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마음 3주차 후기

작성자
노진우
작성일
2018-06-25 16:22
조회
124
지난 학기에는 이반일리치의 글 속에서 낯선 개념과 언어를 해석하며 주파해 갔습니다.

겨우겨우 해석된 개념들을 붙들고 이해했다 생각했지만 이반일리치의 언어로 그의 생각의 씨줄날줄을 엮어내는 일은 당연하게도 만만치 않았었지요.

이번 학기의 『마음』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간만에 술술 읽히는 여유로움에 지난번과 같은 삽질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일상의 언어로 이루어졌으나, 정교한 무대세트로 구성된 작가의 세계를 여러 가지 층위에서 읽어내어야 하는 작업은 의미를 달리한

이반일리치 2탄이 될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던 의미의 보따리들을 선민쌤께서 펼쳐 놓으실 때 마다 여기저기서 한숨들이 터져나오고 탄식과 감탄이 교차하고......

개인적으로는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이번 시즌입니다.

사람의 글이 무엇이관대 우리를 이렇게 아찔한 무지 속에서 괴롭게 만드는 것일까요?

이번 수업에서는 (보다못한?) 선민쌤께서 작품 속의 주요한 의미를 짚어 주시고, 이에 대한 답을 완성해보라는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1. K와 선생님은 유서를 왜 썼나? 각각의 유서는 어떻게 다른가

  2. 선생님은 어두운 도심 한가운데서 등불을 켜고 무엇을 했을까?

  3.  선생님 집에는 왜 아이가 없을까?

  4.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 '나'의 ‘지금’의 의미는?("나"가 이 책에 왜 필요한가?)

  5. 시즈는 남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또 이 주제와는 달리 한눈팔기를 읽고 마음의 중요장면과 중첩되어 보이는, 함께 읽을 수 있는 주요장면 하나를 머릿속에 담아 오라고 하셨습니다.

이 두가지 숙제는 과제글로 작성하지 않되, 다음주 수업시간에 풀어낸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각자가 서평의 화두로 삼을 의미들을 펼쳐보고, 궁금한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근대, 자아, 배신, 윤리, 금권, 이자, 자연, 죽음, 양풍, 연애, 지식, 글쓰기, 시대와 미래……

도대체 나는 이 책을 읽어내며 무엇을 본 것인가? 자괴감이 들만큼 마음은 깊고 넓었습니다.

이 한권의 책에 켜켜히 누벼진 많은 층의 의미를 어떻게 절단해내고 무엇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 심적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기에

어느 주제도 쉽게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 반대편에는 이 거대한 세계를 몇 백 페이지 안에 생성한 작가에 대한 경외와  1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소환되어 끝내 끝나지 않을만큼

생성되는 의미! 진리의 세계에 설레기도 했습니다.(멀미인가?)

작품해석은 작품 안에서 단서를 찾되 작품 밖의 나의 언어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또 우리가 작품으로 진입하여 낯선 세계와 접속한다함은 예컨대 ‘나’와 해변을 걷거나, 홀로 등불을 켠 선생님의 서재를 거닐며

소설의 감각을 체험하듯 그 세계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안경을 깎아 나와야 한다고 선민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성실함만으로는 극복 될 수 없는(그마저도 어렵고 어려운데) 사고의 정밀함과 치밀함을 요구하는 이번 학기의 내외적 난관을 어찌 극복해갈지

심히 걱정되는 가운데 다음 주 숙제에서는 우리의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하여 가려운 곳을 긁어내고 사고가 명료해지길!

그 세계가 손에 잡히길! 기대해 봅니다.
전체 2

  • 2018-06-25 16:24
    숙제방에서 이쪽으로 옮겨왔습니다~

  • 2018-06-26 06:16
    나츠메 소세키는 무엇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울렁울렁 멀미를 느끼면서 Go, 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