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12.10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5-11-26 16:43
조회
596
네. <율리시스>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0^/
내용보다는 형식으로 남게 되는 책이 될 것 같아요. 챕터마다 다른 문체들, 잡았다 싶으면 어디론가 날아가버리는 인물들의 의식, 노래하는 사물과 관념, 거기다 마지막에는 시간마저 없어져 버린 몰리의 상념. 그것들이 가끔은 재밌다가도 가끔은 이게 다 뭔 소용인가 나는 뭘 읽고 있는가 ㅇㅁㅇ 하는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다 읽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17장에 대한 얘끼가 제일 많이 나왔던 거 같아요. 왜 이렇게 썼을까. 율리시스를 보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긴 했지만 17장만큼 그런 생각이 많이 든 장도 없었을 거예요. 압축적인 질문과 백과사전적인 대답으로 이루어지는 블룸과 스티븐의 행위들은, 정말 간단한 동작들이었지만 그걸 읽는 독자들은 그것들을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죠. 수많은 사물에 대한 질문들. 저는 이걸 읽을 때 그나마 <율리시스>를 읽는 와중에 가장 서사가 명료하게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는 서사의 필수요소인 '언제? 어디?' 라는 질문에도 결코 관습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고 17장은 끝납니다. 분명 다르게 쓸 수 있는 장면들. 블룸이 촛불을 밝히고 스티븐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악수를 하고 헤어지는 내용을 이렇게 이질적으로 만드는 조이스의 서술은 그동안 내가 읽어온 소설들은 대체 뭐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이렇게 확장되는 인간의 의식을 문학은 어떻게 담아내고 있었는지...
참고용으로 읽은 <근대의 서사시>에서는 블룸이 가장 열린 인간, 자유로운 인간, 하지만 가장 무심한 인간이라고 해서 재밌었어요. 점점 불어나는 의식의 책 같은 <율리시스>는 사실 '점증하는 무심함'의 책이라고. 블룸은 더이상 한번에 한가지 대화, 한번에 한가지 장면을 구성하지 않지요. 누군가랑 대화하면서도 수많은 의식이 거리 여기저기에 흩뿌려진 인물. 그는 대도시 여기저기에 붙은 광고지처럼 무엇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따르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블룸은 집중하는 인물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 가능성의 인물인 것입니다. 새로운 유형의 주인공. 대도시의 인물 블룸은 어쩌면 이제껏 읽었던 그 수많은 책의 주인공 가운데 진정한 동시대 인물인 것 같습니다. 조이스는 그를 어떻게든 잡아낸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율리시스>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면서...네. 언젠가 다시 읽을 기회가 있겠죠. 네.

다음주는 방학입니다.
그 다음주(12.10)는 <문학의 고고학> 3번째 챕터, 발제는 미영쌤!
간식은 문정!

12월 10일에 봐요/
전체 1

  • 2015-11-27 18:18
    율리시즈, 언젠가 다시 읽을 때, 같이 읽자 -_- / 근대의 서사시, 절판된 책이지만 제본 가능합니다. 원하시는 분들 혜원에게 말씀해주심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