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0917 셈나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5-09-13 11:34
조회
745
지난 시간 재미있으셨나요? 워밍업을 <문학의 고고학>으로 하는 바람에 다소 압박감을 느끼신 분들이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법한데요 ^^ 문학 텍스트이니만큼 정답을 찾을 궁리를 하기보다는 우리가 그동안 다른 책들에서 배운 것들을 렌즈 삼아 다채롭게 읽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리어 왕>에서 켄트를 좋아라~한 용준과 혜원. 우직하고 심플하고 욕도 참 잘하더라며 칭찬을 하는 바람에 저도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소현쌤을 비롯한 몇몇 분들은 글로스터의 서자 에드먼드에 주목해 읽으셨는데요. 네, 작품의 마지막에 남는 건 현명한(그래서 다음 대권주자) 에드거지만 묘하게도 잔상이 남는 건 에드먼드 쪽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악을 떠맡은 캐릭터의 경우 인간의 모습을 더 중층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리어의 딸들에 대한 의견도 재미있었습니다. 두 딸은 사실 아주 현실적인 캐릭터일 뿐 악녀는 아니다, 오히려 막내딸 코딜리어가 누구보다 자기 아버지를 잘 알면서도 처음부터 일을 그렇게 꼬이게 만들었으니 잘못이다, 정답/자아에 대한 상이 너무 센 거 아니냐...
또 하나 흥미로운 캐릭터로 광대를 들 수 있지요. 광대는 사태에 대한 관찰자이면서 해석자이고 때로는 예언자 역할까지 합니다. 작품 내 다른 인물들과 다른 지평에서 존재하는 인물처럼 보이지요. 그에게 부여된 이름이 광대/바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푸코가 광기와 언어에 주목해 <리어 왕>을 언급한 만큼 이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예전에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리어가 두 딸들에게 버림받고 그만 홧병에 미쳐버린 것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리어가 광기의 세계로 발을 디딛게 된 지점을 표시하는 결정적인 대사가 있더군요. 딸과 한바탕 싸움을 벌인 뒤 리어가 이렇게 외치죠?
"누가 날 알아보겠는가? 난 리어가 아니다. (...) 내가 누군지 말해줄 사람은 없느냐?"
그러니까 딸들에게 그런 푸대접을 받고 자신이 모든 것을 잃었음을 안 뒤에야 리어는 생전 처음 질문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를 아는가? 나에 대해 질문해본 적이 있던가? 이는 절대권력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되었던 비이성이 그 자신에 의해 탄로나고 황야에서 완전히 벌거벗겨진 뒤 비로소 생겨난 물음들입니다. 이 지점을 셰익스피어가 광기로 규정한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지금껏 자신이 이런 질문을 한 적도 없고 할 줄도 몰랐다는 자각, 그것이 그를 흥분상태로 몰아넣었고 그만 사태를 파국으로 치닫게 합니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그는 비극 속의 훌륭한 주인공답게 몰락할 수 있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외에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이 많았으나 지면관계, 시간관계상 이만... ^^;;이것만은 빠뜨릴 수 없다 하는 것 있으시면 댓글로 참여해주세요 ㅎㅎ

다음 시간에는 <돈끼호테>1권 읽은 뒤 만납시다. 쪽글은 미영쌤, 진희쌤, 용준.
간식은 용준+혜연쌤.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전체 6

  • 2015-09-13 11:48
    리어 바보

    • 2015-09-13 11:53
      어...어째서;;

      • 2015-09-13 18:40
        실은... 문학 세미나를 옆에서 몰래 흠모하고 있어서, 간만에 저도 리어왕을 다시 읽었어요. 그런데 지 칭찬 제대로 안한다고 막내딸을 내치는데, 그 양반이 좀 지나친 감이 있더라고요. 뭐 저도 막내딸이 저 혼자 딴세상 살면서 고고한 척 하는 게 영 못마땅했는데, 뭘 또 그렇게 까지 열받을건 또 뭔가 싶어서...아무튼 문학세미나 응원합니다♡

        • 2015-09-13 19:21
          아이러니하게도 그거이 미치기 전의 리어 왕이라는 게 관전 포인트. 오히려 초반의 저런 모습(절대권력의 비이성적인 면, 자의적인 면을 확실히 보여주는)이 중반 이후의 리어와 대조적이라 난 재미있었는데. 그러니까 리어가 보여주는 게, 정상인/주체에 의해서만 규정되고 말해지는 근대의 광인이 아니라 스스로가 묻고 궁리하고 요구하면서 자기 스스로 절벽까지 가는 비극적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지금껏 자기가 스스로에게 대해 무지하고 완벽하게 낯선 존재임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음을 깨닫고 전율하는 인간!

          • 2015-09-13 19:34
            헛..재밌어요! 세미나 들으면 더 재미날듯!

            셈나...샘나!

            • 2015-09-13 19:51
              담번에 '들뢰즈가 사랑한 문학' 셈나를 한다우~~ 이거슨 세이랜의 노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