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바보들 요세미티에 가다! (Feat. 브라이스 & 자이언 캐년)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8-05-18 03:27
조회
286

저희는 어제 저녁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오렌지 카운티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LA 해변으로 떠나기 전에 그간의 소식을 좀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행도 이제 거의 막바지를 향해 갑니다~ ㅎㅎ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군요! 호정샘 말씀처럼 한달 훅 가네요...
사실 이번 여행은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많이 하게 되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영어도 못하는 데다가 해외에서 운전하는 건 처음이고(그런데 현재까지 5000km 이상 달렸습니다...),
예약이 불가능하고 선착순으로 체크인을 해야하는 (국립공원 안에 있는) 숙소들도 많은데, 정보는 부족하고...
아무튼 변수가 많았습니다. 저희의 바보짓과 미흡한 준비로 변수들이 늘어나기도 했구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 모든 변수들과 고생들보다도 제가 걱정했던 것은 규창이와 둘이서 하는 여행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고등학교 출신('산마을 놈들')인 데다가 나이도 비슷하고 하다보니 고놈이 고놈이겠거니 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겠지만,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저희는 취향도 성향도 사고방식도 너무나 다릅니다!
그런데 어이 없게도 고집이 세다는 점만 비슷해서, 저는 출발 전부터 많은 충돌을 예상하고 있었죠.
한국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웃으며 넘어갔던 차이들이 미국에서 단둘이 여러 상황들을 겪는 과정에서는 껄끄러운 마찰로 이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의외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서로 손발은 정말 잘 안 맞습니다ㅋㅋ
서로 예측하고 판단하고 기대하는 것이 자주 달라서 하나하나 논의하고 맞춰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쪽이 오늘 점심은 가볍게 떼우는 게 좋겠군, 이라고 생각하면 반대쪽에서는 오늘은 돈을 좀 쓰더라도 든든하게 먹어야 할 것 같아,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식이죠.
이렇게 사사건건 어긋나는 데다가 둘이서 하는 여행이라 무조건 서로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자의든 타의든 서로가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은 즉흥! 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모든 걸 철저히 계획하고 점검하려는 규창이의 방식을 배우고 있고, 그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다른 사고방식이나 취향을 (존중을 가장한 채) 무시하고 저와 비슷한 사람들의 비슷한 부분과만 관계했는데,
여행 중에는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다보니 상대방에 맞춰 저 자신을 실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에서 규창이는 두뇌(?)를, 저는 실행(?)을 맡고 있습니다.
규창이는 회계를 하고 온갖 것들을 점검하고 길을 찾는 일을, 저는 운전을 하고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걸거나 전화를 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오합지졸의 콤비지만 그럭저럭 잘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사진이 보고싶으실텐데, 일기를 써버렸네요 ㅎㅎ. 지난 번에 미쳐 못 전한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의 사진부터 만나보시죠! ㅎㅎ



브라이스 & 자이언 캐년



빠밤! 브라이스 캐년 선라이즈 포인트의 광경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탑 같은 바위들은 암석들이 빗줄기에 의해 침식되는 과정에서 단단한 것들만 살아남은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저는 '캐년'이라는 이름을 지닌 곳들이 모양만 조금씩 다르지 결국 그게 그거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랜드 캐년에서 받은 감동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사그라들지 않을까 걱정했죠.
그러나 저희가 방문한 각각의 캐년들은 그 모습도, 기후도, 트레킹 코스도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랜드 캐년이 콜로라도 강을 중심으로 끝없이 펼쳐진 장대한 협곡이라면,
브라이스 캐년은 기묘한 미로나 정원을 연상시키기도 하고(저희가 걸은 트레킹 코스가 'queens garden' 이었습니다), 거대한 원형극장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평균 고도가 8천 피트(!) 정도 되는 브라이스 캐년에는 거의 1년 내내 눈이 옵니다(눈이... 눈이 오죠... 저희는 몰랐습니다...)
매일 맑은 날씨에 해변이 펼쳐져 있는 LA와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는 그랜드 캐년, 그리고 이번에는 눈과 우박이 쏟아지는 브라이스 캐년까지!
저는 단번에 해외여행을 잘 다니지 않는 미국인들을 이해해버렸습니다. 미국에는 모든 게 다 있더라구요...



그날밤... 여름 텐트를 준비했던 저희는 공짜로 이글루 체험을 할 수 있었죠...



브라이스 캐년에서는 우연히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왼쪽은 콜로라도에서 온 브랜든, 오른쪽은 LA에서 온 대니입니다.
브라이스 캐년의 캠핑장은 데스크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는데, 그러다보니 크고작은 사건들이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브라이스 캐년의 추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상점에 들렀다 허탕을 치고 돌아온 저희는 웬 사람들이 저희 자리에서 불을 피우고 와인을 따라 먹고 있는 어이없는 광경을 목겨하게 되는데요.
이 친구들이 저희가 장소를 선점했다는 것을 모르고 그곳에 대한 비용을 이미 지불해버린 상태였던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렇게 해서 캠핑 사이트(site)를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저희와 달리 경험도 많고 돈도 많은 대니와 브랜든(둘은 그랜드 서클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알고보니 친척이라고...)은 모든 걸 다 갖고 있었습니다.
신선한 커피와 그라인더, 자석 달린 렌턴, 휴대용 쿡탑, 패딩, 자전거, 와인, 맥주... +_+
2주일간 여행을 한 뒤 결혼한다는 브랜든과 발길 닫는대로 여행하다 자기가 끝내고 싶을 때 그만둘거라는 대니.
이 친구들이 손수 갈아서 내려주는 커피도 얻어 마시고, 함께 트레킹도 하고, 여러 정보도 얻었습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셰어!
그리고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는 질문에 '니체'라고 대답했더니, 대니는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에 대해 알아듣기 힘든 장광설을 늘어놓더니 제게 카드를 하나 선물해줬습니다.



"Ultimately, no one can extract from things, books included, more than he already knows. What one has access through experience one has no fear for." (해석은 각자 하시길^^) 니체가 한 말이라고 하네요.



다음으로 저희는 자이언 캐년으로 이동했습니다. 겨우 두 시간 거리인데, 완전히 다른 나라 같은 풍경!
자이언 캐년은 따듯하고, 피크닉이나 가벼운 산책을 위한 트레킹 코스가 많고, 무엇보다 라스베가스와 무척 가까워서 1년 내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음... 자이언 캐년은 제게... 낮잠의 명소였습니다^^;




브라이스 캐년의 추위를 녹여주는 따스한 햇살에... 뻗어버렸습니다. 두 사진 사이의 시간차는 아마도 5분 미만...ㅎㅎ



이날 하늘이 너무너무 예뻤습니다.



걷다가 왕도마뱀도 만나고...



폭포도...(요세미티를 다녀온 지금은 그저 오줌 줄기로 보일 뿐이지만...) 봤습니다.



폭포 아래서 사진도 한 방...!


요세미티 국립공원

오렌지 카운티의 이모댁으로 돌아와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뒤 저희는 바로 '그' 요세미티로 향했습니다.

이번엔 추위와 굶주림에 떨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장작용 나무와 식재료를 준비하고, 이모님께 버리는 두꺼운 옷들을 빌렸으나...
추운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아무튼 대니와 브랜든을 비롯한 캠퍼들을 보고 배운 저희는 의자에 앉아 모닥불도 쬐면서 나름대로 그럴듯한 캠핑을 즐겼습니다~


첫날에는 저녁에 도착해서 캠핑장 주변에서 시간을 보냈고, 둘째날에는 미러 레이크로 향했습니다.
네 말 그대로 거울 호수... 미국사람들의 작명센스에는 매번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거울처럼 비친다고 해서 미러 레이크, 흔들다리가 있는 코스라스 스윙잉 브릿지 트레일, 터널 옆에 있어서 터널 뷰 등등등...
사막을 떠나 물을 만난 저희들은 뭘 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물수제비 듀오가 미국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ㅋㅋ.
영상도 찍었는데 올릴 수 가 없네요. 궁금하시다면 돌아가서 보여드리겠습니다 ㅎㅎ!



규창이는 만나는 모든 물(폭포, 호수, 계곡, 강)에 발을 담그는 취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다리를 걷는 규창이의 요염한 모습도 살짝 공개합니다.



미러 레이크 트레킹을 마친 뒤에는 근처에 있는 브리달벌 폭포에 갔습니다.
제가 좀 전에 자이언 캐년의 폭포를 오줌줄기라고 비하한(?) 이유를 아시겠죠?
보시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크기의 폭포에서 튀는 물방울들 덕에 자동으로 머리가 감겨질 정도!



다음날에는 일찍 일어나 선착순 캠핑장을 예약하고, 요세미티 폭포를 보러 산을 올랐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폭포가 어퍼 요세미티 폴과 로워 요세미티 폴입니다.
위에서 볼 때의 느낌은 또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이날 저희가 오른 것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가장 힘든 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요세미티 폴 트레일인데, 놀랍게도 백발의 노부부, 다리를 다친 사람, 아기를 업고 있는 아빠 등등이 씩씩하게 깎아지른 산을 오르고 있더군요. 
뭐랄까 미국사람들에게서는, '내가 하고 싶으면 한다'라는 자신감(?) 당당함(?) 같은 게 항상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 또다시 기어이 발을 담가보고야 마는 박규창군ㅎㅎ





폭포를 향해 흘러오는 물들(첫 번째 사진)이 급류가 되어(두 번째 사진) 요세미티 밸리를 향해 떨어지는 모습(세 번째 사진)입니다. 아쉽게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요세미티 폭포의 모습은 사진에 잘 담기지 않더라구요. 정말 이거 하나만으로도 요세미티 트레킹은 성공이다! 싶을 정도로 멋진(숭고한?ㅋㅋ) 장면이었는데, 아쉽습니다!



규창이도 만족한 표정이네요ㅋㅋ



다음날에는 와워나 캠프로 이동을 해서 스윙잉 브릿지 트레일을 걸었습니다. 네, 그리고 이것이 '그 흔들다리'입니다.
사실 이날은 원래 다른 코스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아직 그 코스가 개방되지 않아서 가까운 스윙잉 브릿지 트레일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도 많고 볼 것도 많은 요세미티 폴 트레일에서 이리저리 시선을 빼앗기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걷다가 한적한 숲길을 걸으니 그 나름 매력이 있더군요!


스윙잉 브릿지 트레일에서 만난 산불의 흔적.
요세미티에서는 자연발화된 산불의 경우에는 끄지 않고 내버려 둔다고 합니다.
산불조차도 요세미티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보존하려는 것이죠. 
자연이나 환경에 대한 이곳의 인식? 관념?은 사실 좀 이상합니다.
요세미티 밸리에는 삐까번쩍한 산장과 스타벅스, 햄버거 가게가 들어와있고, 누구도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지 않으며, 어딜 가도 화장실은 수세식에 크고 깨끗한데 다른 부분에서는 엄청나게 철저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뭔가 잘 이해는 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오늘은 이만~ 요세미티 나머지 소식과 LA 해변의 사진들도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체 4

  • 2018-05-18 10:44
    너네 가서 찍은 사진 보니까 가서 아저씨가 되었구나...성장한 거 같아 좀 거리감이 느껴진달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8-05-18 11:04
    휴가 나온 아재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국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그 넓은 땅을 이용해 불모지에 떨군다고 합니다......-_-
    글고 우연히 만난 친구가 건네준 니체의 말은 fear --> ear인걸로...^^;; "결국 누구도 책을 포함한 모든것들로부터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는 없다. 경험을 통해 진입하지 못하는 것에는 그것을 들을 귀가 없다."
    근데 이 말을 왜 전해줬을까 궁금하다 ㅋㅋㅋㅋ

  • 2018-05-18 15:24
    대륙은 진짜 넓구나..! 캐년마다 펼쳐지는 풍경 사진으로만 봐도 감동이당. 눈오는 산에서 캠핑이라니.. 진짜 고생했겠네. 그래도 오합지졸 듀오 나름 손발이 척척 맞는듯?ㅋ 남은 여행도 건투를 빈다~~~!

  • 2018-05-18 19:59
    사진으로만 봐도 장관인데 실제로 보면 엄청나겠네요... 그리고 위화감없이 현지적응이 잘 된거 같은데요 ㅎㅎ 벌써 일주일도 안남으셨다니... 오매불망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