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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동사서독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12-03 23:16
조회
115
171209 동사서독 공지



1. 언어는 빌린 것

[즉양]편을 읽고 저희 조에서는 번역자가 아무래도 바뀐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었습니다. 도대체 같은 장 안에서도 이게 옳다는 것인지 그르다는 것인지, 그래서 좋다는 것인지 싫다는 것인지 알 수 종잡을 수 없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거백옥의 태도는 옳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 밭을 가는 국경인의 말은 좋게 봐야 하는지 아닌지, 말도 하지 않고 침묵하지도 않으면서 또 고집하여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하여간 오리무중을 헤매다보니 토론 시간 금세 끝나더군요^^

<장자>의 일관된 주제이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말에 잘 걸려 넘어지는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확실히 말할 수 있고, 더 잘 말할 수 있다고 믿어요. 거기다 우리가 경험하는 영역 밖의 것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걸 가지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신’이 있다/없다 싸우는 것은 ‘신’ 자체가 상상이라는 것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한번 관념의 세계에 빠지게 되면 자신의 말을 점점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렇지만 장자는 언어가 실상을 담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장자는 늘 앎의 한계를 알라고 하고, 앎이 멈추는 곳을 알라고 하지요. 우리는 말을 하면 할수록 세상을 더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자가 보기에는 언어 자체가 우리를 현실과 멀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동물 인지학에서는 동물이 인지하는 세계가 인간이 인지하는 세계와 전혀 다르다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는 모두 임시로 가설된 것, 빌린 것에 불과한 것이죠. 하지만 동물들과 달리, 인간만 유독 자신이 인지한 게 더 옳은 것이라고 싸웁니다. 언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들죠.

유가에서는 명실상부名實相符를 주장합니다. 말에 행동을 일치시키려 하지요. 하지만 이것도 언어 자체를 믿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둘이 같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명실상부를 주장하는 것이니까요. 장자는 아예 언어 자체가 갖는 한계를 지적합니다. 그리고 언어의 뉘앙스를 가지고 노는 언어유희로 표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실상을 다 담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자식의 독특한 말하기 방식이 <장자>에 선보이는 것입니다. 도가 무엇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도에 대해 말하라면 어떤 것이든 말할 수 있다는 듯, 장자는 끊임없이 도에 대한 이미지를 변주하며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2, 철학=추상

붓다는 10가지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질문들의 공통점은 세상의 처음/시작을 묻는 것과 같은 일종의 ‘희론’입니다. 우리의 경험적 차원을 초월하는 형이상학적인 질문이자, 우리가 사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던 것이죠.

모든 철학은 추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추상은 구체 속에서 작동하는 원리를 추출하는 것으로, 구체 세계 바깥의 것을 상정하는 관념과는 구분되는 것입니다. 가령 세계의 시작/끝을 묻는 것은 이 세계를 대상화하여 시작과 끝을 알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므로 관념적인 질문인 것이죠.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의 답은 늘 외부의 도덕 준칙에 기댄 것이 됩니다. 남들이 추구하는 것을 잘 추구하면 된다는 식의 답이 나오게 되지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전체를 알지 못한 채 늘 ‘남들 하는 것처럼 하는데 피곤하다’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즉양]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겨울에는 봄을, 여름에는 겨울을 바라게 된다고요. 즉 우리는 겨울에는 겨울만, 여름에는 여름만 보고 그것의 이면은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장자는 봄이 있음으로 겨울이 있음을 모른다면, 늘 한 가지 면에 연연하며 자연스러운 변화를 두려워하고 늘 전전긍긍하며 살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치에 대해 묻지 않으면 우리는 늘 삶의 한가지 면만을 전부인 양 살게 된다는 것.

장자는 모든 것이 동시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모든 것은 동시적으로 성립된다는 것. 하루가 없으면 일 년도 없다는 것을 보는 것이죠. 그렇다면 나를 구성하는 것 중 하나만이라도 다르게 생각하고 바꾸는 것이 곧 다르게 사는 것임을 정말 이해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다음 시간에는 ‘외물’, ‘변무’, ‘응제왕’ 읽어옵니다.

암송, 공통과제 해 오시구요~

간식은 은남쌤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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