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1022 셈나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5-10-19 16:11
조회
441
후기 및 공지가 조금 늦었죠? 죄송합니다 ^^;; 늦어진 만큼 충실한 공지가 되어얄 텐데, 아무래도 잊은 게 태반입니다...; 끙.

지난 시간에는 드니 디드로의(로버트 드니로가 생각나는 이름입니다아....) <라모의 조카>를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작품이었는데, <문학의 고고학> 첫 장에서 푸코가 다시 다루고 있었죠.
"모든 곳에서 거부당하고, 자신의 호보자들에 의해 쫓기고 있으며, 저녁 식사 혹은 식권을 좇아 거리를 뛰어다니며, 자신의 온 몸짓을 통해 광기를 연상시키는" 라모의 조카를 사드의 엄격하게 통제된 담론과 대비시키며 고찰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작품은 짧게 언급만 되고 넘어갔습니다만, <광기의 역사>에서는 꽤 긴 분량을 할애해 라모의 조카를 말했죠.
해서 세미나 시간에 그 대목을 복사해 함께 읽었는데.... 푸코의 글이 워낙 난해하여...쩝.

하지만 푸코의 해석+문학세미나 학인들의 추리(?)를 통해 추출해낸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일단 라모의 조카가 정말로 라모의 조카라고만 지시될 뿐이라는 거.
절반 이상이 희곡처럼 구성된 이 작품 안에서 화자인 디드로는 '나'가 되고, 라모의 조카는 '그'라고 표기되더군요.
오직 누군가의 조카로, '그'라는 인칭명사로만 존재하는 사람, 그게 라모의 조카입니다.
그는 대체 누구일까요? 그의 이름은 뭐고, 그의 얼굴을 지배하는 표정은 뭘까요? 그는 정말 '나'의 말대로 광인일까요? 그렇다면 대체 광기가 뭘까요?
푸코는 여기에서 흥미를 느낀 듯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18세기 유럽에서 광인은 하나의 실루엣이 됩니다.
그는 먼곳에 있는 'I' / 주체 / 이성이 바라보고 말하는 대상으로만 존재하죠.
말하고 묻는 자는 여기 나, 디드로, 글 쓸 수 있는 자이고, 그에 의해 보여지고 말해지는 자가 라모의 조카.
나는 끊임없이 그와 나 사이에 구분선을 긋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끝내 명확히 밝힐 수 없죠.
다만 그의 기행을 통해 그와 다른 존재로서의 내가 부각된다는 측면은 분명한 효과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하나의 에피소드라든지 어느 한 쪽의 캑릭터에 집중하기보다는 둘로 나누어진 이 구도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느낍니다.
하지만 이밖에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작품이 재미없어도 세미나는 재미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느꼈습니다! ㅋㅋ

일단 라모의 조카에 대한 품평이 아주 많았네요. 심지어 극과 극을 달렸어요.
그는 현자다, 그는 허무주의자다, 그는 피곤에 쩔었다, 그는 솔직하다, 그는 처세술에 능한 자다...
라모가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작품이 관념소설이 되기도 하고, 풍자소설이 되기도 하고, 악한소설이 되기도 했죠.
그리고 디드로가 백과전서 파에다가 계몽주의라고 정의되기는 해도, 라모의 조카 또한 디드로의 또 다른 모습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그러고보면 한 인물을 무슨무슨 파로 규정하고, 한 작품을 이러저러한 장르로 규정하는 것만큼 책 읽기를 방해하는 게 또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편협하고 재미없게, 또 가장 게으르게 책을 읽는 방식 중 하나가 아닐지.

아무튼 <라모의 조카>로 <문학의 고고학> 첫번째 챕터 "광기의 언어" 편을 모두 마쳤네요.
이제 다시 <문학의 고고학>으로 넘어가 두번째 챕터 "문학과 언어"를 읽겠습니다.
이후에는 다시 여기 언급된 작품인 <오뒷세이아>(호머), <율리시스>(조이스)를 함께 읽고요. 이번에도 장난 아닐 것 같습니다 ㅋㅋ

자, 다음번 발제자는 가위바위보에서 혜원에게 패한 미영쌤. 간식은 연실쌤+문정.
재미난 발제와 맛난 간식 부탁드려요.
모두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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