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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이정' - 주역 수업(10.17)을 듣고

작성자
재원
작성일
2015-10-22 01:41
조회
1283
난데없이 뽀글이라는 별명을 안고(우린 모두 서로 다른 이미지를 비춰주는 '마음의 거울'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각자의 정신상태에 따라 상대의-그러니까 저의- 요즘 유행보다 살짝(?!) 과하게 뽀글거리는 파마머리가 러블리하게 보일 수도 있고 정신 사납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라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채운샘의 강요(!!)에 의해 이렇게 주역 강의 후기를 씁니다.

 

1. 우샘을 처음 '직접'뵙고 감개무량함

집안 사정으로  지난 토요일(10월17일) 주역수업 두 번째 시간에 처음 참석을 했습니다. 동영상 파일 속에서만 몇 개월째 뵈었던 우응순 선생님을 직접 보게 된다는 사실이 꼭 연예인을 만나게 되는 것처럼 두근거렸습니다. 오랜만이어서 반가운 모두와 인사를 하다 우샘을 뵈었을 때, 놀라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앗, 안녕하세요, 했지만 선생님이 옆으로 쓰윽 조용히 지나가셨고 완전 머쓱했습니다. 저를 아실리가 만무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지만요. 수업이 시작되고 우샘 특유의 목소리 톤과 단어 사이사이 들어가는 빈도수가 굉장히 높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던 '이제', '이제' 와, "여러분, 그쵸", "뭐예요?" 등등을 직접 라이브로 들을 때마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욕구가 채워지면서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우샘은 제가 맨 앞자리에 앉아서 맥락과 상관없이(그렇게 웃기지 않은 대목에서도) 계속 헤실되는 모습에 당황하셨을 수도 있어요. 너무 강하게 말아서 싸구려 동네아줌마 머리처럼 뽀글대는 헤어와 합쳐져서 약간 이상한 애로 오해하셨다 해도.. 사실은 저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2. '원형이정'에 대해 나름 생각해보기

건괘를 설명하는 '원형이정(元亨利貞)'이라는 네 글자는 ‘춘하추동’, ‘인의예지’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고 해요.  처음 선생님께서 각자 원형이정에 해당되는 것들을 생각해 보라고 하셨을 때, 좀 엉뚱할 지 몰라도 전 어벤져스의 4대 영웅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채운샘께 또 구박을 받을 게 너무도 분명해서 일단 요 아이디어는 옆에 접어 두고, 다른 생각들을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럼, 제 나름대로 원형이정을 정리, 응용(?)해 보겠습니다.

1) 원(元) : 성실하게, 변함없이, 쉬지 않고 굳건히 돌아가는(健,常,恒,誠,不息) 하늘의 도(乾道)의 처음(首)이에요. 원(元)은 시작에서 끝으로, 다시 끝에서 시작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천도의 전체를 꿰뚫는(貫) 중심이 되는데요. 만물이 이를 힘입어(이를 바탕資으로 해서) 시작되고(始), 비로소 하늘의 기운과 통(統)하게 되는 거예요. / 사람의 일생으로 보면 어린 시절이나 성장기 정도에 비유할 수 있겠죠. / 지난학기 황제내경에서 읽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 때는 목(木)기가 치성하고 씨앗이 움트는 봄, 간(肝)을 잘 지켜야 하는 계절입니다. / 연애에 비유하면 상대가 최고로(元) 멋져 보이고 영락없이 상대를 과대평가(大)하게 되는 초기 단계(始)겠네요. 상대의 모든 모습이 다 새롭고 파릇파릇 싱그럽죠. 모든 것을 다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와 의욕이 넘칩니다.

2) 형(亨) : 원(元)이 새싹이 움트는 기운이라면, 형(亨)은 여름의 무성함, 만물이 무럭무럭 성장하여(長) 형통(通)하게 된 모습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천도가 운행하여 만물을 나고 자라게 하는 것을 단전(彖傳)에서 아주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죠. 구름이 흘러가며 땅의 곳곳을 비로 충분히 적시면(雲行雨施), 다양한 층차가 있는 이 모든 존재들이(品物) 그 기운을 받아 자연스레 형체들을 형성(流形)해 가고 모든 것이 풍성(亨)해지는 거예요. / 일생 : 청년기가 되겠고요. / 황제내경 : 화(火)기가 넘친다는, 그래서 화를 내지 말고 심(心)을 상하지 않게 잘 다스리라고 했던 여름이 이에 해당되겠네요. / 연애 : 서로에 대한 모든 것을 점점 많이 알아가게 되는 “진격의 연애” 시간입니다. 알면 알수록 점점 좋아지고, 점점 좋아지니 자꾸 붙어 있고, 오래 붙어 있을수록 그만큼 아는 게 많아지고, 아는 게 많아져서 또 점점 좋아지고.. “1+1=2+@” 의 시너지를 낳는 행복한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3) 리(利) : 저는 요 네 가지 덕 중에서 리(利)가 가장 어려웠어요. 이롭다는 말이 자꾸 ‘돈’이나 ‘경제적인 이득’이랑만 일차적으로 연결이 되어버리는 것이에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염된(순수하지 않은) 마음으로 공부를 해서 그런가 봐요. 리는 수(遂)와 의(宜)라는 글자로 많이 설명이 되는데요. 상황과 때에 맞는 적합함, 적절한 행동과 판단을 의미합니다. 종시(終始내지는 시종)의 원리, 즉 겨울에서 봄, 다시 봄에서 겨울에 이르는 원형이정의 천도의 원리, 천지자연이 돌아가는 이치를 크게 밝혀(大明) 알게 되면요. 때에 맞게 용을 자유자재로 몰아 하늘을 날아다니듯(時乘六龍以御天), 육효가 상황에 맞게(時) 각자의 자리(位)를 이루듯(成), 우리의 삶이 각 사이클과 리듬(時)에 맞게(宜) 진행이 돼요. / 일생 : 중장년기 / 황제내경 : 기운을 수렴하며 뜻을 안으로 거둬들이는(열매를 맺는) 가을에는 폐(肺)기가 맑아지게 해야 해요. / 연애 : 요쯤 되면 이제 남녀 모두 제정신이 들어요. 덮어놓고 마냥 좋아하던 상대의 여러 가지 단점들도 이제 슬슬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죠. 처음으로 제대로 화를 내고 싸우게 될 수도 있고요. 활활 타오르며 미친 듯이 만났던 시기의 끝이라 권태기가 올 수도 있고, 다른 유혹이 올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요 시기가 이 관계에 마냥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에요. 당장은 부정적이게 보이는 이런 여러 가지 경험들을 통해 오히려 이 관계가 더 건강해지고 깊어질 수 있겠죠.

4) 정(貞) : 마무리, 끝(終), 겨울에 해당하는 것이 정(貞)입니다. 다음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모든 기운을 다시 씨앗에 응축시키는 것(成), 각자에 주어진 성명(하늘에게서 부여받은 性, 하늘이 준 命)에 맞게, 그러니까 우리는 인간답게 바르게(正), 우리가 할 수 있는 각자(各)의 선택과 가치관계에 확신을 갖고(固), 이 바른 삶의 방식을 죽을 때까지(久) 지켜가는(守)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일생 : 노년기 / 황제내경 : 기운을 닫아서 저장(閉藏)하는 겨울에는 피부를 노출시켜 기를 빨리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몸을 따뜻하게 꽁꽁 싸매야 해요. 기운을 함부로 쓰면 신(腎)이 상하게 됩니다. / 연애 : 숙살지기를 견딘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겨울에 접어들어요. 단순하게 말하면, 지금까지의 연애는 마무리가 되고, 이제 결혼을 한다든가 아이를 낳는다든가 하는 식의 새로운 과정이 다시 시작되는 것으로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렇다면 서로가 선택한 관계에 확신을 갖고(固), 오래도록(久) 행복하게 살 수도 있겠죠(happily ever after). 그런 확신이 들지 않으면 이 사람과의 관계를 마무리하고(終: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의 새로운 연애의 시작(元:始)을 다시 준비할 수도 있고요.

아무튼 천도, 하늘의 이치는 이 원형이정, 춘하추동이 고루 균형을 이루어 때에 맞게 돌아가는 것이에요. 여름만 지속되거나 절정부분만 반복되는 음악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사람의 사주도 한쪽으로 치우쳐서 문제가 온다고 하고요. 그러고 보니 저도 참 만사에 있어서 시작은 하지만 마무리를 못하는 아주 큰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어벤져스의 네 영웅들, '원형이정'  혹은 '목화금수'!

자, 이제 처음에 살짝 수줍게 꺼냈다 소심하게 접었던 어벤져스 얘기로 용기내어 마무리를 해볼까 해요. 지구를 지키는 어벤져스의 대표적인 영웅 넷에게 ‘원형이정’이라는 동양적인 이름을 준다면, 원(元)은 헐크, 형(亨)은 아이언맨, 리(利)는 토르, 정(貞)은 캡틴아메리카에게 주고 싶어요. 우선 헐크는 분노, 앞으로 쭉 뻗어나가는 목(木) 기운의 상징이고요. 아이언맨(스타크)은 이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말발도 좋고 부유하기 때문에 화(火) 기운에 가장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저의 오염된 자본주의 시대적 발상으로는 가장 형통(亨!)하군요. 그리고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는 좀 고민을 했는데요. 그래도 아이언맨의 화의 기운과 항상 팽팽한 긴장상태로 대치하는 수(水:겨울)의 분위기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실제로 얼음덩어리 속에 오래 얼었다가 깨어났던 것도 으슬으슬 추운 이미지랑 맞네요. 게다가 이 중에서 원리 원칙에 가장 충실한, 언제나 변함없이 바르고 바른(正⨉正) 사나이니까요. 그리고 토르는 현명한 아스가르드의 지도자로, 로키의 엄하고도 따뜻한 형으로, 제인의 충실하고 정열적인 연인으로, 각 상황과 때에 맞는 여러 역할을 알맞게 잘하는 점으로 볼 때 리(利)에 어울린다고 봤어요. 게다가 원거리 연애를 하잖아요. 지구에 자주 내려오지 못하는데도 연애를 지속하는 것 보면 절제(金)도 잘하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오행으로 볼 때 각 요소들과의 사이에서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토(土)의 역할은 스칼렛요한슨이 연기한 블랙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라고 할 수 있죠. 요 시도는 처음에 살짝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작했던 때보다 막상 글로 쓰고 나니 다행히도 그럴 듯해 보이네요! 구박을 받아도 어쩔 수 없고요!

p.s  이상은 채운샘의 ‘놀라운 후기’라는 바람잡이 문구에 다소 무리하게 시도해 본 결과물이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채운샘과 같은 버스를 타지 않으려고요. 후기의 과제를 떠안은 데다가, 기습적인 질문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물어물 대답을 했다가 공지에 제대로 망신을 당하고 말았어요! 굳이 변명하자면요. 집에 와서 찾아보니 다행히도 필기는 제대로 했습니다^^v  한글로 받아적었지만요. 다음에 혹시라도 채운샘과 같이 버스를 타고 집에 오게 되면, 혹여라도 또 배운 것에 대한 기습질문을 하시거든, 이건 확실하다, 하는 확신이 있기 전에는 정말이지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한자들을 외울 생각에 머리가 아픕니다. 모두 파이팅하시고요. 토요일에 웃는 얼굴로 만나요!!
전체 9

  • 2015-10-22 08:14
    ㅋㅋ원형이정을 어벤져스로 풀 줄이야!! 뭐, 참신은 하다. 우리 계속 같이 버스타고 가장~

    • 2015-10-22 18:18
      튀튀~~~ =3=3==33

  • 2015-10-22 09:27
    와~~ 너무 멋쪄. 그 뽀글머리에서 이렇게 참신한 발상이 새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지난 학기 복습에다, 앞으로 갈 길까지 알려준 유익한 후기였슴다. 뻐스를 같이 타든 안타든 이런 후기는 종종 올려주시면 좋을 듯~~. 글고, 빨리 형편이 좋아져서 침뜸 수업도 재길샘이랑 같이 하면 좋겠고~~~~^^

    • 2015-10-22 18:19
      저도 '종종'이 좋은데 매주하라는 압박이ㅠㅠ 꺼이꺼이

  • 2015-10-22 09:58
    아ㅋㅋㅋㅋㅋ 아침부터 빵터졌습니다ㅎㅎㅎㅎ '(正⨉正)'이건 정말.... 쵝.오.! 왠지 당분간은 "원형이정" 할 때 어벤저스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을 듯~.~!

    • 2015-10-22 18:20
      바를정 곱하기 바를정은 바를정 무한대~~ 즐거웠다니 기쁨! ㅋㅋㅋㅋ

  • 2015-10-22 10:40
    재원샘 좋다!! 오래오래된 주역과 어벤져스의 만남이라니 우리 재밌는 공부 하고 있는거 맞네요~~ 앞으로도 후기가 기대돼요~

    • 2015-10-22 18:23
      마블 영화 단체관람 같은 거 해도 좋을듯요ㅋㅋ

  • 2015-10-22 18:22
    의외의(!!) 좋은 반응들을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모두 착한 마음들이셔서 좋게 보이나봐요~~~ 이제 아이디어가 떨어졌어요~~~ 시작만 창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