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강좌

원일샘 음악특강 "여시아문" 인터뷰 / "진귀한 음악들을 함께 듣는 시간"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5-10-16 08:05
조회
1056

aaa


"진귀한 음악들"을 함께 듣는 시간


- 원일샘 음악특강 ("여시아문: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인터뷰

오는 10월 22일 목요일, 규문에서 첫 음악강의가 시작한다. 튜터는 원일샘, 연주가 겸 작곡가로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아티스트다! 얼마 전에는 <화엄음악제> 총감독으로, ‘심금(心琴)’을 주제로 멋진 한밤의 음악 축제를 꾸려 주시기도. 이번에 규문에서 열리는 강좌에서는 “여시아문: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를 타이틀로 하여 원일 샘께서 존경하고 또 귀하게 여기는 음악가들을 소개해주실 예정이다. 물론 개인 취향을 떠나 그야말로 고전의 반열에 오를 법한 음악가들이기도 하다고. 그렇다고 괜히 겁먹을 것은 없을 것 같다. 언제 낯익으면서도 멋진 경험이 있었나.^^(헤헷-)

• 규문에서 열리는 첫 음악 강좌예요. 강의 전체 컨셉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원일 : (강의 타이틀이) “여시아문”이잖아요. 기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들이고 저에게 나름대로 가르침을 준 사람들을 소개하려고 해요. “너는 그렇게 들었냐? 나는 이렇게 들었다!” 화성이 어쩌네, 형식이 어쩌네 이런 분석들을 하기보다는 내게 이 음악들이 어떤 것들을 들려주었는지, 또 음악이 가질 수 있는 실천적 측면을 감상한다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이런 것들도 말하고 싶고요.

• 뮤지션들 간단하게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원일 : 일단, 어떤 일관성이 있다면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그런 음악들이라는 것이에요.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음악적으로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갖고 있는 뮤지션들이고, 철학적인 면에서도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주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어렵다는 건 또 마음만 바꿔 보면 새로울 수도 있는 거니까요. 저도 운전을 하거나 할 때 이런 사람들 음악을 틀어 놓게 되진 않아요. 집중해서 나를 리프레쉬 시킨다거나, 자극을 주고 싶을 때 듣게 되는 거죠.

(사진 : 왼쪽 위부터 존 케이지, 아르보 페르트, 리게티. 왼쪽 아래부터 진은숙, 브라이언 이노, 라디오 헤드)


- 존 케이지 : 존 케이지는 ‘음악’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에요. ‘4:33’도 그렇지요.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음악이 가능하다는 걸 생각하게 해요. 아시다시피 불교적인 면도 강하고, 자유로운 사고가 막 꽃피우기 시작할 무렵 미국에서 활동해 본인 전 생애에 걸쳐 인간의 궁극적 자유에 대해 고민하고 그걸 나름대로 실천한 작곡가이자 철학가, 음악 역사에서 가장 철학적인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요.^^

- 아르보 페르트 : 대중음악에서든 패션에서든 미니멀하고 모던한 것이 유행이잖아요. 아르보 페르트 역시 미니멀이에요. 하지만 깊이가 다르죠. 가톨릭적 영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작곡가예요.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었는데, 그건 그만큼 현대인들의 어떤 혼란한 마음에 던져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거예요.

- 리게티 : 리게티 때(3주차) 강의 주제가 ‘다양체’죠? 리게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양해요. 일단 정말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작곡가. 엄청나게 생기발랄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음악이 있는가 하면, 뭐랄까… 약 먹고 정신 이상해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으로 내려가게 하는듯한 곡들도 있어요.(^^) 존 케이지가 예술가들에게 사상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면, 리게티는 많은 음악가가 그의 음악을 직접 인용하면서 곡을 만들기도 했어요. 미술가들에게나 영화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고요.

- 진은숙 : 진은숙 씨는 리게티의 제자이기도 하죠. 그리고 두 사람은 그야말로 현대음악의 끝장, 최전선에 있는 작곡가에요. 한국에서는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요.^^ 진은숙 씨를 평할 때 ‘환상적인 음향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실제로 다양한 색채감이라는 게 진은숙 씨 곡에 있어요. 그리고 정말 장인 스타일로 작업을 해요. 출판되는 악보를 일일이 손으로 그리고 그것을 프린트해서 출판하는 것부터요.(강의 때 보여드립니다!) 또, 진은숙 씨 수상 연설문을 보면 이 사람이 자기 곡을 쓰는데 인문적으로 얼마나 투철하게 공부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지요. 아티스트로서도 배울 점이 정말 많은 거죠. 진은숙 씨의 초기작품인 ‘칸타트릭스 소프라니카’ 그리고 동양악기를 수용한 ‘슈’라는 작품을 집중적으로 같이 들으면서 이야기를 해 볼 거예요.

- 브라이언 이노 : 이노는 락커로 활동하기도 했고, 지금 대중음악계의 중요한 프로듀서기도 하죠. 그리고 이른바 ‘엠비언스’ 음악의 창시자인데, 나이가 들면서 그 쪽 방향으로 자기 길을 가는 것 같아요. 어디에도 소속됨 없이 자신의 길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은숙 씨나 리게티의 음악이 짧은 순간에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지나간다면, 브라이언 이노는 다 비워놓고 한두 가지만 띄워 놓죠. 근데 거기서 독특한 하나의 상태가 만들어져요. 대부분 음악이 “날 주목해줘”라고 말한다면, 브라이언 이노의 음악은 “네가 뭘 하든, 나는 네 곁에서 아무 부담 주지 않고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 음악이에요. 그래서 저는 다른 일 하고 있을 때 종종 이노 음악을 틀어놓기도 해요.

- 라디오 헤드 : 라디오 헤드는 ‘KID A’ 때부터 좋아하게 됐어요. 그때 정말 다른 걸 들려주더니, 지금까지! 여타 다른 락 밴드에 비해 곡들도 확실히 탄탄하고, 음악적으로도 정말 새롭고 충격적인 작업들을 보여줘요. 또, 완전하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밀고 나간달까. 사실 대중들은, 새로운 것을 원한다고 하여도 어느 정도는 익숙한 것이 포함되어 있길 바라거든요. 근데 라디오헤드는 그런 시선에 구애받지 않아요. 그러면서 또 대중들의 행동까지 리드하죠. 가령, 자신들이 공연할 때 얼마나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지를 전문 기관에 의뢰해 측정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다음 번 공연 때 다른 방식들을 시도해보는 거죠. 텀블러를 쓴다든가.ㅎㅎ 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려고 하기도 해요. 여러 가지 면에서 매번 나아지는 공연을 하고 있다, 이것을 관객들에게 잘 보여 주는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존 케이지, '장치된 피아노', 1946)


• 분명 좋은 곡들일 것 같은데, ‘어려운 것 아닌가’하는 이런 생각에 미리 막히게 될 때가 있어요. 어렵다 싶은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 건지도 궁금하고요.

원일 : ‘마음을 열어라’,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마치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처럼. 근데 사실 그게 정말 어려워요. 왜 명상이 그렇잖아요. 마음을 비우기가 정말 힘든 거죠. 음악도 그래요. 그냥 쉽게 다가오는 음악들도 있겠지만, 이번 음악들이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마음을 비워야 하는 거죠!) 더군다나 음악은 시간 예술이에요. 뭔가가 왔다가 확 지나가죠. 그 다음에 뭐가 남는지, 그건 또 각자에 달린 일 아닐까요. 어쨌든 집중을 한다면 이 음악들이 자신에게 뭔가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한꺼번에 많은 요소들이 예기치 못하게 본인에게 닥칠 지도요. 그리고 그런 것은 분명 평상시에 하기 힘든 경험이니 그만큼 귀한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자극들이 올까를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강의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원일 : 3~40분 정도는 음악 감상을 집중적으로 할 거에요. 작곡가 한 사람마다 3~4곡은 들으려고요. 미술 강의에서는 그림을 보잖아요, 우리 강의에서는 보이는 건 없더라도 듣는 건 확실하달까요?!^^ 아, 물론 제가 스피커 챙겨오겠습니다. 음악 들을 때는 불도 좀 끄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브라이언 이노 음악은 누워서 들어도 좋을 텐데. 그러려면 사람이 좀 적게 와야 하나…….(수영: 안됩니다!)
강의라고는 하지만 그 음악들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제 나름대로 “여시아문” - 어떻게 그 음악들을 들었는지를 이야기 할 거고요. 오시는 분들은 평소에는 듣고 접하기 어려운 그런 음악들을 같이 듣고, 그에 관해 얘기하는 시간들이 되면 좋겠어요. 종종 제가 어떻게 들으셨는지 질문을 던질 수도 있는데,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답하시면 됩니다.^^ 이런 것들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 되지 않을지.

• 끝으로, 수강하려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원일 : 진귀한 음악 들으러 한 번 가자?! 이런 마음으로 오시면 좋겠어요. 모두 보석 같은 작곡가들이거든요. 또, ‘나 평소에 너무 뻔한 것만 듣고 있었던 거 아니냐, 내 취향은 너무 뻔했던 거 아니냐’, 이렇게 반문을 해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와보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아, 영화 <사도> 봤어요? 송강호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 날 나쁜 말 들었으면 귀를 물로 씻어요. 물로 입을 헹구고. 그리고 그 사람을 불러요. 그러고는 “밥 먹었어? 가봐~” 그 장면이 재밌는데…. 강의 오시기 전에, 우리도 귀 한 번 씻고, 마음을 비우고! 그러고 오심 되는 거죠.^^!


원일 샘 말에 따르면, 이번에 소개할 아티스트들의 앨범들은 이사를 하더라도 항상 챙겨 가는 것들이라 한다. 그만큼 본인에게 여러모로 자극이 된다는 것. 이런 말도 하셨다. “강한 정신으로부터, 높은 차원으로부터 나온 그런 음악들이 있다”! 오.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니체를 읽고, 또 어느 날 문득 니체의 한 문장이 우리에게 이해되기도 한다. 음악도 그런 것일까. ‘듣는다’는 것도, ‘어려움 음악을 듣는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어렵다거나 쉽다거나 하는 것은 별 필요 없는 말은 아닐까. 올가을, 누군가는 산에 오르고, 누군가는 영어 공부를 하고, 또 피트니스 센터(?)에 가겠지만, 누군가는 규문에서 원일 샘의 “여시아문” 음악 강의를 들으리라.^^(많이들 오셔요~) “진귀한 음악”들을 함께 누릴 이들을 기다린다!
전체 1

  • 2015-10-19 15:12
    이토록 흥미로운 인터뷰라뉘!^^ 음악강좌도 흔치 않지만, 단언컨대, 어디에서도 듣지 못할 음악강좌가 될 겁니다~ 우리도 원일샘을 따라 '여시아문'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