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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전 시즌2 역사강의 3강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11-19 20:28
조회
90
삼국지들 읽어보셨는지요. 여름쯤 삼국지 세미나를 했었는데, 우쌤의 강의를 듣고 했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겠네요. 삼국지는 언젠가 또 읽을 것 같으니 아쉬움은 미뤄두고! 우쌤이 알려주신 삼국지를 더 다채롭게, 재밌게 읽는 방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번 강의에서 가장 놀란 건 우리가 읽는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은 무려 1,000년의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편의상 ‘삼국지’라고 부르겠습니다. ㅎ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삼국지는 청나라 때 모종강이란 사람이 정리한 것입니다. 근데 고문과 백화문이 섞여서 우쌤도 읽기가 어렵다고 하시네요. 대개 우리가 읽는 건 일본에서 모종강본을 번역한 걸 또 우리가 번역한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번역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현암사의 정역 삼국지는 모종간본을 완역한 것이라고 하니 한 번 읽을 생각이 있으시다면 이걸 읽어보세요~

 

삼국지의 형성과정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도청도설(道聽塗說)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청도설’이란 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했다는 뜻으로, 그야말로 길 위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이죠. 실제 유비, 조조, 손권 이 세 명의 인물이 천하를 놓고 다툰 시기는 후한~위진시대입니다. 사실 삼국지는 이때의 일들을 진수라는 인물이 기록한 정사, 정통 역사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듯이, 책에서 ‘누가 누구와 싸웠다’ 같은 식의 문장은 별로 재미가 없죠. 그래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가령 속강(俗講)이나 무대극, 연극, 인형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뤄지면서 좀 더 살이 붙는 거죠. 근데 이게 특히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선 그 시대의 코드랄까나? 그런 걸 짚어야 하는데, 그게 또 시대적 특징 같은 걸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복숭아 밭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는데, 그건 본래 유목민들의 풍습입니다. 같이 말을 타며 초원을 달리는 유목민끼리는 “형제여!” 이렇게 얘기하면서 의형제를 맺었겠지만, 한족은 공자의 말을 따라 친족을 챙기죠. 이런 유목민의 풍습이 보이는 이야기는 아마도 원나라 때 변형됐다는 증거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아마 삼국지를 읽으면서 아름답다거나 재밌다고 느낀 거의 모든 장면들은 이렇게 추가된 것들입니다. 심지어 인물도 추가되기도 하고, 다르게 그려지기도 합니다. 도원결의뿐만 아니라 초선, 삼고초려, 장판교에서 조자룡과 장비의 활약, 적벽대전, 제갈량의 동남풍, 화용도 등등이 다 추가된 내용입니다. 즉, 삼국지는 언뜻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보여도, 실제로는 1,000년이라는 세월 동안 다양한 시대 속에서 다채롭게 변주된 120개의 이야기들의 모음인 것이고, 이런 형식의 소설을 장회(章回)소설이라 합니다.

 

삼국지를 읽을 때 몇 개의 질문을 가지고 읽으면 재밌습니다. 일단 진수가 다룬 비중이 큰 부분들이 연의에서 나오지 않거나 반대로, 연의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정사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 차이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민중은 영웅담을 좋아한다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고, 다른 시선으로 본다면 또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다양한 질문을 가지고 읽는 만큼 다양해지는 텍스트인 것이죠.

유비는 선, 조조는 악이라는 두 개의 대립구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질문할 수 있습니다. 유비는 자신이 한 경제의 자식 중 하나인 중산정왕 유승의 후예라고 얘기하면서 한나라의 정통을 주장합니다만, 실제로는 성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소설 삼국지만 봐도 유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정말 많습니다. 어느 성 태수, 현령의 성이 유씨면, 다 같은 유씨더라구요. ㅋㅋ 그리고 어떤 기록을 보면, 당시 유(劉)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못해도 1만 2천명은 넘었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도 유비가 한나라의 정통성을 가진 인물이 되고, 동시에 선한 인물로 다뤄진 건 한나라 이후 계속해서 한족은 그들이 소위 ‘오랑캐’라고 하는 유목민에게 계속 시달렸기 때문입니다. 조조와 손권도 한족인데 졸지에 악당이 되어버렸네요. 우쌤은 특히 삼국지가 유비와 조조를 중심축으로 놓다보니 손권이란 인물의 특성이 너무 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정사를 참고해서 보면, 손권도 조조 못지않게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소설 삼국지는 사실 제갈량의 등장으로 시작해서 제갈량의 죽음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쌤은 제갈량에 투사된 이미지가 무엇인지 따지는 것도 재밌는 주제라고 하셨습니다. 유비는 관우, 장비와 한날한시에 죽기로 맹세한 사이입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그들과 한 이불에서 자고, 한 상에서 밥을 먹는다고 했었죠. 하지만 제갈량을 만나고 난 뒤에는 제갈량과 같이 자고,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갈량을 관우와 장비가 미워합니다. 유비와 유비의 애인 제갈량 그리고 전애인 관우, 장비의 삼각관계? ㅋㅋㅋㅋ 우쌤은 평민출신 사계급의 벼락출세라고 하셨습니다. 도원결의(형제관계)를 비집고 들어간 삼고초려(군신관계). 쌤들은 어떻게 해석하실지 궁금합니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중심으로 위진시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진수는 정사를 편찬할 때, 삼국 중에서 위나라에 정통성을 부여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마씨가 세운 진(晉)나라의 전신이 조비의 위나라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책을 봐도 위서의 경우에는 무제기 - 문제기 이런 식으로 구성이 돼있고, 촉서나 오서는 선주전 – 후주전, 오주전 이렇게 돼있습니다. 그리고 위서에는 촉서나 오서와는 달리 동탁이나 공손찬, 원소와 원술 등 중요한 기록이 있습니다. 우쌤은 만약 정사 삼국지 중에서 하나의 편만 봐야 한다면, 오환선비동이전을 보라고 하셨습니다. 이건 오랑캐에 관한 기록인데, 여기에는 부여, 고구려, 옥저 등 한반도에서 만주에 이르는 기록이 있어서 고대사를 다룰 때 아주 중요한 자료라고 합니다.

조조와 같은 영웅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의 권력구도를 보면, 한쪽에는 황후를 중심으로 한 외척이 있고, 한쪽에는 십상시와 같은 환관이, 한쪽에는 청의(淸議)라 불리는 지식인 계층이 있었습니다. 이 ‘청의’에서 청(淸)은 돈을 밝히지 않음을 뜻하는데, 동탁, 이각과 곽사, 조조를 거치면서 뿔뿔이 흩어지고 천하 영웅들 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동탁을 죽인 원윤이나 종이를 발명한 채륜, 논어주를 달은 하안 등이 모두 이때의 사람들입니다. 이때의 학문을 현학(玄學)이라고 얘기하는데, 노자·주역을 중심의 철학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동양의 사상적 체계는 거의 한나라의 어지러운 시기에 완성이 되었고, 그 다음부터는 이것에 대한 해석 혹은 문학의 시대인 것입니다. 그런데 좀 열등감도 느껴지는 게, 이들은 대단한 학자인 동시에 뛰어난 장군이었다고 합니다. 언제 무예를 익히고, 병법서를 보고, 전쟁을 하는지. ^^;;

다른 강의에서도 얘기하셨지만, 칼로 일어선 정권은 2대를 넘기기 힘듭니다. 유비나 손권을 보면, 꼭 가까운 후사 중에 싸이코가 있습니다. 유비의 경우에는 유선이 그랬고, 손권의 후사 중에는 손호란 인물이 있었습니다. 한나라 이후의 나라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위진남북조, 수나라가 오래 가지 못한 것도 칼로 나라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느 나라건 다 칼로 일어서지 않았던가요? 우쌤은 위나라가 촉, 오보다 그리고 당나라가 그나마 오래갈 수 있었던 건 문화 덕분이라고 하셨습니다. 당나라의 문화야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조조와 조비가 남긴 글도 아주 대단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원래 나라의 운명은 200년 전후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조선도 임진왜란 때 망했어야 했는데 안 망해서 그 뒤로 이상한 꼴을 다 겪은 거라고. 하하하.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어쩌면 한 개인이나 나라가 망하게 되는 순간은 딴 게 아니라 붓을 놓는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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