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10.08 셈나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5-09-19 15:39
조회
566
여러분 하이~ 반장 수경입니다.
두 주 방학이라고 지금쯤 어느 누구도 돈키호테를 펴들고 계시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합니다;;
1권은 그렇다 쳐도 이번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슴다! 모두들 2권까지 무사히 여정 마치시고 함께 즐겁게 떠들어보았음 해요.
그날 말씀드렸다시피 셈나 후에는 첫 뒷풀이로 조촐하게 점심식사 함께 하려 합니다. 근처에 맛있는 손칼국수 집이 있으니 거기서 한그릇씩 맛있게 해치워봐요 ㅋㅋㅋ
과제는 문정, 혜원, 은하쌤.
간식은 현옥쌤께서 준비하시는 걸로.

지난 주 셈나를 대략 상기해볼까요? 역시 모두들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고 오신 것 같아 일단 분위기는 참 화기애애했죠.
돈키호테는 이상한 짓만 하는 것 같은데도 자꾸 끌리고 뭔가 속도 시원하게 풀어주는 맛이 있고, 싼초와 돈키호테의 케미는 상상 그 이상인 데다, 중간중간 펼쳐지는 막간극 같은 에피소드들도 흥미를 자아내죠.

뭐니뭐니해도 돈키호테 이야기를 할 때면 광기와 이성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을 텐데, 많은 분들이 광기와 이성을 구분짓는 게 어디인가 물으셨습니다.
돈키호테는 순수 광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논리적이다,  광기와 이성이 우리 생각대로 대립적인 것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돈키호테는 책을 통해 자기 식의 지혜를 터득한 사람이다, 그는 고행자다 등등.
싼초 역시 비슷한 의문을 자아내는데요, 왜냐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욕망을 지니고 있는 것 같고 돈키호테와 다르게 세계를 분간할 줄 아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역시 돈키호테 곁을 떠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 같기 때문이죠.

저는 이번에 책을 읽을 때는 자꾸 읽기와 쓰기에 대한 사사키 아타루의 말이 떠올랐더랬습니다. 읽어버린 자는 미칠 수밖에 없다, 읽어버린 자는 결국 쓸 수밖에 없다...
신부와 법사신부 등등은 미치지 않기 위해 책을 읽으면서도 자신을 보호하는 기제를 가동시켰지만(대개의 독자가 이렇지 않을까요), 돈키호테는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는 직접 책에 접속했고, 읽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읽었으므로 그는 쓰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즉, 그는 자신이 기사도소설을 쓰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그가 로시난테의 등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돈키호테>가 쓰여지기 시작하는 거죠.
대개의 인간은 자신에게서 변화의 조짐을 본 순간 겁에 질려 주춤거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 <테이크쉘터>나 소설 <로빈슨 크루소>가 그런 걸 보여주죠. 그들은 '내가 망상병 환자인 게 아닐까' 자문하고 벌벌 떱니다.
그런데 돈키호테는 그 순간 비로소 자유를 누리기 시작합니다.
능동적 삶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보장된 것 없고, 팔다리가 부러지고 치아를 몇 개나 잃으면서 돈키호테가 획득한 것은 바로 삶입니다. 그 자체로 생동하고 무구한 삶.
그런 삶을 시작하는 순간, 이름 없고 고향도 정확하지 않은 늙은이가 문학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이 직접 지은 이름을 세계 만방에 떨치는 거죠.

그러므로 루카치 말대로 돈키호테는 근대에 출현한 최초의 위대한 소설이라 할 만합니다.
신과 영웅이 사라진 근대 사회에서 오직 고군분투하고 미끄러지는 것말고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없음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것, 그게 서사시가 아니라 소설의 주인공이 할 일이니까요.
문학이란 무엇인가?
돈키호테가 보여주는 것은 이렇습니다. 문학은 오직 과정으로 존재할 뿐인 길 떠남이다, 보장된 성공(혹은 귀향) 없이 길을 걷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럼으로써 겨우 삶의 의미를 획득해내는 별 것 아닌 사내의 삶이다...

자, 2권에서 우리는 돈키호테의 세 번째 여행과 죽음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때 그에게 무슨 일들이 펼쳐지고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몹시 기대됩니다.
다들 재미있게 읽어오시고, 그날 또 즐겁게 이야기 나눠봅시다.

그럼 모두들 추석 잘 쇠셔요~ 안녕안녕요~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