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강좌

주역과 중용 14~16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11-12 21:34
조회
73
171104 중용 복습_14에서 18

 

후기가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기억력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서! 후기 써 보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禮에 대한 이야기와 신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얼마나 나의 위치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일을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할 수 있는가, 그것이 중용을 지키는 군자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4.君子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군자는 현재의 그 위치에서 행하고 그 외의 것을 원하지 않는다.

 

素는 현재(見在)라고 나와 있습니다. 군자는 자기 자리에서 마땅히 해야 할 바(所當爲)를 하며 그 밖의 다른 것은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素는 정현 주에서는 向으로 풀기도 합니다.

 

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 無入而不自得焉

부귀(富貴)에 처해서는 부귀(富貴)한대로 행하며, 빈천(貧賤)에 처해서는 빈천(貧賤)한대로 행하며, 이적(夷狄)에 처해서는 이적(夷狄)대로 행하며, 환난(患難)에 처해서는 환난(患難)에 맞게 행하니, 군자는 들어가면 스스로 만족하지 않음이 없다.

 

중용에서도 부귀나 빈천 모두 각각 행할 바가 있다고 합니다. 부귀하면 교만하지 않고 잘 베풀고 빈천하면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죠.

여기서 ‘夷狄에 처하면 이적대로 행한다’는 것은 이적의 땅에 처했을 때 그들이 하는 대로 동화되라는 게 아니라 그때도 자기를 지키는 군자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순임금의 고사를 들 수 있는데요, 순임금은 선양받기 전에는 농사일을 하거나 그릇을 굽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순임금은 농사일을 할 때도 남들이 하는 것과 달랐고 그릇을 구울 때도 남달랐다고 하죠. 뭘 하든 긴장감 있게 자기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중용에서 말하는 ‘현재 있는 자리’에 충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在上位 不陵下 在下位 不援上 正己而不求於人 則無怨 上不怨天 下不尤人

윗자리에 있어도 아랫사람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 아랫자리에 있어도 윗사람을 잡아당기지 않으며 나를 바르게 하여 남에게 요구하지 않으면 원망이 없을 것이니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는 주변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여기서 陵은 ‘언덕’, ‘업신여기다’라는 뜻입니다. 援은 잡아당긴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잡고 기어 올라간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즉 줄타기?!

나를 바르게 하는 것(正己)는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바를 충실히 하는 것을 말합니다.

‘원망이 없다’는 것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주희는 나의 내면에서 원망이 없게 된다고 풀었고, 정현은 나를 원망하는 이가 없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故 君子 居易以俟命 小人行險以徼幸

그러므로 군자는 평소 거하며 천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한 것을 행하며 요행을 바란다.

 

이(易)는 주에서 평지(平地)라고 합니다. 군자는 일상에 거하며 命을 기다리는 것 외의 것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 소인은 위험한 일, 아부, 모함, 로또(!)와 같은 불확실한 일에 자신을 걸며 혹시 모를 좋은 결과를 바랍니다.

 

子曰 射 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공자꼐서 말씀하셨다. 활쏘기는 군자의 태도와 닮았다. 정곡에 맞지 않으면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한다.

 

활쏘기는 당시 중요한 사교활동이었다고 합니다. 乎의 자리에는 於가 들어가도 뜻이 통합니다. 군자는 활쏘기를 하고 정곡에 맞지 않았을 떄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구한다는 뜻으로, 앞 구절의 ‘正己’와 뜻이 통합니다.

 

15. 君子之道辟如行遠必自邇辟如登高必自卑

군자의 도는 비유컨대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며 높이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

 

辟는 비유하다(譬)는 뜻입니다. 14장 반구저신(求諸其身)과 마찬가지로, 군자의 도는 반드시 비근한 곳에서부터 즉 나로부터 구한다는 뜻입니다.

이 구절이 유명한 이유는 주로 스승이 제자들을 데리고 산행을 갈 때 자주 인용하는 레퍼토리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자도 제자들과 무이산을 산행하며 그곳을 소재를 시를 지었다고 해요. 그것이 [구곡가]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사제간에 등산하며 [구곡가] 짓는 것이 선비들의 버킷리스트가 되었다고 하네요.

 

詩曰 妻子好合 如鼓瑟琴 兄弟旣翕 和樂且耽 宜爾室家 樂爾妻帑

<시경>에서 이르길, “처자간에 뜻이 합함이 금슬을 타는듯하며 형제간이 참으로 화합하니 화락(和樂)하고 또 즐겁구나. 너의 집안을 마땅하게 하여 너의 처자들을 즐겁게 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翕은 ‘호흡’ 할 때 숨을 들이쉬는 것으로, 형제간 마음이 합치되는 것입니다. 宜는 동사로, ‘조화롭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子曰 父母其順矣乎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께서 마땅히 편안하실 것이다.

 

順은 ‘편안하다’는 의미입니다. 군자가 인용된 시와 같이 하면 부모께서 편안하다는 것으로, 여기까지는 군자가 실천해야 하는 일상의 문제, 그러니까 아주 비근한 (邇, 卑)일입니다.

 

16. 子曰 鬼神之爲德其盛矣乎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귀신의 작용 그 성대함이여.”

 

爲德은 ‘덕 되다’인데, 작용이라는 의미입니다. 其는 ‘아마도’의 뜻으로, 귀신의 작용이 얼마나 성대한지는 다 파악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주를 보면 성정(性情)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때 성정은 사단칠정(四端七情)을 뜻합니다.

주를 보면 귀신은 천지간의 작용으로, 조화의 자취(迹)인데, 자현 현상을 이릅니다.

 

視之而弗見 聽之而弗聞 體物而不可遺

보아도 보이지 않으며 들어도 들리지 않으나 만물이 본체를 이루어 버릴 수 없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이런 구절은 노자를 떠오르게 합니다. 주자의 귀신론을 유가에서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구절이라고 해요. 여기서 體는 정기신(精氣神)이 다 포함되는 것으로, 만물을 꽉 채우는 기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현의 경우 體를 만물을 생하게 하는 기운(生)으로 풀었다고 합니다.

 

使天下之人 齊明盛服 以承祭祀 洋洋乎如在其上 如在其左右

천하의 사람으로 하여금 재계하고 옷을 성대히 하여 제사를 받들게 하고는 양양(洋洋)하게 그 위에 있는 것 같고 좌우에 있는 것 같다.

 

齊는 가지런하지 않은 것을 가지런하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목욕재계의 의미로 해석합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또 盛服, 옷을 깨끗하게 새로 갖춰 입은 채 제사를 받들게 하는 것이 귀신인 것이죠. 洋洋은 감각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파동으로서 체험하는 근원적 차원을 뜻합니다.

 

詩曰 神之格思 不可度思 矧可射思

<시경>에서 이르길, “신이 다가오실 때 헤아릴 수 없으니 하물며 소홀히 하겠는가”라고 하였다.

 

이 시는  <시경> 대아(大雅) 억편(抑篇)입니다. 시에서 思는 보통 운을 맞추기 위한 글자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夫微之顯 誠之不可揜 如此夫

은미한 것이 드러나니, 진실을 가리울 수 없는 것이 이와 같구나.

 

여기서 誠 은 주자 시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글자입니다. 주에서는 ‘진실되며 망령됨이 없음’이라고 풀이합니다.

 

17. 子曰 舜其大孝也與德爲聖人 尊爲天子 富有四海之內 宗廟饗之 子孫保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순임금은 대호(大呼)이실 것이다. 덕은 성인이 되시고 존귀하기로는 천자가 되시고 부유하기로는 사해를 소유하셨으며 종묘의 제사를 흠향하시여 자손을 보존하셨다. 

 

여기서 순임금의 효는 입신양명하여 부모를 봉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죽어서는 종묘에 신위가 모셔져 제사를 흠향하여 자손을 보우하는 조상신이 되었고요. 이 제사에 관한 이야기는 18장 무왕의 이야기에도 반복됩니다. 왕은 조상신과의 감응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지요.

 

故로 大德 必得其位 必得其祿 必得其名 必得其壽

그러므로 대덕은 반드시 그 지위를 얻고 그 녹을 얻으며 그 이름을 얻으며 그 수명을 얻는다.

 

대덕(大德)은 성인을 뜻합니다. 성인은 반드시 능력에 합당한 작록과 명성, 그리고 수명을 얻는다는 구절입니다. 그 증거(?)로 주를 보면, 순임금이 110세까지 장수했다고 나와 있네요.

 

故 天之生物 必因其材而篤焉 故 栽者 培之 傾者 覆之

그러므로 하늘이 사물을 낼 적에는 반드시 그 재질을 돈독히 하니 그러므로 심은 것을 북돋아주고 제대로 못 자라며 뒤엎어버린다.

 

재질은 타고난 바탕을 뜻합니다. 栽는 꼿꼿이 자라는 것입니다. 주에서는 기가 성대해지면 더 자라나며 기가 흩어지면 뒤집혀 죽는다고 풀이합니다.

 

詩曰 嘉樂君子 憲憲令德 宜民宜人 受祿于天 保佑命之 自天申之

 <시경>에서 이르길, “아름다운 군자여 훌륭한 덕이 드러나 백성들에게 마땅하며 사람들에게 마땅하다. 하늘에게서 녹을 받아 보우하며 명하시고 하늘로부터 뜻을 거듭 펴신다.”고 하였다.

 

여기서 헌헌(憲憲)은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民은 일반 백성들, 人은 귀족, 군자 계층을 일컫습니다. 申은 거듭한다는 뜻으로, 하늘로부터 봉록을 ‘따따블’로 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故 大德者 必受命

그러므로 대덕은 반드시 천명을 받는다.

 

여기서 命은천명을 뜻합니다. 명을 받은 자라야 천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19. 子曰 無憂者其惟文王乎 以王季爲父 以武王爲子 父作之 子述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근심이 없는 자는 아마도 문왕일 것이다. 왕계를 아버지로 삼으시고 무왕을 아들로 삼으셨으니 아버지는 시작하시고 아들은 실행하였다.

 

여기서 述은 아버지가 시작한 계획을 실천으로 옮겼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왕계로부터 시작된 무왕의 족보 이야기가 나옵니다. 은나라를 무너뜨린 무왕의 공이 그 이전 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공자의 해석을 볼 수 있습니다.

 

武王 纘大王王季文王之緖 壹戎衣而有天下 身不失天下之顯名 尊爲天子 富有四海之內 宗廟饗之 子孫保之

무왕이 태왕 왕계 문왕께서 시작한 것을 계승하여 한번 전투복을 입으시고 천하를 소유하시며 몸을 잃지 않으시고 천하에 이름을 드러내셨으니 존귀하기로는 천자가 되시고 부유하기로는 사해를 소유하시고 종묘의 제사를 흠향하시어 자손을 보우하신다.

 

纘은 계승하다는 뜻입니다. 천자가 되고 사해를 소유하고 종묘의 제사를 흠향하고 자손을 보우한다는 이야기는 앞서 순임금의 이야기였는데 여기 그대로 다시 쓰였습니다.

‘壹戎衣’에서 융의(戎衣)은 전투복을 뜻합니다. 여기서 ‘한번 입었다’는 것이 중요한데, 딱 한번 떨쳐 일어났는데 천하를 소유할 정도로 민심이 무왕에게 모여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융의를 입은 것은 2번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사기>에서는 백의숙제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지도 않고 전투에 나가는 무왕의 말고삐를 잡았다고 나와 있으니까요. 여기서 백의숙제도 민심을 대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무왕은 철군하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목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둡니다.

 

武王 末受命 周公 成文武之德 追王大王王季 上祀先公以天子之禮 斯禮也 達乎諸侯大夫及士庶人父爲大夫 子爲士 葬以大夫 祭以士 父爲士 子爲大夫 葬以士 祭以大夫 期之喪 達乎大夫 三年之喪 達乎天子 父母之喪 無貴賤一也

무왕이 말년에 천명을 받으셨고 주공이 문왕, 무왕의 덕을 이루시어 태왕과 왕계를 왕으로 추존하시고 위로는 선공을 천자의 예로써 제사지내시니 이 예가 제후와 대부와 사서인에까지 해당된다. 아버지가 대부이고 아들이 士라면 장례는 대부의 예로, 제사는 士의 예로 지내며 아버지가 士이고 아들이 대부라면 장례는 士의 예로, 제사는 대부의 예로 지낸다. 일 년상은 대부에까지 해당되며 삼년상은 천자까지 해당되나 부모의 喪은 귀천을 막론하고 똑같다.

 

장례와 제사는 예의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장례는 死者의 신분에 맞게, 제사는 자손의 신분에 맞게 지내는 것이죠. 거기다 얼마나 장례를 치르는지도 정해져 있어서, 백성의 신분으로 3년상을 지내는 것은 국가 생산량 저하(?) 관계로, 천자에만 해당되는 예라고 합니다.

이 예에 어긋나게 장례를 지낸 사람이 맹자입니다. 맹자는 어머니의 장례를 후하게 치렀다고 해서 두고두고 뒷담화가 있어왔죠. 본인이 변명 아닌 변명도 했습니다만 먹히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만큼 이 장례/제사 기준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분에 맞게, 모자람도 넘침도 없이 실천해야만 禮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