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n

11월 14일 인도철학 후기

작성자
현옥
작성일
2016-11-20 15:23
조회
324
채운쌤은 다른 나라의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중의 하나를 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타자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내 전제를 내려놓는 것이겠지요. 현재의 내가 세계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가치나 전제를 잣대로 하여 타자의 문화나 철학, 종교 등을 바라보며 그 잘잘못을 판단하려고 하는 것과, 그들은 어째서 저런 방식으로 사유하고 행위할 수밖에 없었을까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내 전제들을 다시 바라보는 것은 정말이지 완전히 다른 방식일 테니까요.

인도인의 가장 큰 특징은 ‘靈性’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계급이 어디에 속해있거나, 많이 배웠거나 못배웠거나 간에 대부분의 인도사람들은 깊은 ‘靈性’을 가지고 삶을 바라보며 살아간다고 하는데, 그 ‘靈性’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라다크리슈난은 “인도인들은 결코 이 세계가 권력이나 재산을 얻기 위해, 혹은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전쟁터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런 견지에서 보면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조건이 그 자체로 우주자연의 섭리에서 온 것이라는 데 대한 깊은 믿음 내지는 긍정 같은 것이 인도인의 ‘靈性’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靈性’을 생각하면 언제나 ‘비노바 바베’의 어머니가 떠오르네요. ‘비노바 바베’는 자신을 형성함에 있어서 어머니의 역할에 비길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늘 얘기했습니다.

“어머니는 참으로 위대한 신앙인이셨다. 어머니는 집안 모든 사람들에게 음식을 공양하고, 다른 온갖 집안일을 도맡으셨으며, 당신이 식사를 하기 전에 신상 앞에 앉아 예배를 올리셨다. 하느님 앞에서 절을 올리면서 어머니는 두 귀를 잡고 큰소리로 기도하셨다. 이 끝없는 우주의 하느님이시여 나의 잘못들을 용서하소서. 그렇게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우리는 어머니가 거친 말을 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어머니는 하느님의 이름을 계속 읊조리셨고, 곡식을 갈면서도 하느님에게 찬송을 바쳤다. 어머니가 부르시는 모든 노래는 예배의 찬송들이었으며, 놀라운 사랑과 신앙을 가지고 그 찬송들을 부르셨다.... 목욕을 하든 음식을 장만하든 무슨 일을 하시든 간에 어머니는 마음 속으로는 어떤 신앙의 합창 같은 것에 빠져 있었다.”(비노바바베, 실천문학사)

 

그러니까 저 어머니의 신앙은 지금보다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게 해달라는 求福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지금 나의 사고와 행위와 말 하나하나를 신에 가장 가깝게 만듦으로써 신에게 닿으려는 무한한 노력 같은 것일 텐데, 채운쌤께서 말씀하셨던 ‘자아의 변형’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가와 고행을 통해서 그들이 성취하고자 했던 것은 끝없는 자기변형을 통해 신과 합일되는 경지였다네요.

라다크리슈난은 인도가 멸망하지 않게 한 것은 바로 인도인의 그 심원한 영성이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인도사상의 역사는 늘 오래되고도 새로운 인간정신의 끝없는 추구였다고 말합니다. 인도에서는 그 어떤 종교도 그 지주로 철학적 내용을 발달시키지 않고 일어난 적이 없으며, 종교와 철학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철학의 모든 開祖들은 언제나 대중 가운데 영성개혁이 범사회적으로 일어나도록 노력하였고, 푸라나 문헌들은 이해력이 떨어지는 대중들에게 적합하도록(즉 대중이 형이상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신화나 설화의 형식으로 윤색되었으며, <바가바드기타>나 <우파니샤드>도 대중의 믿음과 동떨어진 어떤 것이 전혀 아니라고 라다크리슈난은 강조합니다. 비노바 바베의 어머니가 집안일을 하며 부르셨던 노래들도 아마 그런 것들이었겠지요...

‘언제나 사람이 사는 곳에 관심을 가졌던’ 인도철학과 ‘자아의 변형’을 통해 신에게 이르고자 했던 인도인의 영성이 어떻게 <리드베다>라는 찬가로 구체화되고 <우파니샤드>로 이어지게 될까요?!

 
전체 1

  • 2016-11-21 20:26
    영성! 기억하기로는 경험이 없어 그런지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잘 모르겠는 단어였네요. 오늘 다른 세미나에서도 이야기가 잠깐 나왔지만... 인도철학을 공부하는 내내 생각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