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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_동화세미나(4): 우리는 어쩌다 형제로 태어나_2017. 11. 10. 금

작성자
김현정
작성일
2017-11-10 20:56
조회
94
후기_동화세미나(4): 우리는 어쩌다 형제로 태어나_2017. 11. 10. 금

이번 시간의 주제는 ‘형제’였습니다. 우리는 보통 ‘헝제’라고 하면, ‘우애’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우애‘는 가족적 가치로서 강조될 뿐, 현실에서 전적으로 구현되고 있진 않지요? 동화에서도 형제의 모습은 실로 다양하게 보입니다. 물론 사슴이나 까마귀가 된 오빠를 구해내는 누이동생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과 인정, 혹은 재산과 권력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가 하면, 각자의 길을 떠나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는 형제들도 있었지요. 보통 가난하거나 권력이 없는 아버지를 둔 집안의 경우에, 출생의 서열은 무의미하고, 형제관계도 약화되어 있습니다. 반면, 막강한 권력이나 부가 축척된 집에서는 상속자로서의 맏이가 중요해지고, 서로간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형제란 ’기본적으로 부모를 비롯한 초기조건을 똑같이 부여받은 경쟁자‘인 셈인 것이지요. 그리고 동화에서는 같은 욕망을 가진 이들은 대체적으로 동성(同性)의 형제로, 이질적 욕망을 가진 형제는 이성(異性)나 배다른 형제 혹은 동물로 나타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동일하거나 이질적인 욕망을 소유한 이들이 형제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집안이 아니라, 집 밖이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결국 우리는 익숙한 영토인 집을 떠나야만,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성을 창조하며 확인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던 얘기로는 ①오누이 관계에서 암시되는 근친상간의 문제, ②동화에서 부여되는 미션은 편집증적 목적과는 어떻게 다를까? ③왜 우리의 동화분석에 『안티오이디푸스』적인 시각이 필요한가? 등이 있었지요?

먼저 ① <오누이>에서 여동생이 오빠에게 부탁하지요. “오빠, 부탁이야. 마시지마. 그 물을 마시면 사나운 짐승이 되어 나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거야” 바로 이런 유의 대사들에서 근친상간적 욕망이 보이고 있는데요. 선민샘은 동화에서 형제애가 성애로 전환되는 일은 모자나 부녀관계에서보다 더 빈번하게 보이고 있다고 하셨지요. 뒤이어 근친상간의 욕망이 금지되었던 이유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근친상간이 열성인자를 양성하여 종의 도태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생물학적인 이유. 그리고 여성의 교환을 통해 공동체를 유지와 확장을 위한 사회적 필요가 또 다른 이유로 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분열증과 편집증적 신경증의 두 방향을 갖고 있듯이, 근친상간도 ‘분열적 근친상간’과 ‘오이디푸스적이고 신경증적인 근친상간’으로 구분되고 있군요.(선민샘의 프린트물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②‘동화에서 부여되는 미션은 편집증적 목적과는 어떻게 다를까?’의 문제는 일단 '목적'과 '방향성'이라는 말을 구별해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목적’이란 다른 회로와의 접속을 차단하고, 목적의 획득과 소유를 향해 달리게 하는 편집증적 성격을 가진 반면, ‘방향성’은 움직임을 유도하는 욕망 자체에 내재한 힘으로써, 도중에 얼마든지 다른 기계나 회로에 접속을 가능케 하는 분열증적 의미를 내포합니다. 동화에서의 미션은 ‘목적’이라기보다는 미션의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는 욕망의 ‘방향성’에 가깝다고 봐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었구요.

③‘왜 우리의 동화분석에 『안티오이디푸스』적인 시각이 필요한가?’ 그것은 자본주의적이고, 오이디푸스화된 지금 우리의 가족관계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모두 이를 모르고 있지는 않았지만, 동화분석을 너무 책에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서 나온 물음이었지요.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는 선민샘의 얘기가 있었는데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이 획득되고, 그런 연후에야 억지시각을 버리고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하셨답니다. 그렇게 획득해가는 저의 새로운 시각 중의 하나는 오늘 잠깐 언급되었던 ‘도와라’는 동화 속의 말입니다. ‘도와라’는 것은 ‘접속하여 연결하라’는 의미이며, ‘내 욕망의 능동적 표현’이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돕는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접속하여 연결한다’는 것은 <일곱 마리 까마귀>에서 보이듯이, 막내딸이 손가락을 잘라서 열쇠구멍에 꽂아야 할 정도로, 만만찮은 일은 아니란 것이지요. 내 신체를 변용해야만 가능한 것이 ‘접속’입니다. 그렇다면 동화 접속한 지난 8주 동안 우리의 신체는 과연 어떻게 얼마큼 변화되어 있을까요?

어쨌든 동화분석은 오늘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그동안 분석을 토대로, 주제를 선정하여 글쓰기 초안을 작성해서 와야 합니다. 글쓰기 초안은 ①가족과 관련한 자신의 ‘문제의식’ ②그동안 읽고, 들었던『안티오이디푸스』에서 분석도구로 삼을 ‘개념’을 선택 ③분석할 ‘동화’ 선정해서 오면 된다고 다들 들으셨지요? 그리고 다음 주에는 정해진 시간을 초과할 수 있으니, 시간적 여유를 갖고 오라고도 당부하셨답니다. 간식은 이응샘과 혜원샘이 준비해주기로 하셨구요. 그럼 다음 주에 또 반갑게 뵈어요~^.~
전체 2

  • 2017-11-13 08:36
    조금조군 일목요연한 후기!!^^ 목적과 방향성의 차이... 계속 의식하면서 동화를 읽어야겠어요~ㅇ0ㅇ

  • 2017-11-14 11:03
    오누이 동화들은 사실 이번 시즌의 종합편이었습니다. 질서와 축적을 위해 끊임없이 왕국을 건설하려는 아버지 계열의 남자 형제들과 변화무쌍한 자연을 이기적 욕망으로 재활용하는 편집증적 계모 계열의 딸들이 길 위에서 어떻게 부딪치게 되는가? 세미나에서는 그 다양한 드라마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매번 감탄합니다만, '자연스러운 것은 하나도 없다! 운명은 길 위에서' 라는 동화의 명제는 정말 대단! @.@ !!