에 대한 상에서 벗어나지지 못하는 지식인이 맞딱뜨리게 될 무기력이나 몰락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어려운 일이겠습니다만, 자신이 신봉하는 이념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지키려하지 말고,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자신의 욕망과 상황을 대면하고, 세계 속에서 자신이 믿고 또 의심하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로테스크 미학의 끝판을 보여준 <검을 벼린 이야기>에 대해서는, 우리 조에서도 정말 할 말들이 많은 듯 했습니다. 미간척의 우유부단함을 보여주는 초반부의 상황 묘사에서부터, 후반부의 머리들의 싸움, 그리고 반전과도 같은 결말에 이르기까지 논란의 연속이었던 듯요. 그 가운에서도, 복수의 테마, 그리고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져버리는 듯한 허무주의적인 결말은 루쉰의 다른 글들과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운 샘은 이 부분들에서 루쉰의 섬뜩함 같은 걸 느끼게 된다고 하셨는데, 이런 부분들에서, 다른 학자나 지식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루쉰의 면모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루쉰은 역사적 과거, 즉 古를 포근한 은둔처로 만들지 않고, 지금이라고 하는 전투장으로 끌고 와 그 현재적 가치를 묻고 또 묻고 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의 딜레마를 돌파하기 위한 강렬하고도 현실적인 문제틀로 뒤바꿔버리고 있다는 겁니다. 처음 읽을 때는 좀 우습고 싱거운 이야기로 치부해 버렸는데, 좀 더 꼼꼼히 읽어봐야 하지 않겠나 싶은 게 바로 <고사신편>이 아니가 싶기도 합니다.


13일(금)에서 14일(토)에 걸쳐 에세이 발표가 있습니다. 별도의 말씀이 있으셨던 몇 분 제외하고 모두 6매 이내로 준비해서 금요일 낮 12시까지 올려주시고, 전체 인원수(17명?)에 맞게 복사해 오시면 되겠습니다. 주제는 지금까지 읽은 루쉰의 책 3권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생각해 되는데, 지금까지 강조해 오신 거를 중심으로 써 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요는, 자신의 삶과 관련한 문제 의식이 찐하게 배어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 그리고, 에세이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서론 부분을 써서 11월 7일까지 숙제방에 올려주는 거 잊지 마시고요.


장소는 경기도 가평에 있는 저희 집입니다. 금요일 오후라 좀 막힐 듯하니 일찍 출발할 예정입니다. 4시 정도까지 규문에 모여 차량 4대(은남샘, 쿤우, 김태욱, 또 한분 누구셨죠?)로 나눠 타고 가면 될 듯합니다. 4시 30분쯤 출발하면, 6시쯤 도착할 거 같은 데, 집 근처에 있는 유명한 민물고기 매운탕집(된장이나 김치찌개도 됨)에서 저녁을 먹고, 가방 부리고 자리 세팅하면 8시부터 시작, 그러고 밤을 새워 달리면 아마 다음날 오전쯤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에 쌀도 있고 김치 같은 거도 있으니, 걱정 마시고 밤새면서 중간에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들을 조금씩 준비해 오면 좋겠습니다. 더 필요하거나 문의 사항 있으면 댓글을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2주 후에 뵙겠습니다.

전체 3

  • 2015-11-02 10:18
    스피디한 공지, 좋습니다.^^ 몇가지 정정말씀 -에세이는 6매 이내가 아니고, 6매 이상입니다. 전혀 다르지요? 6매는 반드시 채워야 한다는 말씀! 분량은 괜히 정해드린 게 아니고, 그 정도를 쓴다 생각하시고 생각의 길을 만들어가시라는 얘기입니다. (6매에 못 미치면, 말씀드린 바와 같이 벌금형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 루쉰을 세 권 읽고 그 정도 이야기는 만드셔야지요! 이번 토요일까지 서론과 전체 목차 올리시는 거, 11월 14일 오전 10시까지 완성본 올리시는 거, 약속 지키시구요~^^

  • 2015-11-02 14:04
    이렇게 또 한 말씀 하실 기회를 드리는 거죠 뭐~~^^ 글고, 14일이 아니라 13일 오전 10시까지요.

  • 2015-11-02 17:37
    이번 에세이가 끝나고 읽을 텍스트는 전집4권 <화개집, 화개집 속편>으로 1925년과 26년에 쓰인 잡문들입니다. 4권에 실린 글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다시 앞에 읽은 글들로 갈 겁니다. 하지만, 에세이를 쓰시면서 같이 읽어두시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어 굳이 말씀드립니다. 일전에 말씀드린 참고문헌들도 충분히 참조해보시되, 무엇보다 여러 번 읽으시고 루쉰의 시대로 들어가셔서 작품 하나를 혹은 하나의 주제를 촘촘하고 깊이 있게 써오시길! 맥락과 무관하게 자신의 감상을 나열해오는 일은 부디 없으시길....^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