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11.05 셈나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5-10-31 13:57
조회
524
오버해서 새벽같이 나왔다가 옴팡 감기 걸려 모든 세미나원들을 불편케 한 반장 수경,,, 약빨로 다시 일어나 공지 올립니다 -_-;

지난 주에는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눴는데요, 저로선 다시 읽고 글을 쓰면서 새삼 감탄한 게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문학의 고고학>에서 푸코가 말한 것처럼 이 작품은 일단 문학의 원형으로서의 그 '되풀이 작용'이 전면에 드러나고 있지요.
이야기의 진전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주되고 굳어지는지를 작품 자체가 보여준다는 점에서 저는 여전히 이 작품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푸코는 한 대목을 통해 아주 인상깊은 코멘트를 했었는데요, 오뒷세우스가 정체를 숨긴 채 참석한 연회에서 우는 장면에 대한 게 그것이죠.
가인이 등장해 다름 아닌 오뒷세우스 그 자신의 모험을 노래하기 시작하자 오뒷세우스는 마치 전장에 나갔다 돌아온 남편의 시신 앞에서 여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감추며 울기 시작합니다.
푸코의 말은, 작품이란 이처럼 하나의 애도 행위가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이야기란, 이야기 속의 영웅이 실제로는 살아 있더라도 이야기와 관련해서는 이미 죽어버린 경우에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유동적이었던 모험이 주형에 들이부어져 형태가 굳어지는 순간 비로소 작품이 탄생한다는, 그런 점에서 작품은 영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죽어버린 영웅을 애도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는 돈키호테 2부에서 돈키호테의 운명도, 오뒷세우스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전 여기서 완전 무릎을 쳤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셨을까요 ^^

세미나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오뒷세우스에 대한 발제자들의 상반된 해석이었어요.
연실쌤께서는 오뒷세우스를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어려움을 헤치고 나아가는 인간상으로 보셨고, 또 미영쌤께서는 오뒷세우스가 감정에 휘둘리고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라 희한했다고 하셨죠.
한편 현옥쌤께서는 오뒷세우스는 자의식 없이 제반 조건들 안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바를 다하려 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함께 이야기를 하다보니 공통적으로 오뒷세우스는 현대 소설에서 보이는 내면과 자아의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 이채롭다는 평이 있었네요.
하지만 오뒷세우스는 더이상 <일리아스> 같은 데서 탄생하는 영웅도 아니죠.
전쟁 영웅이 사라진 시대, 혼란한 전쟁 후 시대에 강인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오뒷세우스가 보여주는 듯도 합니다.
지혜와 문(文)의 시대, 더이상 전쟁이 아니라 평화 조약과 성문법의 시대, 구전되는(유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서사시가 주조되는 시대에 오뒷세우스는 그에 부합하는 인물로서 제 할 바를 다해내는 사람 아닌지.
그래서 그렇게 기를 쓰고 여신들의 유혹을 물리치며 이타카로 돌아가려 했던 게 아닌지.

자, 다음 시간에는 이번 시즌의 가장 난코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읽습니다.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염두에 두고 읽으시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범우사 판으로는 총 4권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 1권 읽어오심 돼요. 두 권씩 읽을까 했으나 역시 그건 무리라는 말씀들이 있어서.
다른 판본으로 가지고 계신 분들은, 2부 8장까지 읽어오시는 걸로.

공통과제는 또깡쌤, 소현쌤, 그리고 혜원입니다.
간식은 혜연쌤+진희쌤께 부탁드릴게요.

그럼 다음 주에~ 율리시즈 완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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