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강좌

'이런저런 몽이들' - 주역수업(11.21)을 듣고

작성자
재원
작성일
2015-11-26 16:25
조회
887
아아.. 지난 시간에 배운 몽괘(蒙卦)는 어찌나 안쓰럽고 마음이 가던지요. 수업 시간에 나오는 효사마다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이야, 이거 네 호(號)하면 되겠다. 무지몽매(無知蒙昧) 몽(蒙), 몽순이!(몽괘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에서부터 시작하여)”, “큭큭큭, 망동(妄動)? 육삼(六三)이가 좋겠다. 몽육삼(蒙六三). 입에 착착 감긴다야. 딱 너네, 너.(구체적인 효사들에 이르러)”, “아이고, 이거네, 이거. 곤몽(困蒙)이네, 곤몽!!”, “곤몽아, 발몽(發蒙)하여라.”(수업 끝난 후의 복습까지)”라고, 몽에 대한 거의 모든 설명마다 쉬지 않고 저와 연관지어대는 제 옆자리의 누구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아니! 말이야 바로 합시다. 사실 그렇잖아요. 어린 게 죄랍니까? 어려서 몽매한 게 죄랍니까?!

이렇게 왠지 몽괘의 입장에서 얘를 두둔하고 있는 저를 보니, 마치 자기방어기제라도 돌리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러네요. 저 윤몽(尹蒙) 맞나 봐요.

 

몽은 천지가 시작된(乾坤) 후, 기운이 가득차고 막힌(盈塞) 상태로 표현됐던 둔괘(屯卦)를 잇는 괘입니다. 천지가 막 시작되었으니 만물이 태어나서는 어린아이처럼 아직 어려서 뭘 잘 모르는(穉小), 아직 깨쳐서 트이지 못한(蒙昧未發) 상태인 거예요. 산수몽(山水蒙), 즉 간괘(艮:상괘)와 감괘(坎:하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山下有險), 험한 일(險=坎)을 만나서 멈추게(止:艮) 되니(險而止) 갈 바를 알지 못하는 상(彖傳, 大象傳)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샘께서 몽괘는 사실 쉬운 괘는 아니라고 하셨지만요. 여러 재미있는 이름들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은 괘예요. 우선, 안(內卦)은 험하니 편히 거할 수가 없고(不可處), 밖(外卦)에서는 그치니 나아갈 수가 없어서(莫能進) 갈 바를 알지 못하니(未知所爲) 혼몽(昏蒙: 어두운 몽이)의 뜻이 있다고 했고요. 처음 자문을 구할 때(初筮告) 한결같이 잘 준비된 마음으로(誠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 번, 세 번, 여러 차례 귀찮게(煩數) 자꾸 물으면 독몽(瀆蒙:더럽혀진 몽이, 불경한 몽이)이 돼요. 금지 조항을 일러주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의 한계를 지어주는 식의 교화를 받는 발몽(發蒙:몽이를 깨우쳐주다. 깨우친 몽이, 피어난 몽이/初六), 아녀자의 말도 잘 들어주는(納婦) 넓은 포용력과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哀矜昏愚)으로 한 집안을 잘 관리할 수 있는(克家) 능력을 지닌 자식인 포몽(包蒙: 포용력있는 몽이, 잘 안아주는 몽이, good hugger Mong /九二), 조급하고 어리석어 멀리 있는 짝을 기다리지 못하고(捨其正應) 눈앞의 갑부남(金夫)에게 홀린 나머지 정신을 잃고(女之妄動者) 자신을 지키지 못한(不有躬) 파혼녀 삼몽이(삼몽이란 말은 본문에 안 나옵니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절대 저와는 어떤 상관도 없는 아이입니다. 그럼요. 다 흘러간 과거일 뿐이지요. 과거는 묻지 않으심이../六三), 말 그래도 고생길이 훤한, 빽(도와주는 손길)도 없이(无剛明之親援) 어려움에 빠진 곤몽(困蒙: 곤란한 몽이, 힘든 몽이, 어려움 속 몽이, 굳이 저를 몽이라 부르신다면, 사실 온갖 어려움에 뒤죽박죽한 삶을 살고 있는 최근 몇 년의 제가 곤몽인 게 아닌가 하고 짐작합니다만.. 그래도 곤몽이라 부르진 말아주십쇼. 왠지 찝찝하지 않습니까. 아무튼 간에 곤(困) 자는 거절합니다. /六四), 능력도 있고(柔中之德) 때도 잘 만났고(居君位, 下應於二), 사람들에게 적절한 도움도 잘 청할 수 있어(任剛明之才) 일이 술술 풀리는(吉) 주인공 동몽(童蒙: 순수한 몽이, 어리지만 착한 몽이, 신하를 믿고 나랏일을 맡기는 순수한 군주/ 六五), 몽매한 아이들이(1~5:下) 제대로 못 자라는 것(도적이 된다든가)을 막아서(禦寇) 순리를 따르는(上下順) 깨어있는 윗사람(6:上)인 격몽(擊蒙: 때려주는 몽이, 도적을 막는 몽이, 깨우쳐주는 몽이/ 上九) 등의 다양한 몽이들이 나와서 몽괘를 흥미로운 괘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자, 그럼 이런 무지몽매한 몽이들이 험(險)이나 곤(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단전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하자면요. “어릴 때 바름을 키우는 것이 큰 인물이 되는 공부(蒙以養正 聖功也)”랍니다. 어릴 때일수록, 무지몽매할수록, 바른 것을 배우고 자라야 한다는 것이에요. 몽괘는 어리고, 어리석고, 힘이 없기 때문에, 바른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혼자서는 알을 깨고 나올 수가 없어요. 단, 그를 도와주고 이끌어줄 선생님이나 부모가 있으면 뚫고 나올 힘을 갖게 된다고 해요. 그러니 몽이들에게는 선생님의 가르침(구박.. 이라고 해도..)을 잘 받으면서 계속 꾸준히 배워나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겠네요.

몽괘의 주제를 간단히 말하면 “어린아이 잘 키워서 성인 만들기”라고 했어요. 우리 모두 지금의 어리고 어리석은 마음에 바름을 키워서 큰 인물이, 위대한 사람이, 성인이 되는 공부를 같이 해 보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몽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생님’의 모습으로 후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자꾸 움직이며 말씀을 하셔서 완벽한 샷을 얻진 못했지만, 이렇게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우리에겐 가장 멋집니다, 샘~

전체 4

  • 2015-11-27 09:45
    수업 때 졸아서 그런가-..- 아무래도 몽괘에 대해서 요 후기만큼만 생각날 것 같은........ 걱정이...ㅋㅋㅋㅋ!

    • 2015-11-27 16:40
      오잉! 여기 또 몽이가!!!!!!

  • 2015-11-27 10:28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 잊어버릴 때쯤 되면, 멋진 후기를 올려주는 센스라니~~ 늘 고마워요~~~

    • 2015-11-27 16:42
      게으름을 센스로 받아들여주시는 이 포용력! 하동샘은 good hugger 포몽이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