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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혁명, 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북토크 후기(들)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21-06-07 14:45
조회
213
* 지난주 화요일, 길드다의 명식샘이 따끈따끈한 신간 <68혁명, 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북튜브) 이야기를 들고 규문에 찾아왔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북토크 현장의 사진들과 함께 참석자들의 후기를 만나보시죠!!



큰 길에서 벗어나 완만한 경사의 좁은 골목길을 걸으면, 창문이 활짝 열린 규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6월 1일, [68혁명, 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으로 규문을 방문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선 설렘을 안고 북토크는 시작됐고, 차명식 작가님은 가벼운 긴장감을 표했지만 능숙하게 이야기를 끌고 갔습니다.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아무래도 68혁명이 가지는 현대와의 연관성에 관한 3가지 지점이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개인으로서의 혁명이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한 명의 개인으로서 혁명이라는, 거대해 보이는 움직임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68혁명을 접했기에 아직도 생소한 부분이 많지만, 차명식 작가님을 통해 들은 68혁명의 이야기는 마치 세계를 바꾸자하는 단 한명의 개인이 있다면 혁명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못 다한 질문을 소개하려합니다. 어쩌면 조금 엉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명의 개인으로서 2020년대에 혁명을 일으킨다면 가장 첫 단계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이에 관한 답은 차명식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이 나올 때 은근슬쩍 들어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평안히 공부하는 나날과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 장현영(삼색불광파)



또래들의 강의를 볼 때마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이든 익숙한 다른 공동체 사람들이든 아예 초면인 사람들이든, 나는 고민을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는 것 자체가 두렵다. 다른 사람들과 나눌 정도로 자기 고민을 묵히려면, 얼마나 치열하게 생각해야 할까? 치열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실제로 일상에서도 그 질문을 움켜쥐고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 앞에 서면 내가 별로 치열하게 질문을 붙잡고 있지 않았음이 드러나는 것 같다. 두려움은 자신할 만큼 질문을 살고 있지 않는 데서 비롯되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내내 명식쌤 본인이 질문(“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자기 질문을 움켜쥐고 사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을 울리게 하는 에너지가 발생한다. 좀 뜬금없지만, 마슈레가 스피노자를 독해하면서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인식하기에 좋은 출발점은 없다. 각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갈 수준의 이성을 돌도끼로 교정함으로써 철학자가 된다.’ 지혜의 정상에 오르기 위한 교정 작업을 계속하려는 열망만 있다면야 지금 당장 어떤 수준의 이성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명식쌤의 책과 강의를 통해 중요한 것은 그 열망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됐다.

그러나 내용적인 측면으로는 아쉬운 감이 없진 않다. 책에는 방법론적인 측면이 많이 소개됐는데, 실제로 어떤 전선을 그리고 있을지 궁금했다. 강의에서 명식쌤이 그리고 있을 특정한 전선을 거칠게나마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다소 추상적으로 그려진 느낌이다. 책과 강의를 듣고 난 이후에도 명식쌤 본인은 누구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얘기를 들으면서 그것은 시즌2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시즌2도 책으로 나온다고 하니, 이어지는 북토크 강의에서 들어보고 싶다!


- 박규창





공부하면서 68혁명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정작 그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제대로 몰랐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번 북토크는 68혁명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들이 교차하고 또 얼마나 많은 욕망이 들끓는 장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혁명이라는 것이 하나의 정의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틴 루터 킹과 맬컴X의 인상적인 대비를 통해 혁명이란 단지 하나의 대의를 위해 뭉치는 것이 아닌, 무수한 힘의 충돌이 일어나는 시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한 주제를 두고 다각도로 들여다보려고 하는 열정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갑자기 68혁명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역사적 사건을 통해 우리 시대를 다시 보려고 하는 시도를 따라가면서, 역사학자의 작업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제를 계속 붙잡고, 자료를 모으고 그 가운데 맥락을 찾아내서 자기 나름대로의 역사를 그려 보이려고 하는 끊임없는 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구혜원


뒷풀이 자리에서 명식샘은 68혁명에 낭만적이지도 냉소적이지도 않은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냉소하거나 낭만화하기. 이는 어떤 것을 ‘과거의 기억’으로 고정시키고 그에 대해 더는 생각하려 하지 않을 때 우리가 취하게 되는 태도일 겁니다. 호기롭게도(?) 명식샘은 68혁명을 해설하거나 거기에 주석을 다는 것을 넘어서, 당면한 현실과 연관 속에서 그것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그게 낭만도 냉소도 아닌 방식으로 과거의 혁명을 사유하는 것이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멋지다! 그렇지만 물론 질문은 남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68일까, 지금 68을 그리고 혁명을 새롭게 사유한다는 건 뭘까?

“‘혁명’이라는 말 자체가 올드해졌다.” 명식샘이 강의 도입부에 한 말입니다. 정말 그렇죠. 혁명이라는 단어는 광고 문구로 쓰일 때(가격 혁명이니 기술혁명이니 하는 식으로)조차도 진부한 수사의 느낌을 줍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혁명이 필요할까요? 제도를 바꾸고 사회를 변혁해야만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걸까요? ‘혁명’이라는 말에는 혹시 무언가를 무너뜨리고 나면 행복과 해방과 자유가 찾아올 것이라는 어리석은 기대가 감추어져 있지 않을까요? 정치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가장 정직하게 과연 혁명이란 바람직한 것인가를 알고자 노력해야”하며 지식인은 “혁명이란 과연 고통이라는 대가를 치를 만한 것인가, 그것은 어떤 종류의 혁명이며 어떤 종류의 고통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푸코의 말도 떠오르네요.

“68혁명은 ‘이기의 시대에 일어난 되기의 혁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너는 ~이어야 한다’는 명령에 맞서, 그 명령에 반해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한 사람들의 ‘운동’이었다는 것이지요.”(차명식, 《68혁명, 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북튜브, 168쪽)

명식샘의 책을 읽고 또 강의를 들으며 얻게 된 힌트는, 68혁명이 ‘되기의 혁명’이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68혁명이 놀라운 점은 특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단일한 전선을 이루며 이루어진 혁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거기에는 소수자 운동도 있었고, 반전 운동도 있었고, 세대 사이의 갈등도 있었으며, 폭력적인 투쟁이 있었는가 하면 일상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68이라는 숫자 외에 마땅한 이름을 붙일 수가 없었던 것이죠.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 운동들의 핵심에는 ‘되기’가 있습니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절실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마주치고 교차하며 이전과 다른 존재로 스스로를 변형하고, 주어지지 않은 길들을 모색하고, 다른 방식으로 질문하기를 시도한 흐름들이. 명식샘은 마틴 루터 킹과 맬컴X의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명식샘의 흥미진진한 설명이 궁금하시다면 책을 사서 읽어보시길~).

저는 이런 의미의 혁명이라면 올드하지도 허무하지도 않다고,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것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스스로에 지쳐 있고, 익숙한 질문의 방식들이 우리를 고립시키고, 주어진 길들이 우리를 소외시킬 뿐이라면 말이죠. 남는 질문은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되기’를 실험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누구와 싸우고 또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 무엇을 문제라고 느끼고 어느 순간에 질문을 던지고 싶어지는지. 이것은 68이나 명식샘이 대신 대답해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동세대 학인인 명식샘과, 그리고 길드다 멤버들과도 ‘되기’의 혁명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런 마음을 품고 명식샘과의 다음 만남을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 정건화


 

 


"혁명은 원과 같다.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지만 결코 끝나는 법은 없다." - 부사령관 마르코스

명식샘이 책에 사인을 하며 남겨준 멋진 문장을 공유하며 후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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