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강좌

8/14 후기

작성자
김경택
작성일
2021-08-14 23:15
조회
319

 후기


자 8월 14일 후기 올립니다.

참고로 이 후기는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주관적이지 않으면 이 후기 자체가 만들어질 수 없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주관적으로 쓸테니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주관적으로 쓰는 걸 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전 사람들이 후기 쓰는 걸 보니 참 가관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 후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이야기는 조금 뒤에 다시 할거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아, 그리고 최대한 길게 쓰기 위해 문장 끝은 '습니다'로 끝내겠습니다.)

8월 14일 아침은 햇빛이 따사롭게 비치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2시 53분 정도에 규문 홈페이지의 청소년 강좌에 올라온 링크로 줌에 들어왔습니다. 들어와보니 참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습니다. 혜원쌤, 혜린이, 재윤이, 세희, 태리, 자비. 태리와 자비는 둘이서 같이 있더군요. 오순도순 있는 게 참 서로 사이가 좋아보였습니다. 그리고 도현이는 제가 들어오고 얼마 뒤에 들어온 걸로 기억합니다. 이우는 어째선지 아직 들어오지 않았죠(그 이유는 조금 뒤에 밝혀 집니다!!) 그리고 제가 아직 소개하지 않은 한 사람이 있죠. 맞습니다. 매우 낯익은 분이시죠. 네, 규창쌤입니다. 저는 규창쌤이 이번에는 아예 안 나오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어떻게 바뀌셨을지 기대를 많이 했는데 전혀 변함 없으셨습니다.

그렇게 반가움을 뒤로 한 채(물론 반갑기만 한건 아니었죠. 그 옛날에 오금희로 협박하셨던 것등등  여러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이전 후기들을  살펴보세요!)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우가 아직 참여하지 않았지만 저는  신경 쓰지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번에 자신이 언제 수업을 빠질 수도 있다고 했기때문이죠. 그래서 걱정도 뒤로 하고 수업을 시작했는데, 맨 처음에 하는 게 자신이 뽑아온 문단 읽기잖아요. 근데 제가 제일 처음 문단을 읽어야 된단 것이었어요. 그런데 제 기억으론 제가 저저번 주에도 제일 처음 문단 읽기를 했거든요. 뭐 아니면 말고요. 아니, 뭐든 맨 처음에 하는 건 좀 부담되잖아요. 그래도 읽었고 그 다음이 태리였던 것 같고 그 다음이 자비, 도현, 세희였던 것 같지만 확실하진 않아요. 그리고 확실하지 않은 게 하나 더 있는데 아마 이우가 이쯤에서 수업에 참가했을 겁니다. 이우 말로는 오케스트라 캠프에 갔다는데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죠. 전에 이우를 만났을 때 플룻 가방을 들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어요.

그런데 오케스트라 하니까 제가 옛날에 오케스트라를 했을 때가 생각나는 겁니다. 그 오케스트라는 정말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오케스트라였지요. 애들은 맨날 떠들다 혼나고 아주 그냥 오합지졸 좌충우돌 천방지축 근묵자흑 설상가상이었습니다. 그때 도현이도 참 많이 떠들었는데 말입니다. 결국 그 오케스트라는 공연 한 번하고(공연할 때도 매우 중요한 친구가 아파서 결석했었죠.) 그 후 코로나 때문에 점점 덜 모이다가 유야무야 사라져버렸습니다.

다시 규문 수업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이우가 오고 재윤, 혜린. 이우 순으로 자신이 골라온 문단을 읽었습니다. 규창쌤이 우리가('저희가'라고 하면 그냥 뭔가 좀 이상해서) 필사한 것들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는데(선생님의 깐깐함 같은 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필사할 때 형식에 맞추란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삶은 귀중히 여긴다고 해서 보존되는 게 아니요, 몸은 아낀다고 해서 건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삶을 천히 여긴다고 해서 일찍 죽는 것도 아니요, 몸을 가벼이 여긴다고 해서 약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삶을 귀중히 여겨도 살지 못할 수 있고, 천하게 여겨도 죽지 않을 수 있다. 또 몸을 아껴도 건강해지지 않으며, 가벼이 여겨도 약해지지 않는다. 이는 순리에 어긋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저절로 저절로 살아가고 저절로 죽으며, 저절로 건강해지고 저절로 약해지는 것이다. 간혹, 삶을 귀중히 여겨 살기도 하고, 천하게 여겨 죽기도 하며, 몸을 아껴 건강해지기도 하고, 가벼이 여겨 약해지기도 한다. 이것은 순리에 맞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또한 저절로 살고 저절로 죽으며, 저절로 건강해지고 저절로 약해지는 것뿐이다. --열자 지음 ⌈낭송열자⌋ 홍숙연 풀어읽음 북드라망 53페이지

 

이런 식으로 문단 끝에 지은이(아이유?), 제목, 옮긴이나 풀어 읽은이, 출판사, 페이지 순서로 그 문단이 어딨는 건지 표시하라고 하셨습니다. 참고로 위 문단은 내가 고른 문단이다. 세희가 고른 것 중에는 146페이지가 있었다. 규창쌤이 뽑은 구절처럼 페이지가 넘어가면 35~36페이지라고 쓰라고 하셨다. 그래서 도현이 것 중엔 170~172페이지에 있는 게 있었다.

그렇게 꿀팁을 전수 받고 토론을 하기 시작한게 4시 16분 쯤이었습니다. 규창쌤은 열자가 어디로 도망가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는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나는 딱히 그런 생각은(솔직히 말하면 아무생각도) 들지않았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열자가 살던 시대에 대해 들으니 그런 것 같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저 이 책이 여러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김동식 소설집 같은 소설집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낭송 열자도 나름 재밌는 책이었다. 그리고 확실히 짧아서 좋았다. 짧고 굵다는 게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4시 55분쯤 되었고 슬슬 수업을 마치기 시작했고 쌤들은 공지사항과 글 쓸 때 꼭 넣어야 되는 것들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이우인가 누군가가 후기는 누가 쓰냐고 물어봤고 김자비가 갑자기 내가 말을 잘 안 한다고 해서 어저다 보니 내가 후기를 쓰게 되었다. 그리고 김자비는 나를 모함한 죄로 다음 주에 후기를 써 심판 받게 될 것이다.

결론으로 한줄요약하자면

규창쌤은 변함 없고 열자는 생각보다 재밌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진짜 줌으로 하는 것보다 만나는 게 더 좋은 것 같긴 하다. 확실히 저번에 쓴 사람들 말대로 규문에 직접 가는 것보다 쓸 게 없긴 하다. 그래도 줌으로 하는 게 규문 가는 것 보다 덜 귀찮다. 어쨌든 이 후기 내가 열심히 썼는데 그렇게 많이 쓴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왜 이 어둑어둑한 시간(약 23:03)에 후기를 올리냐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원래 수업 끝나고 한 시간 쉬었다가 쓰려고 했는데 라디오 듣고 멍 때리다 7시쯤에 개와 산책을 갔다 오고 밥을 먹었다. 그래서 좀 늦었는데 내가 산책할 때 마스크를 벗고 있었는데 뭔가 나방인가 벌레인가 뭔가가 입 안으로 들어왔는데 너어어어어어어무 역겹고 막 플라스틱 맛이 나서 뱉었다. 그냥 그랬다는 말이다.

이걸로 후기는 마치겠다. 이걸 다 봐줘서 참말로 고맙다.

 

(김자비야 긴장되지? 후덜덜하지? ò∀ó)
전체 7

  • 2021-08-14 23:30
    후기가 정말 길고 느무느무 재밌군요.
    그런데 왠지 7번째 문단 쯤에서부터 말이 좀 짧아진 것 같네요?

  • 2021-08-14 23:54
    무심한듯 풀어놓은 글에서 글쓴이가 툭 튀어나올 것 같아요. 웃다가 눈물날뻔. 마지막 김자비를 향한 일갈은 화룡점정이네요. 후덜덜한 후기 여름에 딱이네요.

  • 2021-08-15 10:00
    앜ㅋㅋㅋ 빠르고 긴 후기네요 중간에 말투가 바뀌긴 했지만..
    네. 김자비가 후덜덜할 거라고 예상하는 데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호호

    • 2021-08-20 20:27
      이...우? 아님말고

  • 2021-08-16 09:11
    간만에 길고 풍성한 청소년 후기가 올라왔군!! "지은이(아이유?)" 이건 경택이 필살의 유머인가? ㅋㅋㅋㅋㅋ
    형식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알게 된(주입받은) 시간이었네요.

  • 2021-08-16 12:16
    ...네 그렇습니다 그도 개학으로 미친 것입니다

  • 2021-08-20 20:31
    ......많이 힘들지? 그래... 그동안 우리가 네게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아. 친구들을 대표해 사과할게. 빨리 낫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