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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동사서독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12-11 00:11
조회
166
171216 동사서독 공지

-天

命에 대한 장자의 태도를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밖에 일어나는 일은 내가 어찌할 수 없으므로 자기 마음을 보라. 그것이 安命이다! 命이라는 것은 어차피 내게 달린 일이 아니니, 나는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으로 사건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외물은 기필할 수 없다고 <장자> [外物]편에 나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기필하며 그것을 행하는 이유는, 그에 따른 대가가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장자는 간파한 것이죠. 장자 왈, 그렇게 정해진 대가는 없다~

비슷하게 유가 역시 命을 말합니다. 하지만 유가는 命이란 하늘에 달린 것이니 인간은 자신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죠. 盡人事待天命, 어쨌든 충신으로 살아가면 외부의 평가나 대가가 어떻든 자기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장자와 유가가 命과 天에 대한 관점은 공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일’에 더 집중한 유가와 달리 장자는 자연의 법칙에 더 주목한 것 같네요.

自然이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는 굉장히 평화롭고 놀랄 일이 없으며 무엇이든 순서대로, 차질 없이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은 아무래도 자연에 대한 낭만적인 이미지를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왜냐하면 자연에는 사실 인간이 놀랄 일 뿐이고,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일들로 넘쳐나니까요. [외물]에서는 나무와 나무가 마찰해서 불꽃이 튀고 번개가 내리치는 깜짝 놀랄 상황들이 제시됩니다. 이때 자연이란 예외와 변수의 세계죠. 다시 말해 자연의 법칙이란 언제나 예외와 변수를 동반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연의 법칙을 모르고 어떤 일을 기필하게 되면 원망이 생기게 됩니다. 원망은 나는 열심히 헀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때 생겨나지요. 이는 다시 말하면 ‘~때문에 한다’라고 생각하며 행할 때 원망은 따라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장자는 이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행동하는 메커니즘이 바뀌어야 합니다. ‘~때문에 한다’가 아니라 ‘내가 원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문명

그런데 인간은 왜 자꾸 원망을 재생산하는 사고방식을 답습하는가. 장자는 그것이 문명의 메커니즘임을 분명히 합니다. [외물] 4장 바퀴자국 고인 물에 있는 붕어 이야기는 문명이 우리에게 어떤 사고방식을 갖게 하는지 너무나 잘 보여줍니다. 장주가 곡식을 빌리러 갔던 감하후는 ‘나중에 거두는 세금 3백금’으로, 붕어가 도움을 요청했던 장주는 ‘서강의 물줄기를 바꾸는 것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합니다. 세금을 거두는 것이나 치수 사업을 하는 것이나 모두 문명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네요. 문명이란 이처럼 ‘~하게 되면 어떻게 될 지 예상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문명의 상징인 불을 가져오자 인간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고, 그 결과 노동을 해서 축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측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으로 하여금 현재의 곡식보다는 미래의 곡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지요. 그러다보니 지금 당장 곡식을 먹지 못하더라도 일단 축적하는 것이 더 우선이 되게 하였습니다. 장자는 이런 문명 비판을 바퀴 자국 고인 물, 문명의 흔적 위에서 죽어가는 붕어와 장주의 이야기를 통해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대해 채운쌤은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악마가 그리스도를 높은 곳에 데려가 뛰어내리면 세상을 다 주겠다고 할 때 그는 그런 거래 자체를 거부합니다. 이는 그리스도가 두 가지를 알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는 자연법칙(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죽는다)에서 예외일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것, 두 번째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외 다른 미래의 것을 기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런데 뛰어내리면 세상을 다 주겠다는 악마의 말은 지금 아주 잘 통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이름으로 더 좋은, 더 편안한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온갖 유토피아상은 우리로 하여금 정작 ‘지금’을 계속해서 간과하도록 만들지요.

-관계의 빈 곳

[외물] 9장에는 재밌는 말이 나옵니다. 누구에게나 공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이것은 퍼스널 스페이스가 필요하다는 장자식 표현일까요? 하지만 퍼스널 스페이스가 ‘사적 공간’, 누구에게도 침범당해서는 안 되는 나의 영역 개념이라면, 장자의 말은 계속해서 변하는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지금 당장 ‘좋은 관계’가 맺어진다고 해서, 그것이 계속 같은 형태로 영원히 갈 것이라는 것은 고집에 불과하다는 것. 장자는 道가 막혀 있지 못한다고 하며, 우리의 정신 역시 빈 곳,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패턴화 되는 것을 깨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계속해서 다른 관계를 만들며 리프레쉬 하지 않으면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다음시간은 <장자> '우언', ‘양왕’ 읽어옵니다.

공통과제는 <장자>에서 언어와 관련된 부분을 모아서 ‘장자의 언어’를 주제로 써 옵니다.

후기는 크느쌤

간식은 은남쌤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전체 3

  • 2017-12-11 07:43
    장자의 언어(관)? 지난 주 토론 시간에 저의 공통과제에 대해 지은 샘이 말의 뉘앙스를 말했습니다. 말의 여백, 표정, 몸짓, 맥락을 보아야 한다. 또 재미있는 비유를 들었습니다.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하면서 답답하여 '이모티콘'을 보낸다.
    '말은 말로만 하지 않는다.' '파도 소리가 철썩 철썩인가?' .... 말은 투명한가. 조금만 고민하겠습니다. ~~~~~

  • 2017-12-11 08:18
    담에 읽을 게 '우언'편 아니었던가? / 강석샘, 마니마니 고민해오세요~ 담시간에 뜨겁게 얘기해보죠^^

    • 2017-12-11 10:12
      진도표 보니까 우언이 아니라 양왕이라고 되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